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쓰나미] 끝 안 보이는 '물가 상승' 정점…금리 인상 외 해법찾기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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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2-06-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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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끝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당초 2분기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됐던 물가 상승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물가 정점 시기 또한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이에 한은이 물가 상승세가 꺾일 때까지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 운용을 예고하고 나섰지만 기준금리 인상 외에 뚜렷한 해결책은 찾아보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은 “물가상승률, 이달 5%대 중반 웃돌 것···물가 정점? 당장은 가늠 어려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물가 안정 목표 운영상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다음달 발표될 6월 물가상승률이 전월 상승률(5.4%)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 5월 물가상승률이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물가 상승률은 낮게는 5% 중후반대, 높게는 6%를 넘어설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EU의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 수입 제한, 중국 내 봉쇄조치 완화 등으로 국제유가의 상방압력이 높아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여기에 곡물 등 국제식량가격이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민간소비 회복 흐름이 이어지면서 물가상승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기관의 국제유가 전망을 보면 지난해 배럴당 70~71달러 수준에서 올해는 107~222달러 수준까지 급등했다. 해당 기관들은 내년 국제유가 전망에 대해 97~122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OECD는 지난 8일 발표에서 국제유가가 올해(107.4달러)보다 내년(121.9달러)에 더 뛸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물가 오름세는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와 곡물 등을 중심으로 해외 공급요인의 영향이 이어지면서 상반기보다 오름폭이 확대될 여지가 높다는 것이 중앙은행의 시각이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지수인 근원물가 상승률 역시 상당기간 3%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됐다.


물가흐름 역시 지난 5월 전망경로를 웃돌 것으로 관측됐다. 한은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의 높은 오름세 지속, 글로벌 공급차질 심화,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소비 회복세 확대가 상방 리스크, 국내외 경기회복세 둔화, 원자재 수급여건 개선 등이 하방 리스크로 각각 잠재해 있는 상황"이라며 "전반적으로는 상방 리스크가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한은, 연 물가 전망치 올해에만 3차례 상향···"고물가 고착화될라" 우려 증폭

한은의 물가 전망치는 현재의 물가 상승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물가 전망치는 이미 올해만 3차례에 걸쳐 상향 조정됐다. 올 초 2% 수준에 머물렀던 물가 상승률 전망은 2월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3.1%로 상향됐고 뒤이어 지난 5월에는 다시 4.5%로 급등했다. 이어 또다시 한 달 만에 4.7%로 0.2%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의 장기 물가 관리 목표치인 연 2% 수준과는 큰 격차로 벌어진 형국이다.

특히 물가가 오른 품목 비중을 나타내는 '물가상승 확산지수'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달 물가상승 확산지수는 70.1로, 과거 급등기인 2008년(69.1)과 2011년(68.6)보다도 높다. '물가상승 확산지수'란 품목별 전월 대비 상승률에 점수를 부여하고 이 점수를 품목별 가중치를 적용해 합산한 숫자다. 이 지수가 높다는 것은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품목 458개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품목과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상승압력 장기화 속 물가 상승 기대심리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고물가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1년 뒤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3%를 상회하고 있고 장기 기대인플레도 2% 수준까지 상승했다"며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가 임금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임금·물가간 상호작용이 강화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일반 소비자들의 체감도가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 물가 등의 경우 기대인플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측면에서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도 한 금통위원이 "일반인들이 물가 정보에 더 민감해지고 향후 인플레이션 기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기업의 비용전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과 임금인상 요구 등을 통해 2차 파급효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사···정부도 대책 마련 나섰지만 "뾰족한 수 없어"

이러한 상황에서 통화당국이 꺼내든 해결책은 역시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카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의 통화정책에 대해 "물가, 경기, 금융안정, 외환시장 상황 등 향후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데이터 디펜던트(data-dependent, 경제지표 의존)하게, 유연하게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이처럼 물가 급등세에 대한 강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도 한층 짙어졌다. 이 총재는 7월 금통위에서의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부정하지는 않으면서도 "물가 하나만 보고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빅스텝은 물가 상승이 경기나 환율에 주는 영향,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이자비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역시 최근 고공행진 중인 물가의 심각성을 연일 언급하며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공급 측면에서 물가상승 요인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들을 다 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날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물가 상승에 따른 선제적 조치를 지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과 같은 물가급등 상황에서는 근본적인 대처가 쉽지 않다는 것이 현 정부의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고물가, 고금리로 인한 문제에 근본적으로 대처할 방도가 없다”면서 “우리 경제정책당국이 근본적인 해법을 내기 어려운 만큼 (고물가와 고금리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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