[현장에서] 박순애 부총리님 언제까지 줄행랑만 치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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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22-08-0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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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경제부 경제팀장

줄행랑.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도망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줄행랑은 중국 병법서인 '삼십육계(三十六計)'에서 나온 말로 알려져 있다. 전쟁에서 쓸 수 있는 서른여섯 가지 전략을 담은 이 책은 마지막 계책으로 '주위상책(走爲上策)'을 제시한다. 즉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다.

최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줄행랑을 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방안을 '깜짝 발표'한 직후부터다.

지난 2일 국무회의와 학부모단체 간담회 전후로 기자들이 만 5세 초교 입학안이 담긴 학제 개편안에 관한 질문을 했지만 박 부총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지난 3일 광주에 있는 한 고등학교를 방문했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2학기 방역과 학사운영방안을 발표했던 지난 4일도 마찬가지다.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관련 브리핑을 한 박 부총리는 취재진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통상 장관급이 브리핑을 하면 질문 2~3개 정도를 받고 직접 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교육부는 브리핑 직전 '서울 일정이 있어 발표만 하고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박 부총리는 이를 충실히 따랐다.

기자들이 '학제 개편안에 대한 질문을 왜 받지 않느냐', '학제 개편안이 공론화 안 되면 사퇴할 의향이 있느냐' 등을 물었지만 박 부총리는 침묵으로 일관한 채 브리핑실을 빠져나갔다.

브리핑 이후 10분가량 부총리실에 머물다 떠나는 박 부총리에게 사무실 앞에서 대기 중이던 기자들이 '여론 수렴한다고 하시더니 왜 질문 안 받느냐'고 항의했지만 역시나 묵묵부답이었다. 황급히 자리를 피하던 과정에서 박 부총리의 신발이 벗겨지는 촌극도 벌어졌다. 박 부총리는 "좀 쉬고 오시면 답변해드리겠습니다"라고 짧게 말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교육부를 빠져나갔다.

박 부총리가 만 5세 초교 입학 강행을 위해 줄행랑 전략을 쓰고 있다면 큰 문제다. 교육 정책은 사회적 논의가 매우 중요하다. 학부모·교육계 등과 충분히 논의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수다. 윗사람의 일방적 지시로 강행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것이다.

오는 9일 국회 교육위원회가 열린다. 박 부총리 참석도 예정돼 있다. 이번에는 부디 도망가거나 침묵하지 않고, 학제 개편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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