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법] 박용택 응원곡, 부산 갈매기…프로야구와 저작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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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우 인턴기자
입력 2022-07-0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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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 구단, 응원가 쓰려면 원곡자 '저작인격권' 해결해야

  • 저작인격권, 저작권자의 인격적·정신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져

  • 법원 "삼성 라이온즈, 성명표시권 보장해야"

  • 롯데 자이언츠, '부산 갈매기' 못 틀어…떼창은 가능

박용택 야구 해설위원이 지난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에서 후배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LG 구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어 팬들이 제한 없이 야구장을 찾은 올해 박용택의 공식 은퇴식을 마련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프로야구 팬들에게는 부르고 싶어도 부르지 못하는 이른바 ‘금지곡’이 있다. 법을 위반하기 때문이다.
 
“무적 L!(L!) G!(G!) 박용택! 오오 오오오 오오 오오오오 오오”
지난 3일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5년 만에 ‘금지곡’이 퍼져나왔다.
 
LG 트윈스 팬들이 박용택 KBS 해설위원의 은퇴식에 맞춰 저작권 이슈로 그동안 부르지 못했던 박용택 선수의 응원가를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데에는 응원가의 원곡인 ‘New Ways Always’(뉴 웨이스 올웨이즈)의 저작권자인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과 작곡가 피독, 그리고 가수 박정아의 허락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LG 트윈스 측은 “은퇴식 행사와 박용택, 팬들을 위해 응원가 사용을 무상으로 제공해준 원곡 제작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LG 트윈스는 저작권 문제로, 2009시즌부터 2016시즌까지 사용한 이 노래의 원곡을 기반으로 한 박용택 응원가를 2017시즌부터 사용하지 못했다.
 
응원가 저작권 문제는 LG 트윈스만의 일이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는 2018시즌부터 사직구장에서 롯데팬의 정체성처럼 여기는 ‘부산 갈매기’(1982년 발표, 김중순 작사·작곡/노래 문성재)를 틀지 못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그동안 '부산 갈매기' 사용에 대한 저작권을 지급해왔으나, 저작권자가 ‘적절한 금액을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단 측은 “저작권 협회에 비용을 지불하는 상황에서 또 저작권자에게 보상한다면 이중지급이 된다”며 난감함을 표했다.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외에도 삼성 라이온즈의 팀 응원가 ‘엘도라도’, 기아 타이거즈 김주찬 선수의 등장곡, 두산 베어스 정수빈 선수의 응원가 등 모든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응원가의 저작권 문제를 안고 있다.
 
아주로앤피는 프로야구 구단과 응원가 저작권 이슈를 들여다보았다.
 

[사진=KBO]

◆핵심은 저작인격권
프로야구 구단들이 직면한 문제는 저작인격권 침해 논란이다. 프로야구 응원가 저작권 분쟁은 2018년 4월 윤일상, 김도훈 등 작곡가 21명이 동일성유지권, 성명표시권 등 저작인격권이 침해당했다며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저작인격권이란, 저작자가 저작물에 대해 가지는 인격적·정신적 이익을 보호하는 권리다. 이 범위에는 공표권, 성명표시권 및 동일성유지권이 해당한다(저작권법 제10조제1항). 또한 저작권법 제14조1항에 따라서, 저작인격권은 일신전속권으로서 저작자가 저작재산권을 양도하는 경우에도 창작자에게 남아있다. 따라서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의 당사자가 저작인격권도 양도하기로 약정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무효다.
 
성명표시권은 저작인격권 중 하나로, 저작권법 제12조에 설명돼 있다. 제12조(성명표시권) 1항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할 권리를 가진다.
 
저작권법 제13조(동일성유지권) 1항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가진다. 누군가 저작물을 변형시켜서 사용했다면, 이 조항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윤일상, 김도훈 등 21명이 제기한 소송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공표권도 저작인격권에 해당한다. 제11조(공표권) 1항을 보면, 공표권은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을 공표하거나 공표하지 아니할 것을 결정할 권리를 말한다.
 
다만, 저작재산권은 분쟁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저작재산권은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저작물작성권으로 이루어지는데, 모두 저작권자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와 구단들은 2003년부터 응원가의 저작권료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지급해왔다. 
 

삼성 라이온즈 공식 엠블럼 [사진=삼성 라이온즈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법원 “삼성 라이온즈, 음악 틀 때 저작권자 이름 밝혀라”
2021년 서울고법 민사5부(부장판사 설범식 이준영 박원철)는 윤일상을 포함한 작곡가 및 작사가 19명이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1심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삼성 라이온즈가 성명표시권을 침해했다”면서 원고 19명 중 15명(개사한 응원가의 작사가는 제외)에게 각 50만~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최소한 정규시즌의 홈경기에서 선수 입장 시 선수별로 정해진 응원가를 부를 것으로 예정돼 있다"며 "상황에 맞게 전광판에 저작자의 성명을 표시하는 방법을 통해 얼마든지 저작자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하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상황을 2항에 나와있는 ‘부득이한 경우’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동일하게 피고 측의 동일성유지권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원고 측은 저작권자의 음원에서 가사와 템포 등을 변경했기 때문에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흥을 돋우기 위해 음역대나 박자 템포를 변경한 것으로 전문가가 아닌 관객들로서는 기존 곡과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일부분을 다르게 한 정도에 불과하다. 완전히 새로운 가사를 만든 경우에는 변경된 가사를 독립적 저작물로 볼 수 있다”며 동일성유지권을 침해받았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에 대해 2심 또한, 1심 재판부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이 진행되는 사이 프로야구 10개 구단 모두가 자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만 했다. 10개 구단들은 기존 사용하던 것 중 논란이 되는 응원가를 중지시키고, 자체 응원가를 만들거나 저작권이 없는 음악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해결책을 선택해왔다.
 

지난 5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를 찾은 많은 관중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산갈매기는 다른 케이스… 팬들의 자체적 ‘떼창’은 문제없어
지난 5월 부산 사직구장 응원석에서 밖으로 나가는 통로에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모여 '부산 갈매기'를 떼창하는 모습이 영상에 잡혀 인기를 끌었다. 저작권자와의 문제로 인해 구단 측에서 해당 노래를 틀지 않아 아쉬움이 큰 롯데팬들의 갈증이 잘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롯데 자이언츠와 '부산 갈매기' 저작권자 사이의 문제는 현재 프로야구 구단들이 직면한 저작인격권과 관계없다. 롯데 자이언츠는 ‘부산 갈매기’의 가사를 바꾸어 부르지 않아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유지권에 저촉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저작권협회에 ‘부산 갈매기’ 사용에 관한 저작권료를 따로 지급해왔다.
 
2018년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롯데 자이언츠 측은 “저작권자와의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현재(2018년)는 부산 갈매기를 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올해 7월 현재에도 구단에서는 사직구장에서 이 노래를 내보내지 않고 있다.

다만, 팬들의 자체적인 ‘떼창’은 문제가 없다.

강정규 변호사는 “팬들의 자체적인 떼창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인다”며 “부르는 행위가 공연권 침해라고 보기에 애매한 지점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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