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 대폭 손질] 먹는샘물 위반해도 고시하면 끝?...생색만 낸 알권리 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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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2-06-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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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반해도 고시 기간 짧아...음용수 위생 문제

  • 보완 필요성 제기...연내 수정 지침 발표 예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물, 깨끗한 거 맞아?" 외근이 잦은 A씨는 오늘도 편의점을 찾아 생수를 샀다. 날이 더워지면서 더 자주 생수를 사 먹게 됐지만, 내가 마시는 물이 깨끗한지, 먹어도 안전한지 늘 의심부터 하게 된다. 시중에 유통되는 생수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는 뉴스라도 보게 되면 예전처럼 수돗물을 끓여 마셔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물 소비가 늘고 있지만, 주무 부처인 환경부가 고지하는 먹는샘물(생수)의 수질 기준 위반 정보는 깜깜이 수준이다. 제조업체와 초과 항목, 처분 일자 등만 적혀 있어 내용이 부실한 데다 공표 기간도 짧아 국민 알권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먹는 물 외에 수처리제, 정수기에서 위반사항 적발 시 해당 내용을 공표하는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국민 알권리 충족을 위해 '먹는물관리법'이 만들어졌지만, 공개하는 위반 정보가 부족해 생색만 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제조사명만 공개하고 제품명은 깜깜이
최근 들어 물을 사 먹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국민 3명 중 1명은 물을 먹을 때 생수를 사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돗물을 끓여 먹었던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다.

2019년 3월 신설된 수도법 제29조의2(수돗물 먹는 실태조사)에 따라 통계청은 지난해 9월, '2021년 수돗물 먹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가운데 생수를 구매해 마시는 가구는 662만 가구로 가장 큰 비중(31.6%)을 차지했다. 특히 청년층에서 생수 소비가 두드러졌다. 29세 이하와 30대가 가구주인 집 가운데 생수를 그대로 마시는 비중은 각각 68.2%, 41.0%였다.

생수를 찾는 소비자는 늘었지만, 먹는샘물이 수질 기준을 초과한 경우 공표하는 내용은 부실한 상황이다. 현재 환경부는 홈페이지에 '먹는 물 영업자 위반현황'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수질 기준을 어겨 적발된 업체 정보와 초과 항목, 처분 내용 등이 공개된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제조한 제품이 어떤 제품명으로 유통되는지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수원지에서 똑같은 제조사가 만들어도 상표만 다르게 붙여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소비자들이 직접 환경부 홈페이지에 들어와 수질기준을 위반한 먹는샘물 업체를 확인한 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건 제조업체명이 아닌 제품명인 점을 감안하면 '보여주기식 공표'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적발 사유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음용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도 문제다. 현재 환경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최근 6년간 제품수 수질기준 위반 먹는샘물 제조업체 현황'을 보면 비소, 브롬산염 등 기준을 초과하는 항목이 무엇인지만 공개돼 있다. 해당 제품이 허용기준을 얼마나 초과했는지 등에 관한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준 초과했어도 공표 기간 짧아...솜방망이 처분
공표 기간이 짧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관련 지침을 보면 △경고는 처분일로부터 1개월 △영업정지는 영업정지 기간 종료일로 3개월 △영업허가등록취소처분은 허가등록귀소일로부터 1년 △사업장 회수 폐기는 종료일까지 관련 내용을 공표하게 돼 있다.

먹는 물의 특성상 '안전성'이 최우선시돼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수질 기준을 위반한 업체를 공표하는 기간이 짧은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관련 지침은 2011년 신설됐다. 10년이 지난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올해 연말쯤 수정된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기업 입장도 고려해야 해 공표 기간을 더 늘릴지에 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입장만 고려하면 위반 사실을 더 오랜 기간 공개해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해야 맞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보면 공표 기간 연장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연구용역에 맡겨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소비자와 기업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홈페이지 들어가 위반사항 직접 찾아야
소비자가 때에 맞춰 환경부나 해당 지자체 홈페이지에 방문해 관련 정보를 직접 찾아야 하는 점도 문제다.

먹는물관리법을 보면 환경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위반사항을 공표할 수 있다. 해당 사업장이 있는 지자체에서 위반 내용과 처분 사실 등을 환경부에 통보하면 환경부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방식이다. 해당 지자체도 개별적으로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때에 맞춰 정보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먹는샘물 판매처에서 위반내용을 공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법에서 정한 고시 의무를 초과하는 것으로 현실화하기 쉽지 않다. 
 
아울러 환경부는 먹는샘물 외에 정수기, 수처리제 등에서 위반 사실이 적발된 경우 공표 주체를 좀 더 명확하게 할 방침이다.

현재는 먹는샘물 외에 정수기, 수처리제 등은 환경부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위반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지자체가 위반 사실을 환경부에 통보하면 환경부는 공표만 하는 체계였다. 앞으로는 환경부와 지자체가 동시에 공표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먹는샘물 뿐만 아니라 수처리제, 정수기 등에 관한 공표도 환경부와 지자체가 동시에 하는 쪽으로 체계를 바꿔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홈페이지에 있는 '먹는물영업자 위반현황' 게시판. [사진=환경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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