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제 첫 돌…무관심 속 '경찰국' 신설에 존재감 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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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2-06-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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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경찰청 본청.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1일로 시행 첫돌을 맞는 자치경찰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의 무관심 탓에 예산 부족으로 효율성 있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행정안전부가 '경찰국' 신설을 공식화하면서 경찰 권력 분산을 위해 만들어진 자치경찰의 존재감은 더욱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자치경찰제는 문재인 정부 당시 자치분권 실현과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분산하고 통제하는 경찰 개혁 방안 중 하나로 추진됐다. 

제주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국가경찰이 자치경찰위원회 견제를 받는 방식으로 ‘일원화’됐다. 제주도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단이 함께 존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치경찰위원회 견제를 받는 ‘이원화’ 체계가 확정됐다. 애초 국회는 제주도처럼 지자체 아래 별도 자치경찰 조직을 신설하는 이원화 모델을 추진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등으로 국가경찰 내부에 자치 사무부서를 두는 일원화 모델이 담긴 경찰청법만 2020년 12월 통과돼 지난해 7월 전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제주도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이 분리되지 않았고, 생활안전·교통·청소년 등 사무도 국가경찰이 맡게 됐다. 이 때문에 국가경찰은 자치경찰사무에 대해서는 자치경찰위원회 지휘를 받는 상황이다. 추가적인 인력 증원이나 보완 입법 없이 지휘감독만 양쪽에서 받고 있는 셈이다. 이에 이중·삼중 업무만 늘어나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자치경찰이 별도의 인력과 조직을 갖춘 이원화 모델이 아니라, 국가경찰이 자치경찰의 사무까지 맡는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형규 전북자치경찰위원장은 지난 3월 국회 토론회에서 “현행 자치경찰제는 목표와 개념이 모호하고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없다”며 “무늬만 자치경찰이자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는 2027년부터 일반사업으로 전환하면 시·도가 스스로 자치경찰 운용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자치경찰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예산 확보'와 인사 권한 등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치경찰제 이원화 모델’ 도입을 통해 국가직 신분을 가진 경찰이 자치경찰 사무를 담당하는 일원화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한국형 자치경찰제 시행 및 정착에 관한 연구(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시도 경찰청과 경찰서 자치경찰사무 담당 공무원들은 자치경찰 시행 이후 사무분장과 지휘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했다. 자치경찰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나누는 등 보완이 진행되지 않았고, 자치경찰제 자체도 법적 근거가 모호해 지역 특성에 맞는 예산을 받을 수 없어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자치경찰제 시행 이후 가장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할 업무로 '자치단체 예산 확보'를 꼽았다. 또 지역 실정에 맞는 조직구조 개편과 지역 현황 분석을 바탕으로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치경찰 공무원 중 경감 이하 인사권을 실효성있게 시·도지사와 자치경찰위원회가 행사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10월 “실질적으로 승진자를 결정하는 승진심사위원회는 서울시가 아니라 서울경찰청과 각 경찰서에만 둘 수 있다”며 “허울뿐인 제도”라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자치경찰제 보완과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분명한 방향성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행안부가 '경찰국' 신설 방침을 밝히면서 자치경찰제 역시 어떤 형태로 바뀔지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행안부 내 신설되는 경찰 조직 규모는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검토와 고위직 인사제청, 자치경찰제 지원 업무를 각각 다룰 3개 부서 총 20명 안팎으로 예고됐다. 이 가운데 자치경찰제 지원 업무 부서가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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