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착한 일 하면서 돈 버는 ESG 투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입력 2022-07-01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홍준표 팀장]


매년 봄이 지나가고 더운 여름이 오면서 올해 봄이 역대 가장 더웠다는 뉴스가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이 들린다.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은 날로 더해가고 있지만, 이상기후에 대한 대응 효과가 나타난다는 소식은 아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손 놓고 지금까지 소모적인 경제 활동을 한다면 환경 파괴는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무엇인가 해야 한다면 그것은 ESG 트렌드를 실천하는 것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ety)·기업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릿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세 가지 키워드에서 나타나듯이 경제 활동을 영위할 때 이익 극대화, 비용 최소화만을 바라보는 방식이 아니라 주변을 둘러보고 자연환경 보호, 기부 행위와 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도 신경 쓰면서 경제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ESG는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최근에 힘을 받는 것 같지만 유엔이 2004년부터 소개하였다. 유엔이 Global Compact에서 ESG 내용을 인용하였고, 기업이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로 ESG의 역할을 설명하였다. 이후 2015년 유엔과 세계 지도자들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2030 어젠다'를 수립하면서 ESG와 ‘지속 가능한 발전(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개념은 서로 보완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였다. 대부분 문헌 자료에서 ESG를 설명할 때 SDGs를 함께 언급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판단하건대 SDGs는 세계 경제와 사회가 나아가야 할 큰 비전이나 미션의 성격이 강하다면, ESG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 개인이나 기업이 수행해야 하는 구체적인 행동강령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즉, SDGs는 세계 경제성장 방식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는 거시적인 기회 요인의 성격이 강하다면, ESG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관행, 제품 및 서비스 제공을 위한 행동 지침으로서 성격을 지녀야 할 것이다. ESG는 지속 가능한 발전(SDGs)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수단적인 성격이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기업 경영 활동, 이윤 추구 행위 등에 기준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ESG를 ‘투자’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겠다.

ESG 투자는 자연환경과 공동체로서 사회,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의 가치 제고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측면에서 착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착한 투자도 투자 본연의 임무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기관투자자들을 ESG 투자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ESG 투자 성과가 기존의 전통적인 투자에 비해 최소한 같거나 더 좋다는 점이 확인되어야 한다. 이를 증명한 보고서를 2004년 UNEP에서 발간했으며, 간략하게 이야기하면 ESG 기준을 재무 분석에 적절하게 반영하면 주주가치가 제고될 수 있고 이를 위해 금융 공시 프레임워크에 ESG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이때부터 ESG 투자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전까지는 막연하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외쳤다면, 이제는 실제로 어떤 항목에 신경을 더 쓴다면 환경과 사회, 주주가치를 높이면서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ESG 투자 대상이 되는 기업은 경영 활동에 따라 발생하는 산출물로 이익을 낼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공해와 환경오염과 같은 부산물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만약 환경 공해가 발생한다면 기존에는 세금이나 비용 문제로 전환되어서 기업 활동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ESG를 고려한 경영 활동 및 투자 행위는 기업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자본(예를 들면 재무자본, 지적자본, 인적자본, 사회·관계자본, 자연자본 등)에 영향을 미친다. ESG 경영 활동에서는 생산된 제품·서비스 이외에도 생산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과정에서도 돈을 벌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자체가 기업에 사업 기회를 열어주기도 한다. 기업은 에너지 효율성 증가를 위해 원가를 절감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동안 돌아보지 않았던 경영 관행을 점검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경영 성과를 개선할 수 있게 된다. 둘째는 탄소 배출량이 적거나 탄소 감축을 유도하는 신제품 및 서비스를 발굴해야만 한다. 재생 에너지로 전환 과정을 추진하면서 가격 변동성이 높은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기업 생산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경제적 및 지리적 불확실성 때문에 발생하는 화석연료의 공급망 불안정성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신시장 기회 창출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ESG를 기업의 경영 활동에 내재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업이 혼자 힘으로 하기에는 힘들기에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중소·중견기업에는 정부의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ESG 관련 사안에 대해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예를 들면 ESG 관련 공시자료에 대한 가이드라인 부문에 대해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ESG 평가를 이유로 거래처의 불합리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를 조정할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홍준표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