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수력 지고 신재생이 뜬다" 베트남, 태양광에너지 세계 10위권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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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2-06-0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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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GW 태양광 발전설비로 정부 목표치 2배 초과...1년새 25배 폭풍 성장

“베트남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세계 어느 곳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체 전력 점유율 면에서만 비교한다면 프랑스나 일본보다 이미 베트남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더 높다. 이 분야 선도국은 단연 베트남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베트남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매체는 “베트남은 화석연료가 가득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밝은 곳 중에 하나가 됐다”고 짚었다. 이어 “동남아시아는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라면서 "에너지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희망하는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베트남에서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아주경제]

◆“베트남,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동남아시아 주도국”
베트남의 신재생에너지에서 가장 놀라운 성장을 보이는 곳은 태양광 부문이다. 베트남전기공사(EVN)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태양광 발전량은 지난해 16.6GW(기가와트)를 돌파했다. 이는 세계 10위 규모다.

물론 아직까지 전 세계 태양광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로 높지 않다. 그러나 놀랍도록 빠른 성장세에 이목이 쏠린다. 베트남 태양광발전 분야는 2018년 이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4년 전 베트남 내 태양광발전이 전체 전력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5%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2년 현재 태양광발전 점유율은 약 25%로 껑충 뛰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이었던 2020~2021년에는 태양광발전 용량이 무려 25배나 증가했다. 당초 올해까지 베트남 정부가 내세웠던 태양광 전력 생산 목표는 8GW였지만 이미 목표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EVN은 현재 승인 대기 중인 프로젝트까지 모두 건설에 들어가면 2030년까지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은 26GW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베트남 태양광 발전용량이 커진 이유는 FIT(발전차액지원·Feed-in Tariff) 정책 덕분이다. FIT는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고려해 태양광 발전 전력 가격을 일정 부분 보장하는 제도로, 태양광 설비설치 장려 정책의 일종이다. 

베트남은 2018년 FIT 정책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예를 들어 옥상 태양광 발전시설에는 ㎾당 최대 87달러로 전력판매 가격을 향후 20년간 보장하는 것이다. 주변국인 태국은 옥상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FIT 요율은 ㎾당 57달러 수준이다. 지난해 베트남 정부는 태양광 발전량이 정부 목표치를 초과하면서 FIT 관련 혜택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다른 동남아 국가와 비교하면 높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베트남 신재생에너지 전문가인 하민즈엉 박사는 “일반 대지뿐만 아니라 가정과 기업에서도 옥상 태양광발전 패널을 설치할 수 있게 했던 정책이 지난 2년간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베트남에서 태양광발전 황금시대를 열었다”고 지적했다. 
 
◆2050년까지 탄소 제로 목표···일부선 “신재생에너지원 다양화 필요성 제기”
베트남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적합한 환경을 갖춰 잠재력이 높은 국가 중 하나로 평가된다. 베트남 북부의 연간 일조 시간은 1500~1700시간이며 중남부 지역은 연간 평균 일조 시간이 2000~2600시간으로 세계 평균 대비 2배 이상이다. 그만큼 태양광발전에 유리하다는 얘기다. 

팜민찐 총리는 앞서 유엔기후변화회의(COP26)에 참석해 결과적으로 베트남의 태양광발전은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대로 순탄히 가고 있다면서 탄소 제로 기후변화 공약 실현을 위한 국가운영위원회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베트남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가전력개발계획(PDP)에 맞춰 2030년까지 베트남 전력원 내에서 석탄발전과 가스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각각 27%와 21%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수력은 18%로,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 부문은 3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재생에너지에서 태양광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태양광 발전시설이 베트남의 넓은 농토를 잠식하면서 생길 수 있는 식량안보 우려, 태양광의 뜨거운 열로 인한 환경재해 등 부작용을 고려했을 때 풍력 등 다른 분야 성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베트남은 지난 4년간 태양광발전 비율은 압도적으로 늘었지만 풍력, 지열 등 다른 분야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크게 늘지 않았다. EVN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베트남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 비중은 25%까지 늘기는 하지만 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4%, 바이오메스는 1%, 기타 에너지원은 1% 수준에 멈추었다. 

레화이짱 베트남에너지협회장은 태양광발전은 불과 수개월 사이 완공이 가능한 반면 풍력은 프로젝트 비용이 비싸고 허가와 완공도 3년 이상 걸리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베트남이 잠재력이 높은 풍력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탄소 배출 제로 정책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에너지협회에 따르면 베트남 연간 평균 풍속이 초속 7m 이상이고 국토의 3000㎞ 이상이 해안선을 따라 펼쳐져 있어 최대 풍력발전 용량은 200GW에 달한다.

베트남 정부는 태양광 에너지의 성공을 바탕으로 풍력에너지 대한 FIT 지원액을 늘리고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또 정부는 바이오매스, 지열 등 현재 전무한 다른 에너지원도 기술 개발과 투자를 통해 적극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레민카이 베트남 경제부총리는 지난 3일 정부상임위원회에서 “태양광발전은 2030년 달성 목표치였던 18.4GW 생산에 거의 다다랐다"면서 “게다가 신재생에너지가 태양광발전 분야에 치중돼 있다는 것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균형 잡힌 전력 생산과 베트남의 본질적인 발전을 위해 비태양광 재생에너지의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베트남의 남중부 지역 닌투언(Ninh Thuan)성에 위치한 한 태양광 발전소 [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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