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완화] 규제 해소 예고에 금융권 반색... "현장 감독 강화해야"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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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2-07-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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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금융업 진출·데이터 활용, 은행업과 시너지"

  • 가상자산업 직접 진출 허용될 지 관심 집중

  • 자회사 부당지원 등 불공정거래 우려도

김주현 위원장을 맞이한 금융위원회가 규제 혁신을 금융정책의 핵심 과제로 꼽으면서 금산분리(금융·산업 자본 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금융권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금융권은 각종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 사업 영토를 넓힐 수 있게 된다. 미래 산업으로 손꼽히는 블록체인, 가상자산 관련 사업도 허용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규제 완화 시 은행권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핀테크 기업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의 자회사 부당 지원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현장 감독을 강화하는 안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금융권 "빅테크에 반격할 기회"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가 금산분리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비금융업 진출, 데이터 활용을 염원해온 은행권이 들썩이고 있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을 막아 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95년에 도입된 규제다. 그러나 금융사들의 비금융사업 진출도 막아, 금융권이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로 지목돼 왔다. 은행법상 은행이 비금융회사의 지분을 15% 이내에서 투자 목적으로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또한 비금융업무를 의미하는 ‘부수업무’의 범위를 본업과 연관성이 높은 업무로 제한해, 은행들이 다른 사업영역으로 보폭을 넓히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일례로, 신한은행이 배달앱 ‘땡겨요’ 서비스를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한 이유도 배달 중개 서비스를 부수업무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도 알뜰폰 사업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규제 샌드박스 덕분이었다.
 
또한 금융지주 계열사 간 고객 데이터를 공유할 수 없어 통합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통합 앱을 구축하더라도 은행 고객 정보를 카드, 보험, 증권사들이 활용할 수 없어 고객맞춤형 상품 추천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이번 규제 완화를 빅테크에 반격할 기회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보유한 가계, 기업 금융 데이터와 전국 대면 채널을 디지털과 연계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이유가 없다”고 자신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규제가 풀리면) 은행이 온라인 대출, 보험 중개 플랫폼 서비스를 기존 사업자보다 더 잘할 수 있고, 배달이나 부동산, 헬스케어 같은 생활 밀착형 서비스와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관련 이미지[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상자산업 직접 진출 여부에도 관심 집중
은행권이 가상자산 관련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도 관심사다. 가상자산업 또한 은행권이 진출을 희망하는 미래 사업 중 하나다. 그러나 현행법상 직접 진출이 불가능해 디지털 자산 수탁 회사에 지분 투자하거나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식으로 가상자산 사업에 진출해왔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월 디지털자산 보관·관리 기업인 한국디지털자산수탁에 지분 투자했고, KB국민은행은 한국디지털에셋, NH농협은행은 카르도에 투자했다. 우리은행은 블록체인 기업 코인플러그와 합작사 ‘디커스터디’를 설립했다.
 
이에 은행연합회는 지난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달할 은행업계 제언 보고서 초안에서 “앞으로 제정될 가상자산업법에서 정의되는 가상자산업종을 모두 은행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은행권이 말한 가상자산업종은 가상자산 거래소, 가상자산 보관 전자지갑, 가상자산 수탁 등이다.
 
시기적으로도 은행이 가산자산업 진출에 유리한 국면이다. 지난 5월 한국산 가상화폐 테라USD(UST)와 루나가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만 ‘스테이블코인(특정 자산에 가치가 연동된 가상화폐)’을 발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테라USD는 1달러와 가격이 고정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이다. 실물자산과 가치가 연동된 게 아니라, 자매코인인 루나와의 교환(차익 거래)을 통해 가격이 유지되는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주요국의 긴축 통화정책으로 가상화폐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이 이탈하면서 시세를 유지하는 알고리즘이 깨졌고, 두 코인이 동반 폭락해 국내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 이 사태를 계기로 관련 업계 안팎에서는 코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는 이미 규제 마련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주요국의 규제 동향을 보고 입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 [사진=연합뉴스]

핀테크 기업 부담 커질 듯... 규제 완화 시 “현장 감독 강화해야” 지적도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핀테크 기업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금력과 인프라를 갖춘 은행권과 직접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동안의 환경이 금융사와 빅테크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임은 분명하지만 금산분리 완화는 금융사의 경쟁력 확보 보다는 핀테크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핀테크 기업과 기존 금융사의 규제가 점차 동일한 수준으로 수렴되는 것에 대한 경쟁력 약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다른 업종에 자유롭게 진출하기 시작하면 자회사에 대한 부당 지원 같은 불공정거래가 발생할 우려가 나온다. 금융회사에 자금을 예치한 금융소비자와 투자자에 리스크가 전이될 수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와 동시에 현장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문종진 연세대 교수는 “미국의 경우 상시 감독관 제도가 있어 대형 금융기관에 감독관이 상주한다”며 “(한국도 규제 완화 시) 현장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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