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의 뒷끝 한방] '느낌' '뉘앙스'...텔레파시로 수사지휘 받은 안양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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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2-05-1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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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사하지 말란 얘기 들은 적 없어…'느낌'"

  • 강원랜드 수사외압 논란 이후 '지침' 생겨

  • 결재라인 외 의사결정은 기록 남겨야

이성윤 서울고검장[사진=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관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재판에서 일종의 '텔레파시 수사지휘'를 받았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핵심 증인으로 나온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은 이 고검장과 연락을 한 적이 없었고, 다른 핵심 증인인 배용원 차장(현 서울북부지검장)은 외압을 받았다면서도 '느낌' '뉘앙스'로 수사를 하지 못하게 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때문에 재판부도 근본적인 질문만 반복하고 있다. 당시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이 직접 전화를 했더라도 법무부는 안양지청을 직접지휘 할 수 없었는데 왜 대검에 이같은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지난 29일 이 고검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배 검사장은 재판 과정 내내 "대검에서 수사를 원하지 않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배 검사장은 당시 안양지청 관련자 중 유일하게 이 고검장에게 전화를 받은 인물이다.

배 검사장은 안양지청 차장으로 근무하던 2019년 6월 이 고검장이 자신에게 전화해 "법무부 하고 대검 하고 다 이야기가 돼서 그렇게 된 것이다. 서울동부지검장도 보고받아서 알고 있으니 확인해보라"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법무부나 대검의 의사가 이미 반영된 출국금지를 왜 문제 삼느냐는 취지였냐' '대검이 수사를 원치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느냐' 등의 질문에 배 지검장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변호인의 반대신문에 와서 배 검사장은 다소 주저하며 답변을 이어갔다. 배 검사장은 본인이 검찰 조사과정에서 발언한 내용이 담긴 조서를 보면서도 한참동안 어떤 의미로 발언을 했는지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판 과정 내내 구체적으로 수사를 하지 말란 말을 들은적이 없고, '뉘앙스' '느낌'으로 수사를 하지 못하게 했다고 증언했다.
 

변호인 : 증인, 이성윤 당시 반부패부장이 전체적인 상황도 모르면서 안양지청에서 왜 그러는지 답답하다 이런 취지로 얘기했죠? 어떤 말을 듣고 그랬습니까?

배용원 당시 안양지청 차장검사 : (검찰 조사 과정에서) 법무부와 대검에서 이야기가 돼서 출국금지가 이뤄진건데 그런 내용을 모르고 안양에서는 수사를 할려고 하는거냐 답답하다 그런 의미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변호인 : 그럼 답답하다는 말을 직접 하셨습니까?

배용원 당시 안양지청 차장검사 : 답답하다고 말을하셨는지는 모르겠고 저도 그렇게 표현햇으니까.. 답답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변호인 : 그런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고요. 수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은 적 없죠?

배용원 당시 안양지청 차장검사 :명시적으로 그런 말씀을 들은 기억 없습니다.


당시 상황을 본다면 이같은 증언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한 이후 대검 지휘부는 예민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강원랜드 외압 사건 논란 이후 상명하복식 의사결정 구조 등이 문제로 지적되자 수사검사의 이의제기를 의무화하도록 관련 지침을 개선했다.
 

변호인 : 강원랜드 사건 이후 지청장 책임 하에서 수사하되, 이의가 있으면 자유롭게 얘기하고 킥스 기재하도록 돼 있죠?

배용원 당시 안양지청 차장 : 네


'검찰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지휘·지시 내용 등 기록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구체적인 사건과 관련된 검찰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임검사와 소속 상급자간, 각급 검찰청와 대검찰청 간 이견이 발생할 때에는 각각의 의견, 지휘·지시 등을 기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배 검사장이 말한 것처럼 정상적인 결재절차가 아닌 대검에서 지시가 따로 내려왔다면 기록을 남겼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당시 안양지청에서는 이같은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재판부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지침이나 보고 관련해 여러차례 의문을 표했다. 법무부가 지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대검에 보고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같은 의문은 앞서 재판에 출석한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에 대한 재판부의 질문에서도 나온다.
 

재판부 : 법리상은 법무부 자장관의 수사지휘가 증인의 말씀처럼 검찰총장을 통해서 해야되는 것이 맞는데, 실무에서는 혹시 법무부를 통해서 그런 관여가 들어오는 경는 없습니까.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 : 만약에 그렇게 법무부를 통해서 관여가 들어온다면 대검에 보고합니다. (중략) 실무에서 제가 겪어본 바에 의하면 법무부에서 바로 전화하는건 사실확인 관계로 이런 사실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정도를 확인하는겁니다.

(중략)

재판부 : 윤대진 국장의 전화를 좀 좋은 쪽으로 생각해보면 법무부 직원들에 대한 어떻게 보면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열심히 하고자 하는, (중략) 그렇게 순수하게 볼 여지는 없습니까.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 : 만약에 그렇게 하려면 제가 생각하기에는 대검을 통해서 해야합니다.


수사 외압성 발언을 한 주체로 지목된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이다. 지난 3월 30일 재판부는 검찰에 "(이 고검장 공소장에) 청와대, 법무부 관련 공소사실이 있는데, 이 고검장과의 관련성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고 단순한 사실관계만 기재돼 있다"며 "다른 관계자가 공소 제기될 가능성은 없느냐"라고 물었다. 검찰은 "없다고 할 수 없으나 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공범을 기소하든지, 피고인 측에서 (공범을) 이용했다는 관련성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 공소사실만으로는 그런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라고 의문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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