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뛰는 기름값, 뒷북 정부] 휘발유 가격 연일 최고가…이제야 '탄력세율'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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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22-06-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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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차량이 주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유류세를 추가로 낮추기 위해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의 탄력세율 조정을 검토한다. 국제유가 고공 행진에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자 내놓은 카드다.

다만 국내에 들어오는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이라 유류세를 내리더라도 실질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제야 탄력세율 카드를 검토하는 것은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당정 "유류세 추가 인하" 한목소리
15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동 국회 본관에서 개최한 제3차 당정협의회에서 정부에 유류세 인하 폭 확대를 요구했다. 이날 협의회는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주제로 열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협의회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정부에 민생경제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특히 "서민 부담을 낮추고자 유류세 인하 조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유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으며 "유류세 인하 폭 확대 방안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물가안정·민생안정을 기해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유류세 인하 폭 확대는 윤석열 대통령도 언급한 대책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유류세 추가 인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14일 대통령실 출근길에서는 "공급 사이드(부문)에서 물가 상승 요인이 나온다"고 진단하며 "공급 사이드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본관에서 열린 제3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기존 인하대책 효과 '뚝'···탄력세율 검토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개월간 휘발유·경유·액화석유가스(LPG)부탄에 부과하는 유류세를 20% 인하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를 살 때 부담하는 유류세가 기존 820원에서 656원으로 내려갔다.

이어 올해 5월부터는 인하 폭을 30%로 확대해 유류세가 573원으로 더 낮아졌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5월 첫 주엔 기름값 인하 효과를 봤지만, 이후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달 12일 리터(ℓ)당 1953.29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기존 최고가는 2008년 7월 16일 세운 1947.74원이다. 이후 매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24일엔 휘발유보다 먼저 2000원대에 진입했다. 

휘발유 가격도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26일 ℓ당 2002원을 기록하며 2000원을 돌파했다. 이달 11일엔 2064.59원으로, 기존 최고가였던 2012년 4월 18일 2062.55원을 넘어섰다.

15일 오후 7시 기준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6.18원 오른 2088.16원, 경유는 7.44원 상승한 2091.11원을 기록하며 최고가 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당정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유류세 추가 인하는 교통세의 탄력세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휘발유 1ℓ에는 △교통세 529원 △주행세 138원(교통세의 26%) △교육세 79원(교통세의 15%) 등 746원의 유류세(종량세)와 유류세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교통세의 법정 기본세율은 ℓ당 475원인데, 현재는 이보다 높은 탄력세율을 적용 중이다. 적용 기준을 법정세율로 바꾸고, 여기서 30%를 인하하면 휘발유 유류세는 지금보다 ℓ당 57원 더 낮은 516원이 된다. 유류세 실질 인하 폭이 37%까지 커지는 것이다. 

여당도 정부에 탄력세율 조정을 주문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유류세 탄력세율(조정)을 최대한 높여 국민 부담을 줄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통신사진기자단] 

늑장 대응 논란···무용지물 우려도

정부가 탄력세율 검토에 나선 것을 두고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물가 상승률이 5%대로 치솟자 그제야 내놓은 카드여서다. 처음 시도하는 정책도 아니다. 정부는 이미 2008년과 2010년, 2018년에 탄력세율을 적용해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내렸다.

반면 정부가 쓸 수 있는 '최후 수단'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타당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탄력세율을 손보더라도 기름값이 내려가는 효과는 미미할 전망이다. 휘발유 가격은 국제 휘발유 가격에 관세, 석유 수입 부과금, 기타 유통비용 등을 포함한 세전 판매가격과 세금으로 정해진다.

이 가운데 유류세는 정액이라서 국제유가가 올라도 변동이 없지만 세전 판매가는 다르다. 국제유가가 뛰면 따라서 오른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유류세 인하분보다 많으면 탄력세율 조정도 소용이 없게 된다.

통상 국제유가는 2~3주 뒤 국내 휘발유 판매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수입 원유 기준인 두바이유는 14일(현지시간) 싱가포르거래소에서 전날보다 3.04달러 오른 배럴당 118.6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은 배럴당 118.9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보다 2.0달러 떨어진 것이지만, 장 중 한때 배럴당 123.68달러까지 치솟아 3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영국 런던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브렌트유 8월 인도분은 배럴당 121.1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러다 보니 법을 바꿔 유류세 인하 한도를 더욱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유류세 인하 폭을 100%까지 확대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교통·에너지·환경세법과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당은 법 개정에 긍정적이다. 성 의장은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유가와 관련해 "탄력세율로 조절이 불가능한 것은 추후 여야 입법으로 물가를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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