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율 명지대 교수]
여기서 단일화와 관련해 또 하나 생각해 봐야 할 점은, 과연 단일화의 '의미'가 살려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단일화는 지지층의 외연 확장을 목적으로 삼아야 하며, 동시에 둘로 나뉜 지지층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특히 선거에서 열세인 진영 측에서 단일화를 추진한다면, 단순히 표를 몰아주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고, 외연 확장이라는 전략적 효과도 노려야 선거에서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예비후보 사이의 '색깔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김문수 후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탄핵 반대 주자다. 한덕수 예비후보의 경우, 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가 정상적인 회의가 아니었음을 헌재 심리 과정에서 분명히 했기 때문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는 가능하다. 그러나 한덕수 후보를 둘러싼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친윤 인사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김문수 후보와의 차이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두 인물이 단일화를 한다면, 양측으로 갈린 지지층을 하나로 모을 수는 있겠지만, 지지층의 외연 확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지점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1일 발표된 전국 지표조사(NBS: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4월 28일부터 3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차기 대통령 적합도 문항의 '태도 유보 비율'은 18%였다. 이는 직전 조사에서의 23%보다 줄어든 수치이지만, 여전히 오차범위 내의 변화에 불과하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의견 유보층이 이 정도 수준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2017년 19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의 여론조사인 한국갤럽의 4월 2주 차 조사에서, 의견 유보 비율은 10%에 불과했으며, 20대 대선을 한 달 앞둔 2022년 2월 3주 차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유보층은 10%였다. 그런데 현재는 그 두 배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두 후보 모두 반명이라는 입장은 명확하지만, 반윤이라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전하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런 식의 단일화는 '집안 잔치'에 머무를 가능성도 크다.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서로 큰 차이 없는 인물 둘이 단일화한다고 해서 굳이 주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그나마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계엄을 저지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그리고 누구보다도 탄핵 찬성에 앞장섰던 한동훈 전 대표와,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김문수 후보 간의 대결이었기 때문이다.
단일화와 관련하여 또 다른 현실적인 걸림돌은, 외부 인사와 단일화를 하고 해당 인사가 승리해 국민의힘에 입당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당헌·당규상 문제가 되지 않느냐는 점이다. 과거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는, 두 사람 모두 정당 소속이었고 최종 후보도 노무현 후보로 명확히 결정되었기에 큰 논란 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당헌·당규상 무소속 외부 인사가 단일화에서 승리한 뒤 곧바로 국민의힘 후보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물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 당헌 제74조는 "대통령 후보자는 선출된 날로부터 대통령 선거일까지 선거 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하여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한다면, 한덕수 후보가 단일화에서 승리할 경우에도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김문수 후보가 이 조항에서 명시한 '모든 권한'을 실제로 행사할 경우에만 가능한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시간적 제약도 단일화 추진에 있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대선 홍보물 인쇄 마감일이 5월 7일이므로, 이론적으로는 그 이전에 단일화를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7일을 넘긴다면, 후보 등록 마감일인 5월 11일 전에는 단일화를 해야 하고, 이것도 넘기면 최후의 마감선은 투표용지 인쇄일인 5월 24일이다. 물론 이 날짜를 넘기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다만 그렇게 되면, 극적인 연출은 가능할지 모르나 유권자들이 혼란을 느낄 수 있으며, 한덕수 후보가 그때까지 무소속으로 남아야 하기 때문에, 한 후보가 부담해야 할 선거 비용이 막대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앞으로의 관건이다. 과연 이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을지, 그리고 해소되더라도 그것이 효과적인 단일화였다고 훗날 평가받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
필자 주요 이력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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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 2025-05-03 21:41:57오죽하면 게엄했겠냐 국회가 개판도 이런개판도 없다 한심하다 애들보기 낫부러울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