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음악감독 김문정이 좋아하는 일을 오래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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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2-07-0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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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수명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오랫동안 일을 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는 여가와 힐링의 수단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좋아하는 일이 먹고 사는 문제인 직업이 될 때 깊게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오랫동안 뮤지컬계에서 일을 해온 김문정 음악감독과 좋아하는 일을 오래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더피트 제공/ 김문정 감독]


Q. 나는 이러한 감독이 되고 싶다 하는 게 있나요?
A. 감독은 음악과 별개로 또 다른 책임감이 있어요. 음악감독이라는 자리가 자기관리를 안하면 민폐인 자리더라고요. 그래서 약속을 잘 지키는 음악감독이 되자고 다짐했어요. 시간약속이나 연습량을 채우지 않으면 연출이나 안무 등 다른 파트들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숙제를 잘하고 약속을 잘 지키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감독이 되고 싶고 지금도 그렇게 일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Q.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과 관객들이 좋아하는 걸 어떻게 맞추고 있나요?
A. 공연이라는 건 시간과 대가를 지불하고 위안이나 만족을 얻기 위해 찾는 상업적인 계약이 이뤄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관객을 외면하고 나만 좋아하는 걸 하는 건 순수예술이겠죠. 뮤지컬은 상업예술이기 때문에 기준을 잘 잡아야 돼요. 감사하게 저는 20년차가 되다 보니까, 노하우가 쌓이면서 제 기준들이 생겨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 내가 좋아하는 걸 고집하는 어느 순간에 그래도 함께 가는 것에 대한 주제의식을 먼저 생각하게 돼요. ‘이게 어떤 주제이고, 이 주제가 관객들에게 잘 먹힐 것인가’했을 때 내가 고집했던 걸 내려놓는 순간들이 생기게 되죠. 그래도 지금은 관객들의 선호에 맞춰서 나의 예술적인 고집을 조율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어요.
 
Q. ONLY콘서트를 진행하고 계시잖아요. 어떤 무대인가요?
A. 수많은 작품들을 했고 수많은 배우들을 알고 관객들의 선호도에 있어서 조금은 해안이 있지 않을까 해서 콘서트를 하고 싶었어요. 갈라콘서트 형식보다 음악감독의 콘서트는 조금은 다른 뮤지컬 지식을 전달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내가 경험한 다양한 소리들을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사진= 더피트 제공 ]

Q. 인간관계에 있어서 감독님만의 원칙이 있나요?
A. 제가 워낙 변덕이 심해서 오늘은 이 친구가 이해가 너무 안됐다가 돌아서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에 쉽게 마음이 열려요. 그래서 친한 사람들이 저의 장점이자 단점이 정이 많은 거래요. 서운했다가 금방 마음이 열려서 “감독님, 이렇게 화나셔도 금방 풀리실 거잖아요”라고 주변에서 얘기를 많이 들어요. 그때 그때 그 사람한테 마음에 가는 느낌대로 행동을 하죠.
“어떤 사람은 이래”라고 틀 안에 가둬 두는 게 가장 안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듯이 제가 의도치 않은 행동을 해야 될 때도 있고 그게 어떻게 보이는지 일일이 다 설명을 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때그때 본능적으로 오는 그 사람과의 교감에 충실하려고 해요.
 
Q. 직업병이 있나요?
A. 라이브 카페 같은데 가는 걸 너무 싫어해요. 음정이 안 좋거나 제대로 연주가 안될 때는 힘들죠. 그리고 슬픈 직업병이라고 하면 다른 사람의 공연에 가서도 자꾸 즐길 줄 모르고 관찰자 입장에서 보게 되니까, 많이 내려놓고 보려고 노력을 하는데 그게 잘 안될 때는 혼자 슬프고 속상해요.
 
Q. 성실성을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 것 같아요. 열심히 하는데 못하는 사람이랑 엄청 대충 하는데 잘하는 사람 중에 누구를 더 혼내시나요?
A.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엄청 대충 하는데 잘하는 사람이에요. 그건 책임감이고 무게감이고 프로세계에서 자기관리를 못하는 건 민폐이기 때문에 실력은 미덕이죠. 열심히 하는데 못하는 사람들은 혼을 내지 못해요, 그 사람들이 같이 일하기 제일 힘들어요.
차라리 열심히 안하고 못하면 혼이라도 내는데 열심히 일하고 못하면 너무 힘들어요.
 

[사진= 더피트 제공 ]


Q. 학생들이나 신입들한테 가장 가르쳐 주고 싶은 게 있나요?
A.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배우를 꿈꾸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그 자리는 혼자 빛나는 자리가 아니라는 걸 늘 얘기하고 있어요. 그래서 주변의 모든 스태프와 자신을 그 자리에 세우기 위해서 많은 노력들을 한 사람들에 대해서 항상 예의를 갖추고 그분들의 꿈을 짊어지고 무대에 올라간다는 걸 잊지 말아라. 그래서 그분들과의 관계의 중요성이나 그분들과의 협업에 있어서 예의들을 많이 가르치고 있어요.
그래서 공손하게 얘기하고 네 이야기를 할 때 주장을 하되, 말하는 방식이나 타이밍 같은 것들을 신경 쓰고 절대 실수하지 않고 준비가 된 상태에서 무대에 올라가는 것들이 그 사람들에 대한 예의와 노력에 대한 보답이라고 얘기해요. 무대 사람들은 상하관계가 없다고 말해줘요. 포지션이 다를 뿐이지.
  
Q.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요?
A. 특별히 없어요. 다만 일을 할 때 소신은 있어요.
’1, 여기서 나를 정말 필요로 하는가‘, ’2. 내가 즐기면서 잘할 수 있는 일인가‘, ’3, 이게 돈이 될까‘
1번이 되면 2, 3번이 따라가는 경우가 많죠. 2번이 되면 3번이 무시될 때도 있고요. 근데 3번이 주가 돼서 했던 건 1, 2번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Q. 돈보다 중요한 건 뭔가요?
A. ’이 사람이 나를 정말 필요로 하는가‘, ’내가 정말 재밌나‘ 이게 제일 중요해요.
 
Q. 김문정의 인생을 뮤지컬로 만든다면 막을 어떻게 올리면서 시작하고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나요?
A. ’맘마미아‘의 소피처럼 음악에 대한 호기심과 하고 싶은 게 많은 소녀로 시작해서 ’돈키호테‘처럼 즐거운 순간을 같이 ’우리 함께 누리자‘로 공유를 하고 싶고 마지막은 ’원스‘처럼 어디선가 ’자기 음악을 열심히 하면서 잘 살고 있을거야‘라고 하면서 주인공이 헤어지는 것처럼 열린 결말로 마무리하고 싶어요.
 

[사진= 더피트 제공]

Q. 음악감독으로서의 김문정, 사람으로서의 김문정은 어떤 사람인가요?
A. 음악감독으로서의 김문정은 알아서 잘하는 사람, 사람으로서의 김문정은 손이 많이 가는 사람(웃음), 저는 요리도 잘 못하고 집안도 잘 못 꾸미고 그래서 주변에서 손이 많이 간다고 하네요.
 
Q. 직업만족도는 5점 만점에 몇점이고 길을 가다가 누군가 감독님의 직업에 대해 묻는다면 어떻게 말할 건가요?
A. 5점이요. 음악 그리고 사람들과 같이 하는 걸 좋아하고 뭔가 해결하는 걸 주저하지 않았어요. 근데 음악감독이 음악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 관계의 중요성이 있고 경력이 쌓여야 되는 일이에요. 저한테 가끔 음악감독이 되고 싶다고 메일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 일이 공채나 오디션이 있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본인의 성향 파악을 먼저 해야 돼요. 당연히 음악은 잘해야겠지만 감독이 하는 일은 누가 시켜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인가 재점검을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본인이 정말 계속 하고 싶은 일이라면 현장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경험을 하면서 본인을 알아갔으면 좋겠어요. 노력하고 열심히 해서 때가 되면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Q. 누군가에게는 뮤지컬이 취미인데 감독님은 직업이잖아요. 감독님의 소확행은 뭔가요?
A. 없어요. 매해 찾고 싶은 삶의 목표인데 기껏해야 가끔 독서하고 영화 보는 거예요. 그리고 아예 음악 없이 드라마 보면서 멍 때리고 있을 때가 있어요. 멍 때리는 시간이 소확행인 것 같네요.
 
Q. 마지막으로 인생의 무대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인생을 수업이라고 하기도 하고요. 우리가 어렸을 때도 자기가 좋아하는 수업이 있고 힘들어 하는 수업이 있었듯이 언제나 좋아하는 수업만 하면서 인생수업을 받을 수는 없겠죠. 힘든 순간도, 내가 하기 싫은 과목이라도 열심히 부딪혀보면 인생을 왜 수업이라고 표현을 했는지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어려운 순간 나의 모진 시련과 고통도 돌이켜 보니 이것을 위해 얻는 게 있었던 과목이었다‘ 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굴곡이 있고 난관이 있는 고민이 있다면 돌아보면 깨달음이 있는 필요한 시간이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조금 먼저 산 선배 입장에서 이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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