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종 칼럼] 경제 안보 시대, 기업인 홀대하는 한국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병종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입력 2022-06-03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이병종 교수]

삼성 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이나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회장은 군복 입고 총을 쏘는 군인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의 어느 장병 못지않게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다. 이 점은 지난달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절실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의 방한 첫 일정을 평택의 삼성전자 공장에서 시작했고 현대자동차와의 만남으로 마지막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한국의 안보에 필수적인 동맹국 미국의 지도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즉 경제가 안 보이고 안보가 경제라는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물론 국내 정치적 타산에 기인한다. 중요한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물가 등으로 인해 날로 추락하는 자신의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삼성이나 현대의 대규모 미국 투자가 절실하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확보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켜 선거에 도움을 얻겠다는 것이 그의 계산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초강대국 미국의 지도자도 움직일 수 있는 한국 기업의 위상이 눈에 띈다.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의 대기업은 한국 정부 지도자 이상의 중요성을 갖는다.

신냉전 시대를 맞아 날로 중요시되는 경제 안보의 차원에서 봐도 이는 당연한 현상이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 및 기술 패권을 위해 대결하는 가운데 신자유주의 시대의 세계 경제는 차츰 분절화되고 이는 한국 같은 수출 주도형 경제에 큰 도전이 된다. 혼란스러운 탈세계화의 와중에서 미국 역시 우방국을 중심으로 무역 체계 및 공급망을 새로 구축해야 할 과제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미국에게 나토 및 유럽 국가와 결속은 더욱 시급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도쿄에서 천명한 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역시 같은 배경을 안고 출범했다.

일본, 호주 등과 함께 한국이 이런 체제에 참여하게 된 것은 미국 등 다른 참가국들에게 한국의 기업과 기술이 그만큼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와 맞서는 민주주의 및 시장경제 국가 연합에 있어 한국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삼성, 현대, LG, SK 등 대기업이 보유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5G 기술 등은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경제를 돌리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한·미 동맹은 과거 안보 차원에서 이제는 경제, 기술 차원으로 급격히 진화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경제, 기술의 이유만으로도 한국의 안보 및 방위에 기여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정책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례는 대만이다. 중국이 대만 침공 위협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유사시 미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돕겠다는 의지를 최근 몇 차례 표명했다. 백악관의 일부 부인이 있었지만 그의 의도는 명확해 보인다. 이는 1979년 미·중 외교 수립 후 미국이 인정해 온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고 그동안 미국 정부가 취해 온 전략적 모호성도 포기하는 것이다. 이 배경에는 역시 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서 대만의 협력이 미국에게는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일 대만에 TSMC 같은 세계적인 첨단 기업이 없었다면 대만의 안보는 지금보다 훨씬 더 불안해졌을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발판 삼아 중국은 대만 침공 위협을 더욱 노골화 했을 것이다.

급변하는 경제 안보 시대에 한국 기업은 밖에서 그만큼 중요해지고 환대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도 홀대받고 있는 상황이다. 재벌 및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쉽사리 풀리지 않고 기업인들은 아직도 따갑고 부정적인 시각에 시달리고 있다. 부도덕한 부패와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받기도 한다. 물론 이는 한국 기업이 자초한 일이다. 오랜 기간 권력과 밀착하여 특혜를 통해 사업을 확장했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를 탄압했고 환경 오염 등 많은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했다. 아직도 몇몇 대기업 및 기업 총수들은 이러한 문제로 인해 법과 여론의 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점은 과거에 비해 많은 개선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윤리 경영을 실천하고 이익의 사회 환원에 힘쓰며 환경 문제 등의 해결에도 앞장 서는 소위 ESG 경영을 채택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한국에는 반기업 정서가 강하고 특히 대기업을 보는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다. 이는 어찌 보면 한국 문화가 오래 간직하고 있는 사농공상의 전통과도 관련이 있다. 재물을 얻기 위한 상업 행위 자체를 천시하는 정서가 아직도 사회 곳곳에 남아있다. 자본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그 성과와 결실을 향유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타계한 삼성 그룹 이건희 전 회장은 1995년 소위 북경 발언을 통해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은 적이 있다. 한국 기업은 2류, 한국 정부는 3류, 한국 정치는 4류라는 충격적 발언을 통해 정치권의 미움을 한 몸에 산 적이 있다. 민주화와 개혁을 통해 지금 현재 한국 정부와 정치는 아마 3류, 4류를 충분히 벗어났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 기업은 그보다 더욱 발전, 진화하여 이제 1류로 도약했다. 문제는 이를 아는 사람들이 한국 밖에서보다 한국 안에 훨씬 적다는 점이다. 

이병종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언론정보학 박사 ▷AP통신 특파원 ▷뉴스위크 한국지국장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1개의 댓글
0 / 300
  • 마약쟁이 이재용을 다시 감옥으로 보내주세요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현지채용 한국인근로자에 갑질, 언어폭력을 일삼고 개선에 응하지 않고
    한국인 근로자를 억압하고 자신의 배를 불리는 악덕기업주 이재용
    - 주요 내용
    1. 부당해고 : 입사 설명회 시 정년 보장 약속 하였음
    ☞ 그러나 매년 몇 명씩 퇴사 조치하고 있음, 언제 해고 될 지 모르는 상태 근무하고 있음
    2. 주말(토,일) 강제 출근 요청에 의한 강제노동으로 주말 휴식 미 보장
    ☞ 쉬는 토요일 강제 근무시키고 특근비 미 지급

    공감/비공감
    공감:0
    비공감:1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