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령조합원 의혹' 공소시효 넘겨 피고발인 부른 경찰…'공소권 없음' 불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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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2-05-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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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판 중 증거인멸 정황…고발인조사도 공소시효 임박해서 진행

[사진=연합뉴스]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 '유령조합원 명부' 증거 인멸 의혹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건을 접수한 경찰이 공소시효를 넘겨 의혹 대상자를 조사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한 것이다. 

3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1월경 한국노총 건설노조 사무처장 A씨에 대한 고발건을 '불송치(공소권 없음)'로 결정했다. 공소시효가 만료된 지 두 달여가 지난 시점이다. 

불송치 결정문에 따르면 경찰은 "한국노총 관계자를 상대로 확인한바 이 사건 조합원 가입원서를 가져간 일자가 '2014년 11월 20일'로 확인돼 범죄일로 특정됐다"며 "공소시효 기간이 지나 공소권 없다"고 밝혔다. 10년 미만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증거인멸죄 공소시효는 7년이다.

앞서 A씨 상관인 B씨는 2009년 6월부터 9월 사이 전국건설기계노동조합 조합원 가입원서 2019통을 위조하고, 위조된 조합원 가입원서를 제출했다. B씨가 속해 있던 건설노조가 한국노총 산하산별연맹에 가입하려 했지만 실제 조합원이 3000명에 불과해 가입에 필요한 조합원 수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이에 B씨는 한국노총에 가입하기 위해 조합원 가입원서를 위조하고 해당 가입원서를 제출해 한국노총에 가입했다.

당시 B씨는 각 지부장에게 전화해 "주변 보험회사 직원 등 주위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합원 명단을 확보해 보내라. 그러면 그 명단으로 조합원 가입원서를 작성해 한국노총 연맹 인준을 받겠다"며 "한국노총 연맹 인준을 받게 되면 지부장 임기를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해주겠다"고 발언했다. 해당 지시를 받은 조합원들은 심 굵기가 다른 펜을 사용하거나, 왼손으로 글씨를 쓰는 등 필체가 다르게 해 조합원 1만명 명부를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후 위조 사실이 발각되면서 2014년 검찰은 전국건설기계노동조합 조합원 가입원서 2019통을 위조해 제출한 혐의로 B씨를 기소했다. 

재판에서 핵심 쟁점은 B씨가 유령조합원을 만드는 등 사문서를 위조하고 이를 행사했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사문서위조는 인정했지만 위조사문서행사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한국노총에 가입신청서가 보관돼 있지 않아 서류가 제출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에 B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던 2014년 11월경 B씨가 A씨와 함께 증거를 인멸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B씨는 A씨와 함께 한국노총을 찾아가 "조합원 가입원서를 3일만 보고 돌려주겠다"고 말하고, 지하창고에 보관돼 있던 조합원 가입서를 가지고 나온 것으로 한국노총 측은 파악했다. A씨의 사문서위조행사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물이었던 문서들을 대거 인멸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에 한국노총 관계자들은 지난해 9월 15일 B씨와 A씨가 증거를 인멸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공소시효를 두 달여 남겨 둔 시점이다. 경찰은 이후 10월 20일 고발인을 조사했다. 당시 한국노총 관계자들은 "공소시효가 임박했으니 빨리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공소시효가 지난 1월께 A씨를 불러 조사했고, 결국 공소시효 만료로 사건을 불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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