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에 갇힌 K-산업, ESG 지지부진 직격탄 우려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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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기자
입력 2022-07-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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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100 가입 비중 5.3%…CF100, ZC100 등 대안 제시

국내 기업들이 RE100의 한계에 부딪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활발하게 중장기적인 친환경 비전을 선언하며 RE100에 가입하는 외국 기업과 달리 RE100에 대한 참여도가 저조한 상황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를 대체할 인프라가 부족한 국내 사업장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의 RE100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정책 방향으로만 치우치면 K-산업이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도 나온다. RE100에서 벗어나 CF100, ZC100 등으로 기업에 숨통을 터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RE100 가입 6곳 불과···전체 글로벌 기업 중 단 5.3%

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은 총 20곳이다. 전체 글로벌 기업 가운데 이 캠페인에 참여한 곳은 374개사인데 한국 가입 비중은 5.3%가량이다. 연도별로 봤을 때는 2020년 처음 SK그룹 계열사 등을 시작으로 6곳이 가입한 후 지난해 8곳, 올해는 아직 6곳이 가입하는 데 그쳤다.
 
RE100은 ‘재생전기(Renewable Electricity) 100%’ 약자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 100%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기업은 RE100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뿐 구속력을 동반하지 않는다. 다만 정부는 ‘한국형 RE100’을 따로 만들 만큼 RE100을 중심으로 한 2050년 탄소중립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의 이런 기조에 맞춰 RE100 가입을 선언했다. 대표적으로 SK그룹을 꼽을 수 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해 SK텔레콤, SK아이테크놀로지, SK(주),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SKC 등 7개 계열사는 선제적으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RE100에 가입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이 RE100에 가입했다. 또 가장 최근에는 LG이노텍이 RE100 가입 신청에 대해 최종 승인을 받아 합류했다.
 
재계 1위인 삼성전자도 RE100을 두고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직 삼성 계열사 어느 곳도 RE100에 가입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삼성 내부에서는 RE100을 포함해 중장기적인 친환경 비전 수립을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달 30일 삼성전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국제사회의 가장 시급한 환경 어젠다에 응답하고, 기업 활동으로 인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장기 환경경영 전략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준비 중이다.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이 계획을 공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풍력발전기와 태양광 패널 이미지[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관건은 ‘국내 신재생에너지’ 인프라···ESG 부진 시 K-산업 타격

문제는 국내 사업장이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공급이나 부족한 공급량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제도가 잘 구축된 외국과 달리 국내는 이 같은 인프라가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기존 전력 사용량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신재생에너지 발전량도 사실상 없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신재생에너지는 전체 발전량 중 7.5%에 불과하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전력을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전자업계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부품 등 산업은 제조 공정상 전력이 많이 필요한데, 국내는 신재생에너지의 절대적인 공급량이 늘거나 정부 차원에서 제도를 보완하지 않는 한 기업 자체적으로 100%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시각이다.
 
향후 RE100 가입이 계속 지연되면 산업 측면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KDI정책대학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기업이 2040년까지 RE100에 가입하지 않으면 반도체 수출이 3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디스플레이는 40%, 자동차는 15% 등 수출 산업 전체에 타격이 생길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등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은 RE100 가입이 쉬운 문제가 아니다”며 “중국 등 재생에너지 제도가 굉장히 잘돼 있는 다른 국가와 달리 국내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등 여러 제도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력사나 파트너사에서도 환경적인 측면에서 RE100 등 가입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며 “본인들 탄소 배출 관련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애플의 CEP(Clean Energy Program)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RE100에 참여한 기업의 로고 모음[사진=RE100 홈페이지] 

RE100 아닌 ZC100 대두···“기업에 앞서 정부 먼저 변화 나서야”

일각에서는 친환경 정책 중심에 있는 RE100을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RE100은 신재생에너지로 탄소 감축 수단이 한정돼 있어 국내 환경상 실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자력발전, 그린수소 등 다양한 방식을 포함한 현실적 대안으로 CF100(Carbon Free Energy 100%)이나 ZC100(Zero Carbon Energy 100%) 등이 제시되고 있다.
 
실제 당장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기업은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거나 큰 감축을 이루지 못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온실가스를 1380만톤(t) 배출했고, 2020년 1480만t, 지난해 1740만t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RE100에 가입한 SK하이닉스 역시 2020년 495만t에서 지난해 451만t으로 8.8% 소폭 감소세만 보였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글로벌 기업이 RE100을 선언하고 실제 이행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기업만 못하면 시장에서 소외돼 제품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현재 국내는 삼성전자 한 기업이 필요한 전기량도 재생에너지 공급량보다 많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개념을 좀 바꿔야 한다. 수소, 원자력, 탄소포집저장기술(CCS) 등을 포함하는 ZC100을 통해 전기를 공급하고 인증해주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안 그러면 기업들은 결국 외국으로 공장을 옮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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