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장벽에 갇힌 한국]영어 공용어, 국가 경쟁력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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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일 선임기자
입력 2022-07-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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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이 밀집해 있는 서울 여의도 IFC. [사진=서울시]



# 코로나 안전문자를 영문자로 보내 주세요. 코로나 방역수칙 등을 한글로만 보내줘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 인재, IT 환경 등 서울이 장점도 많지만 해외지사 설립을 고려할 때 영어 능숙도 부분을 우선 검토해요.
# 한국 사람들은 친절하지만 영어장벽으로 친해지기에 한계를 느낄 때가 있어요.
# 온라인 쇼핑을 영어로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너무 불편해요. 그래서 온라인 쇼핑을 아예 안 해요. 


대한민국에서 근무하는 글로벌 기업 근로자들은 서울의 영어 장벽이 너무 높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가 서울 여의도나 용산 등 어느 한 곳을 외국인 근로자들이 근무하기 좋고, 생활 불편이 없도록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해 달라는 요구가 많다. 여의도나 용산 같은 곳을 영어 공용어 특별구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4년째 근무하고 있는 글로벌 투자회사 유라제오(EURAZEO)의 솔로몬 모스 이사(프랑스)는 "한국이 영어장벽이 없으면 더 쉬워지고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싱가포르는 친(親)국제적이다. 영어장벽이 전혀 없다"며 서울 마켓(시장)의 영어장벽 현실을 아쉬워했다. 

글로벌 기업 스캔라인의 해리 램 관리책임자(미국)는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이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온라인 환경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 기간 동안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입해야 할 때가 많았는데 영어로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병행하고 있는 곳이 많지 않아 답답할 때가 있었다"며 "외국인 처지에서는 방역 상황에 맞는 거리두기 수칙 등 정보를 영어로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한국에서 외국인들이 정책을 펴고 생활하기에 더 좋은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어 장벽에 갇혀 있는 서울

지난해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고 그 부지에 핀테크 금융특구로 지정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이 나왔다. 이를 위해선 적어도 여의도는 공용어를 영어로 지정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언어 장벽을 허물기 위한 영어 공용어 특별구역 지정은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올해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2년 비즈니스 환경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지사를 설립하는 데 가장 적합한 국가로 싱가포르를 압도적 1위로 꼽았다. 이어 서울을 꼽았다. 경쟁 도시인 도쿄와 대만보다 선호도 높았다는 점에서 희망을 본 것이다. 다국적 기업들이 탈홍콩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투자 후보지로 서울이 평가받고 있지만 영어 숙련도나 기업 하기 좋은 환경 등에 비춰보면 여전히 싱가포르가 우선적 검토 대상이다. 여의도 등 서울 특정 지역을 영어 공용어 특별구역으로 지정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대체로 "한국이 싱가포르보다 훨씬 큰 시장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매우 섬세하다. 한국은 탤런트(인적 자원)가 좋다"고 평가하고 있다.
영어 공용어 지정은 글로벌 경쟁력을 위한 첩경

전문가들은 기업 하기 좋은 최적지로 뛰어난 인재가 많고, 언어 소통이 잘되는 곳을 꼽는다. 구체적으로는 투자 규제 완화와 세제 감면,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도 선행돼야 하지만 영어 공용어화 작업이 제1 선행조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계 67개국이 공용어로 사용 중인 영어는 유엔 등 많은 국제기구에 공식 언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2020년 기준 12억6800만명이 영어를 모국어 또는 제2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웹사이트 상위 1000만개 가운데 60.5%가 영어를 쓰고 있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아시아 본사를 싱가포르에 두고 있는 이유다. 영어가 공용어가 되면 가장 강력한 장점은 기업과 일자리, 세계 인력시장에서 몰려드는 탤런트와 우호적인 경영 환경의 선순환 효과를 꼽을 수 있다. 총체적으로 국부 창출은 물론이다. 
 
싱가포르를 선진국으로 키운 '영어'

싱가포르에는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인도) 등 4개 국어가 공존한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이 싱가포르를 투자 1순위로 꼽는 이유는 교육과 비즈니스에서 영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국어는 '말레이어'지만 싱가포르가 제정한 공용어는 영어다.

특히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리콴유 전 총리는 각 민족 언어와 방언을 통일하기 위해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했다. 이른바 싱가포르 스타일의 '싱글리시'를 탄생시켰다. 다양한 민족의 언어와 방언까지 결합된 '싱글리시'는 싱가포르인들을 통합·단합시키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싱가포르에서 태어나면 유치원부터 싱가포르 공용어 영어와 그 외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곳에선 영어를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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