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대북정책 '디커플링' 우려...원칙론 혹은 수위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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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기자
입력 2022-06-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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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 전문가' 바이든은 왜 방한기간 '외교 결례'를 범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6월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 행사에 앞서 2015년 북한의 도발로 부상한 목함지뢰 영웅 김정원 중사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이어 '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대북 원칙론'에 기반한 '강 대 강'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유사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 측에선 다소 다른 기류가 포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천안함 피격과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전,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 등 북한 도발에 맞선 유공자 및 그 가족들을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초청했다.
 
윤 대통령은 연평도 포격전의 유가족이 '이제 연평도 포격도발에 우리 정부가 당당하게 북한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하자, "사과받을 필요가 없다"며 "그러한 일이 지금 벌어지면 '원점타격'으로 대응하면 된다"고 말했다. 필요하면 현장에서 '선조치 후보고' 하도록 하겠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도발에 미국의 '수위조절'
 
윤 대통령의 '대북 원칙론'은 최근 북한 도발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에서도 확인된다. 북한은 현충일 전날인 지난 5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8발을 발사했다. 오전 9시 8분부터 43분까지 약 35분간 평양 순안, 평안남도 개천, 평안북도 동창리,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발사됐다.

북한의 도발에 한·미 당국은 다음 날 6일 오전 4시 45분부터 10여분간 강원 동해안 일원에서 대북선제타격(킬체인·Kill Chain) 핵심 전력인 에이태킴스(ATACMS) 지대지미사일 8발을 쏘아 올렸다. 한·미 연합전력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맞서 대응 실사격 훈련을 한 것은 지난 2017년 7월 이후 4년 10개월 만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8발의 지대지미사일 중 한국군이 7발을 발사하는 동안, 미군이 단 1발을 발사한 부분이다. 이에 미국 측이 북한의 도발에 원칙적으로 대응은 했지만, 일종의 수위 조절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8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가 미국 정부에) 확장억제를 부탁했으니 미군이 왕창 쏴줘야 하는데 이러면 (북한은) 확장억제의 실체가 저런 건가 하는 걸 느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2일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향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교 전문가' 바이든의 '외교 결례'...그 속내는
 
미군의 다소 소극적인 대응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 '외교 결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윤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희망했고, 바쁜 일정 등을 이유로 회동이 최종 무산되자 전화로 소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과 21일 오후 6시 52분부터 약 10분간 통화를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한‧미 동맹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이 주재한 공식 환영만찬 직전 통화가 진행됐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만찬장인 국립중앙박물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오후 7시 34분이었다. 당초 예고된 시간은 오후 7시였다. 바이든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과의 통화로 만찬이 늦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상관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대통령실이 통화를) 공식적으로 통보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현직 미국 대통령과 퇴임 한국 대통령의 만남은 전례가 없었다. 일국의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타국을 방문해 현직 대통령이 있는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외교적으로 상당한 결례에 속한다. 정권 재창출이 아닌 여야 정권이 교체된 상황,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면 더더욱 그렇다. 충분히 시간 조율이 가능한 전화 통화를 굳이 환영만찬 직전에 한 것도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의회 상원의원 시절 외교위원회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고 위원장을 역임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국제외교무대에서 활약한 '외교 전문가'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갖고, 또 어떻게 해석될지 충분히 인식할 사람이다.
 
이에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노골적인 '외교 결례'가 일종의 대북 메시지였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존중한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우리가 꼭 지지할 것이라고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미 집권세력 '디커플링'의 역사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거대 양당이 존재하고 번갈아 집권하는 정치구조도 비슷하다. 중도우파로 미국에 공화당이 있고, 한국은 민주자유당계(현 국민의힘) 정당이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중도좌파에 미국은 민주당이, 한국은 민주당계(현 더불어민주당) 정당이 자리한다.

1990년대 민주화시대 이후를 살펴보면 한‧미 집권세력의 정치성향은 엇갈려 온 경향이 있다. 한국에 민주당계 정당이 집권하면 미국은 공화당이 집권하는 식이다. 잠시라도 겹쳤던 것은 20년 전 빌 클린턴 행정부(1993~2001년)와 김대중 정부(1998~2003년), 조지 W. 부시 행정부(2001~2009)와 이명박 정부(2008~2013년), 최근 바이든 행정부(2021~)와 문재인 정부(2017~2022년) 정도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비슷한 성향의 정부가 집권하던 시기 한‧미 양국은 최고의 호흡을 자랑했다. 대표적으로 20년 전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할 때, 클린턴 행정부는 상호주의에 입각한 '페리 프로세스'로 뒷받침했다. 이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이산가족 상봉 등 눈에 보이는 남북교류 성과로 돌아왔다.

그러나 미국에 공화당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클린턴 시절 정책을 모두 파기했고 한반도 정세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어려움은 이어졌다. 보수당 계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미 관계가 개선된 바 있다.
 

한·미는 6월 6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8발 도발에 비례해 지대지 미사일 8발을 대응 사격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도발에 대응해 이날 새벽 4시 45분부터 약 10분간 연합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 총 8발을 동해상으로 사격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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