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한국경제 '저성장 탈출' ··· 친환경 에너지 중심으로 체질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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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입력 2022-05-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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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체력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경제가 힘이 있어 멈추지 않고 성장해야 공장도 돌아가고 물건도 팔리고, 건물이나 아파트도 생기면서 결국에는 일자리가 계속해서 생긴다. 그런데 그 속도가 떨어지니 일자리 생기는 속도 역시 느려지거나 아니면 있던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 경기는 침체인데 오히려 물가는 높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나오고, 전쟁 영향으로 공급망 차질이 계속되면서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는 워플레이션(War-inflation) 이슈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경제 체질을 바꾸지 않고서는 어떠한 처방도 임시방편에 불과할 것이다.

한국 경제 성장 속도는 20년 전에 비해 절반(2000년대 초·중반 5%→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3%)으로, 40년 전에 비해서는 4분의 1 수준(1980~1990년대 8~12%→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3%)으로 떨어졌다. 일자리 증가도 1980년대에는 연 50만~60만 개 수준에서 2000년대 초·중반에는 연 30만~40만 개로, 다시 2010년 이후에는 연 10만 개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자리가 줄고 성장세가 낮아지는 원인이 한두 가지일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중요한 원인은 투자 부진, 노동력 투입 저하, 기술 혁신 정체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생산 요소들이 노화하거나 예전만큼 더 많이 투입되지 못하니까 성장률이 저하되는 것이다.

먼저 투자가 예전만큼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전에 연 10%대로 높았던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2010년 이후 5% 수준으로 하락했다. 심지어는 위기 상황이 아니었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2018년 –2.3%, 2019년 –6.6%).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과감히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수익이 발생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도 있고, 비용 절감이나 안전한 투자처만 찾는 보수적인 경영 풍토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기업 경영 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나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 등으로 기업이 해외직접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다음은 노동력 투입 저하 문제다. 인구 자체가 감소한다는 전망이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100개 이상 전국 시군구 지역이 인구 감소세 지속으로 소멸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한다. 수도권이나 지방 대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곳은 물론 수도권 중에서도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도시도 있다. 경기도 포천시와 동두천시가 소멸 위험 지역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양적 측면에서 확인된 낮은 인구 증가세, 이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노동력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높은 활동력을 지닌 15~64세 인구는 2018년부터 서서히 감소했으며 2025년 이후에는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들 인구의 감소로 생산은 물론 소비까지 위축되며 국가 전반적인 경제 체력이 노쇠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술 혁신 정체 문제가 있다. 생산성이 낮은 산업 부문을 고집하고 구조개혁을 지연하니 발생하는 문제인데, 이 분야는 하기에 따라서는 개선이 가능하다. 인구 감소라는 묵중한 트렌드를 바꾸는 것에 비해서는 현실적으로 개선 가능성이 높다. R&D에 대한 투자를 계속 확대하는 가운데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에도 집중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빅데이터, AI 등 4차 산업혁명의 큰 그림을 완성할 수 있는 핵심 기술과 인력, 라이선스 등 지식재산권 확보가 필수적인데 기업 홀로 대응할 수 없는 분야가 많다. 국가 공통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혁신 자원을 제공하는 가칭 ‘혁신 자원 공유 플랫폼’을 구축해 활용하는 방향도 고려할 수 있겠다.

이와 함께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R&D 투자는 원래부터도 잘하고 있었다. 우리 경제가 미적거리고 있는 분야는 기존의 제조업에 집중하고 서비스업은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잘 안 되고 있는 점이다. 서비스업에서 교육, 의료, 관광 등과 같은 부문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이러한 분야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고부가가치화를 앞당길 수 있는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와 함께 세계적인 트렌드인 친환경 트렌드, 그중에서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결국 혁명은 인간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 발전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래 사회를 결정짓는 트렌드는 지구 생태계가 허용할 수 있는 에너지 배출 범위 내에서 기술 혁신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탈탄소 산업 구조로 전환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청정에너지 생산 기지나 수소액화 관련 설비투자를 계획대로 진행하고 관련한 신기술 개발 지원을 아낌없이 확대해야 한다.

친환경 에너지만을 사용하여 환경 오염을 줄인다는 민간 부문 캠페인인 RE100에 동참하기 위해 수출 중심 제조업 기반인 국내 산업 구조를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경제 활력을 꾀할 수 있는 기회도 있을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자체적인 에너지 설비를 친환경으로 바꾸는 투자를 선뜻 하기 힘들 것이다. 이에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한 컨설팅 지원, 인센티브 제공, 산업단지를 통한 지원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RE100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경제가 체질 개선을 시급히 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노쇠해지는 체력을 강하게 바꾸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마냥 강해서 부러지는 것이 아니라 유연하면서도 강한 체질로 바꾸는 것이다. 성장과 발전이 지속 가능할 수 있게 인간 활동만이 우선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터전이 되는 환경과 지구와 함께 공존하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투자하는 방향을 택해야 할 것이다.
 
 
홍준표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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