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돌리기' 신라젠 문은상 배임 10억→350억...대법,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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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2-06-3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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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공개 정보 주식거래 의혹'을 받는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가 2020년 5월 1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한 '자금 돌리기' 수법으로 1000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은상(57) 신라젠 전 대표에게 2심까지 내려진 징역 5년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배임액을 10억여원으로 본 하급심과 달리 대법원은 350억원으로 판단한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문 전 대표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문 전 대표 등은 자기자본 없이 페이퍼컴퍼니 크레스트파트너를 통해 DB금융투자로부터 350억원을 빌려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뒤 신라젠에 들어온 돈을 다시 페이퍼컴퍼니에 빌려주는 이른바 '자금 돌리기' 수법으로 191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BW는 발행 뒤 일정 기간 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발행회사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사채다.
 

[사진=판결문 캡처]

또 특허 대금을 부풀려 신라젠 자금 29억3000만원 상당을 관련 회사에 과다 지급하고, 지인 5명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뒤 매각이익 일부를 돌려받은 혐의도 있다.

1·2심은 문 전 대표 등이 BW를 인수할 때 실질적으로 대금을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이는 신라젠에 대한 배임행위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BW 납입 금액 350억원을 배임으로 인한 피해 액수라고 보고 문 전 대표가 얻은 부당이득이 350억원, 배임 액수도 350억원으로 판단했다. 반면 2심은 배임 액수를 계산하기 힘들다며, 인수대금을 운용해 얻은 이익인 10억5000만원만 배임 액수로 축소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배임 액수를 350억원으로 봐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인수인이 인수대금을 실질적으로 납입하지 않고 BW를 취득하면 외형적으로는 인수대금 상당의 이득을 얻지만, 회사는 상환의무는 부담함과 동시에 인수대금 상당의 돈을 취득하지 못하므로 결국 손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은 "회사가 외형적으로 인수대금 상당의 금전채권을 취득했더라도 그 거래가 정상적·합리적인 회사 영업활동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인수인 등이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담하게 된 차용금 채무를 변제하기 위한 것이라면 인수대금이 회사에 실질적으로 납입됐다고 볼 수 없다"고도 설명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인수대금이 납입되지도 않은 채 신주인수권부사채 350억원을 발행해 이를 인수함으로써 그 사채가액 350억원의 이득을 얻었다"며 "신라젠으로 하여금 사채상환 의무를 부담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인수대금을 취득하지 못하게 해 350억원의 손해를 입게 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이 부분 범행의 손해액을 신라젠이 취득하지 못한 인수대금의 운용이익 상당액인 10억5000만원으로 본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로 대법원은 인수대금이 실질적으로 납입되지 않았음에도 BW를 발행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BW 발행 업무를 담당한 사람의 배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2심에서 인정된 배임액 10억5000만원이 350억원 규모로 커지면서 문 전 대표를 포함해 관여자들의 처벌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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