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으려니 경기둔화 우려... 한은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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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2-05-2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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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 3.0→2.7%로 하향 전망

  • 금리 인상 시 대출이자·자금조달비용 부담 증가

  • 미국·유럽 등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 대응 불가피

  • 이창용 총재 "경기침체 우려할 만한 상황 아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이어 올렸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후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도시 봉쇄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를 급격히 올렸다가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앞으로 인상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한국은행도 이에 대응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잠재성장률 예상치보다 높아 아직 경기침체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은행은 26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3.0%에서 2.7%로 하향 전망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4%로 종전 전망치(2.5%)보다 0.1%포인트 내렸다.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는 3.5%에서 3.7%로 상향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에 따른 수요 회복으로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성장률은 기존 각 2.2%, 2.4%에서 –1.5%, -0.5%로 하향 조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등의 여파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를 더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대출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 투자와 고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3.1%에서 4.5%로 올렸다. 한은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대로 잡은 건 2011년 7월 이후 10년 10개월 만이다. 4.5%가 실현될 경우 2008년 7월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물가 전망치가 된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를 한 번에 올리는 ‘빅 스텝’에 나선 데다, 올해 추가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을 시사한 점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배경으로 손꼽힌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려 한국과 금리 격차가 줄어들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유출돼 원화가치가 크게 하락(환율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또한 오는 7월에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국은행은 아직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여전히 잠재성장률보다 높아 경기침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소비가 늘고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보다) 물가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 현재 상황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침체되는 현상) 우려보다는 물가 상방 압력을 걱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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