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재 회의론 ↑…인도·중국 원유수입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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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2-06-2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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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서방이 러시아 원유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있기는 하지만, 인도와 중국 등 또 다른 거대 구매국들이 매입량을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직까지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이어갈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이 계속되고 경제적 타격이 가시화할 경우 전쟁 장기화에 대한 불만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도 "값싼 러시아 원유 더 사라" 
인도는 서방의 러시아 제재를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국가 중 하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이하 현지시간) 인도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으로 구매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업계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인도가 러시아와의 상업적 거래를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의 민간 정유업체는 최근 가격이 하락한 러시아 원유를 대규모로 구입하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 원유를 구매한 뒤 정제하고, 이를 다시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에 훨씬 비싼 가격을 받고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인도 정유업계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번 전쟁이 대형 호재가 된 셈이다. 

원래 중동과 인접한 인도는 러시아 원유 구매량이 많지 않은 국가였다. 러시아에서 인도까지 원유를 운송하는 데 45일 이상이 걸리고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이라크에서 인도 서부 항구까지 석유를 운송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6일에 불과하다. 전쟁 이전에 인도가 러시아에서 구매한 석유는 평균적으로 수요의 약 2% 정도에 불과했다. 2월에는 아예 수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몇 달 동안 인도의 러시아 원유 수입은 크게 늘고 있다. 물류 조사업체인 케이플러의 데이터에 따르면 인도의 5월 러시아 원유 수입량은 하루 84만645 배럴에 달한다. 이는 4월 하루 수입량인 38만8666 배럴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5월 하루 수입량인 13만 6774 배럴에 비하면 폭증한 것이다.

수입량이 계속 늘면서 이번 달 인도의 러시아 원유 하루 수입량은 105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케이플러의 빅터 카토나 원유분석가는 "하루 수입량이 0에서 100만 배럴까지 증가했다"면서 "이것은 러시아 우랄산 원유가 인도 원유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서 약 20%로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시아가 러시아의 원유 수입을 늘리면서 러시아의 원유 판매량이 더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거의 돌아왔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원유는 기존 브렌트유에 비해 30~40달러 저렴한 수준으로 인도에 들어오고 있다. 이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25달러에 머물고 있을 때 인도 정유업체가 원유를 90~95달러 수준으로 구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도 에너지 기업인 릴라이언스와 나야라 에너지는 5월 하루에 약 25만 배럴에 달하는 러시아 원유를 수입했다. 나야라 에너지의 경우 러시아 최대 석유 생산업체인 국영 로즈네프가 지분 49%를 소유하고 있다. 

이처럼 인도가 공공연하게 러시아와 거래를 하고 있음에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적극 개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인도를 통해서라도 세계 시장에 석유가 공급되지 않을 경우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방이 러시아 석유 시장에서 손을 떼고 있는 동안 인도의 (러시아 원유) 구매는 국제 유가를 억제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NYT "제재 효과 떨어질 것 "
서방의 대러 제재 이후 인도가 러시아 원유의 주요 구매국으로 부상하면서 제재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가 가격이 떨어진 러시아 원유를 사들이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 제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NYT는 지난 3~5월 유럽에 공급된 러시아 원유가 하루 55만4000 배럴이 줄었지만, (러시아 원유의) 아시아 판매량은 하루 50만3000 배럴이나 늘어났다면서 러시아의 수출량은 전체적으로 크게 타격을 입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인도와 중국이 주요 구매자다. 중국의 경우에는 지난달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이 전월 대비 28%나 늘어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러시아 원유 수입량을 줄였다. 

한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제재가 독일과 다른 동맹국들에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연대는 대가를 치르기 때문에 유럽과 동맹국이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숄츠 총리는 21일 독일산업연맹(Federation of German Industries) 연차총회 연설에서 독일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숄츠 총리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효과가 있지만, (이는) 우리 자신에게도 해를 끼친다"면서도 "우리에게 피해를 주기는 하지만, 제재를 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유에는 대가가 있으며, 민주주의에도 대가가 있다"면서 "친구, 파트너와의 연대에는 대가가 있으며, 우리는 이 가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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