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의 역설] 정유업계, 역대급 실적에 미소?...국내 마진은 오히려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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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2-06-0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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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상승 현안과 함께 역대급 실적을 기록 중인 정유4사(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의 내수마진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는 줄고, 원유 공식판매가격(OSP)는 증가했으며, 국제유가 인상분을 내수용 석유제품에 반영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정유업계는 늘어난 수출 물량으로 내수침체를 이긴다는 입장이지만, 정부 차원의 물가 안정 대책 등이 등장한다면 내수시장에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수요 줄고, 인상은 어려워...물가안정대책 나오면 마이너스 수익률 우려도
 
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람코는 7월 OSP를 전월 대비 2.1달러 오른 배럴당 6.5달러로 결정했다. 올해 초 배럴당 3.3달러였던 것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뛰었으며, 지난해 1월 0.3달러와 비교하면 21배를 넘어선다.

OSP는 두바이유 등의 국제유가를 도입할 때 공급사에 추가로 지급하는 금액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공급사가 유동적으로 조정한다. 국내 도입되는 석유의 33%가 두바이유로 주요 공급사는 아람코다.

OSP가 인상됐다는 것은 석유를 사 오는 가격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OPEC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석유 금수조치에 따라 석유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도 OSP가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석유제품 수요는 크게 감소했다. 지난 4월 기준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전체 석유제품 국내 수요는 7372만 배럴로 1월(8711만 배럴) 대비 18.18%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석유제품 수요가 7576만 배럴에서 7616만 배럴로 0.52% 증가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석유제품의 내수 시장이 침체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수치다.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석유제품 가격 인상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정유업계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국내 주유소 휘발유, 경유 가격은 2000원을 넘어섰는데 국제 석유제품 상승 폭과 비교하면 높지 않은 수준이다. 6월 첫째 주 아시아 역내 석유제품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시장에서 휘발유(92RON) 가격은 배럴당 149.27달러로 1월 첫째 주(배럴당 91.19달러) 대비 62.59%가 올랐다. 경유 가격은 배럴당 91.86달러에서 165.07달러로 79.7% 폭등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정유사들의 주유소 휘발유 공급가는 리터당 1469.4원에서 1914.6원으로 30.3% 늘었으며, 경유 공급가는 1293.6원에서 1875.6원으로 45% 늘었다. 국내 시장의 석유제품 인상 폭이 국제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은 사실 많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글로벌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수출량과 정제마진이 동시 늘어나 이를 커버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더 이상 기름값을 내릴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의 걱정은 정부의 ‘물가안정대책’이다. 재계는 지독한 인플레이션 상황에 따라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대규모 물가안정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체감이 가장 큰 주유소 기름값을 두고는 정유업계에 마진축소, 이익반환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정유4사의 2분기 실적에 따라 이익분의 최대 5%를 환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미 내수시장은 제로마진에 가까운 상황에서 추가적인 마진 축소는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을 의미한다. 민간 기업에 손해를 보고 물건을 팔라는 요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우리 업계가 지난 2020년 5조원의 적자를 보고, 지난해에는 7조원 흑자를 냈다”며 “이처럼 정유시장의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벌어둘 수 있을 때 이익을 최대한 축적하는 것이 기업 안정성을 위한 일이다. 당장 더 벌었다고 해서 마이너스 경영을 하거나 이익을 토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수출은 역대급 호황...자동차 제치고 4대 수출품 등극
 
국내 시장의 침체와 반대로 정유4사의 수출은 역대급 호황이다. 올해 1분기에만 석유제품 수출물량이 전년동기대비 20% 증가하며, 11년만에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대한석유협회(KPA)는 올해 1분기 정유4사의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량은 1억899만 배럴로, 지난해 1분기 대비 20.0%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수출금액은 120억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5.3% 늘어 1분기 증가율로는 지난 2000년(118.2%) 이후 2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1분기 국가 주요 수출품목에서도 자동차를 제치고 4위를 기록했다.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수출단가에서 원유 도입단가를 뺀 수출 채산성도 전년 동기(8.8달러) 대비 10.7달러 증가한 19.5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도 1월 첫째 주 배럴당 6달러에서 꾸준히 상승해 6월 들어서는 배럴당 22.87달러까지 올랐다.

석유제품별로는 경유가 전체 석유제품 수출량 중 42%를 차지해 가장 높았고, 뒤이어 휘발유(25%), 항공유(13%), 나프타(6%)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공유는 지난 코로나 2년간 전 세계 여행객 감소로 석유제품중 가장 크게 수출이감소하였으나, 최근 코로나 완화에 따른 이동수요 증가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글로벌 석유수급이 매우 타이트해진 상황이지만 국내 정유사는 세계 5위의 정제능력과 우수한 정제경쟁력을 보유한 석유강국”이라며, “앞으로도 정유업계는 국내 수급 안정뿐만 아니라 수출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서 업계 수익성 개선 및 국가 수출에도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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