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로 집 사세요" 中부동산기업 자구책 마련 안간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2-06-22 15: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밀·마늘 팔아서 주택 계약선불금 내도록 '장려'

  • 부동산 경기 침체에···지방 재정수입도 '직격탄'

"마늘로 집 사세요" 중국 젠예그룹 아파트 광고 [사진=웨이보]

“마늘 500g을 5위안(약 964원)에 쳐줍니다. 마늘로 아파트 사세요.”

중국 부동산기업 젠예(建業)그룹이 허난성 지(杞)현의 젠예청 아파트 분양 판촉광고에 내건 문구다.
 
지현은 중국의 ‘마늘 제일현’으로 불리는 곳이다. 마늘 재배면적 70만무(畝, 1무=667㎡), 총생산량 90만톤으로, 모두 전국 현급 지역 중 1위다. 

현지 농가에 따르면 현재 마늘은 품질이 좋을 경우에도 500g당 최고 1.8위안에 거래된다.

젠예그룹은 500g에 5위안이라는 상당히 높은 가격에 마늘을 농민들로부터 사들여 그들이 주택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농민들, 밀·마늘 팔아 집 계약선불금 내도록···
젠예그룹은 "농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고가에 마늘을 수매해 농민들의 주택 장만에 도움을 주겠다”고 강조했다고 ​중국 신징바오 등 현지 언론은 22일 보도했다. 

이는 젠예그룹이 현지 특색 농산품을 겨냥해 내놓은 맞춤형 아파트 판촉행사의 일환이다. 최근 경기 침체 속 집이 안 팔려 자금난에 봉착하자 온갖 수단과 방법을 고안해 주택 판매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젠예그룹은 인근의 밀 생산으로 유명한 민취안(民權)현에서는 '밀로 아파트를 사라'는 광고를 내걸고 또 다른 신규 아파트 판촉 행사를 벌이고 있다. 젠예그룹은 여기서도 시장가(1.5위안)보다 높은 500g당 2위안에 최대 16만 위안어치까지 밀을 수매한다고 밝혔다. 

중국 부동산 정보업체 안쥐커에 따르면 현재 민취안현 신규 아파트 단지의 경우, 1채당 약 67만~84만 위안 대로 가격이 형성됐다. 중국에선 생애 첫 주택 구매 시 선불 계약금으로 집값의 20%를 내야 하니, 농민들로선 밀 약 40톤을 팔면 선불 계약금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판촉 효과도 꽤 있는 듯하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5월 22일부터 6월 8일까지 지현의 젠예청 아파트 구매 문의 전화만 2859통 걸려왔으며, 직접 방문한 고객도 852차례에 달했다. 약 20일간 모두 430톤어치의 마늘을 수매해 30채의 아파트를 팔았다.

젠예그룹으로선 이처럼 높은 가격에 사들인 농산품을 직접 수매상이나 마트와 거래해 다시 재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은 '창의'적인 부동산 판촉 마케팅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옌웨진 중국 이쥐부동산연구원 연구총감은 "이는 본질적으로 농민들의 집 구매 잠재력을 발굴하는 것"이라며 "부동산 기업은 농가의 농산품 판매를 돕고, 농민들이 더 높은 가격에 농산품을 팔아서 조기에 자금을 회수하도록 함으로써 집 구매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실 젠예그룹은 허난성 부동산 재벌로, 2020년까지만 해도 연간 매출액이 1000억 위안을 넘었다. 하지만 부동산 규제와 경기 침체로 경영난을 겪었다. 지난해 말 자산부채율은 94.89%까지 치솟았다. 

최근 국유기업 투자를 간신히 유치해 위기는 넘겼지만, 여전히 미분양 주택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1~5월 젠예그룹 주택 판매액은 110억6700만 위안으로, 전년 동비 50% 가까이 하락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지방 재정수입도 '직격탄'
부동산은 중국 경제의 25~30%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그런데 코로나 봉쇄, 부채 단속 등 부동산 규제 강화 조치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올 상반기 주택 거래는 얼어붙었다. 특히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3·4선 도시 주택 판매량은 전년 대비 거의 반토막 났다. 

부동산기업의 매출 성적도 저조하다. 중국부동산정보(CRIC)에 따르면 중국 100대 부동산 개발업체의 5월 신규 주택 판매 금액은 4546억 위안(약 84조5000억원)으로 작년 5월보다 59.4% 줄었다. 월간 주택판매액 감소율은 지난 1월 39.6%, 2월 47.2%, 3월 58.0%, 4월 58.6%로 계속 악화하고 있다.

부동산기업의 돈줄이 마르자 토지시장까지 얼어붙어 지방정부 재정도 직격탄을 맞았다. 그동안 대다수 지방정부가 부동산기업에 토지를 판 돈으로 재정 수입을 마련한 탓이다.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토지양도수입이 지방정부 일반 공공예산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에 달했다.

그런데 올 들어 5월까지 중국 지방정부 토지양도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28.7% 줄어든 1조8613억 위안에 그쳤다. 지방정부 토지양도수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11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 확산세로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 납세 유예, 세액 환급, 이월 공제 등 감세 정책으로 재정수입이 줄어든 지방정부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올 들어 중국 정부도 다시금 규제를 풀고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위안 부동산 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 13일까지 60개 도시에서 내놓은 부동산 부양조치만 70여개다. 지난달에도 100여개 도시에서 부동산 시장 대책을 내놓았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주택 구매제한령 완화, 보조금 지급, 대출한도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