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보릿고개] 현대오일뱅크 너마저… IPO 찬바람에 증권사도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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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우 기자
입력 2022-07-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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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어급 잇달아 철회… 시장 불황 장기화 조짐

  • 증권사 먹거리도 줄어 인력투입 부담 부메랑

[자료=금융감독원]


올해 기업공개(IPO) 침체기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어급 IPO로 기대를 모으던 현대오일뱅크도 상장계획을 철회했다. 현대오일뱅크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던 IPO 시장 분위기도 크게 가라앉았다. 더불어 증권사들의 주식자본시장(ECM) 부문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일 이사회를 통해 상장추진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주식시장과 동일업종 회사들의 주가 동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는 등 상장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해왔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해 상장추진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 뿐만 아니라 주식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대어급 IPO는 잇따라 상장계획을 철회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상장계획을 철회한 기업은 △현대엔지니어링(철회결정 시기: 1월) △태림페이퍼(5월) △원스토어(5월) △SK쉴더스(5월) △현대오일뱅크(7월) 등이다.
 
최대어로 꼽힌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그나마 분위기가 괜찮았던 올초 기관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참패했다. 지난 1월 HDC현대산업개발 광주붕괴사고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보인다. 또한 원스토어, SK쉴더스 등 상장철회로 인해 남아있는 SK그룹 계열사의 IPO 계획도 불투명해 보인다.
 
동학개미운동(국내증시 개인투자자 유입현상) 이후 IPO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증권사들은 부서를 재편하거나 인력을 투입시키는 등 IPO 부문 경쟁력을 강화시켰다.
 
특히 KB증권의 경우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IPO 경쟁력을 대폭 강화시켰다. 김성현 KB증권 대표까지 나서서 직접 입찰제안서(RFP)를 검수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직원교육도 진행했다. IPO 조직을 4부체제로 확대했으며 회계사, 애널리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를 영입했다.
 
이에 KB증권은 ‘IPO 빅3’(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 등을 제치고 LG에너지솔루션, LG CNS 대표주관 자리를 따내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미래에셋증권은 2019년 경쟁력이 약해진 IPO 부문을 보완하기 위해 IPO전문가로 통하는 성주완 본부장을 영입했다. 이후 공모건수와 규모면에서 대폭 성장했다. 또한 IB조직을 2개로 세분화 시켜 전문성을 높였다.
 
삼성증권도 세분화된 조직개편을 통해 IPO 경쟁력을 강화했다. 기존 IB부문을 IB1부문과 IB2부문으로 나눠 IB1부문이 IPO를 맡도록 했다. 앞서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한 IPO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에도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IPO 조직을 개편시켰다. 글로벌기업금융(GIB) 그룹 산하에 3개 부서로 구성된 IPO본부를 신설한 것이다. 대신증권의 경우에도 오익근 대표가 나서서 IPO본부를 기존 1개에서 2개로 확대재편했다. 그간 중소·중견기업에 머물렀던 IPO딜을 대기업 규모까지 넓히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사진=픽사베이]


대어급 딜을 따내기 위한 증권사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무난히 상장시키기만 해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인수대가를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흥행여부에 따라서 수억원의 성과급도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시장분위기가 침체되면서 IPO부문의 목표수익을 달성하는데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상장철회로 사라진 수익규모를 살펴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이 공동대표주관을 맡으며 각각 17억원의 인수대가를 거둘 예정이었다. 태림페이퍼의 경우 신한금융투자와 하나증권이 공동대표주관을 맡아 각각 7억원, 5억원 규모로 예상됐었다.
 
이어 원스코어의 경우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각각 11억원, SK쉴더스는 NH투자증권이 17억원 규모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공동대표주관을 맡아 수익개선에 아쉬움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대표주관을 맡았던 증권사별로 기대됐던 인수대가 규모를 살펴보면 KB증권이 현대엔지니어링과 원스토어 등으로 28억원을 기록해 가장 많았다. 현대오일뱅크까지 합치면 사라진 기대수익에 대한 아쉬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IPO 경쟁력을 개선시키기 위해 투입된 비용도 부담이다. 지난해 대어급 IPO가 연이어 추진되며 증권사들은 전산인력을 대폭 늘리기도 했다.
 
지난해 대어급 IPO였던 LG에너지솔루션 공모청약 당시 KB증권은 약 250억원을 투입해 주전산시스템 처리용량을 증설했다. 또 신규고객용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확충했으며 동시접속자 수용 능력도 기존 22만명에서 최대 180만명(매매접속 130만명, 시세조회 180만명)으로 확대시켰다.
 
대신증권도 평시보다 10배 이상 동시접속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서버를 증설했으며, 조회·매매거래·계좌잔고 등 업무별 시스템을 확충했다. 또 청약 및 이체 등 각종 업무프로세스를 간소화했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동시접속자수를 130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강했고,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평균 동시접속자의 4~5배를 수용할 수 있는 전산장비를 갖추는 등 대규모 비용을 투입했다.
 
하지만 현재 시장분위기를 감안하면 IPO 인력 순환과 비용 절감 등 주관업무를 담당하는 증권사의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간 IPO 경쟁이 치열해진 이유는 무난히 상장시키기만 해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인수대가를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시장분위기를 감안하면 인력투입 및 비용 부담 등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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