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식 M&A ②] 매각은 하는데 돈은 안 들어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기범 기자
입력 2022-05-01 15:1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구주매출 없는 3자 배정 유증…향후 오버행 우려↑

  • 금호타이어 M&A, 경영권은 넘겼는데 주식은 1주도 팔지 못해

지난달 29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를 통해 사의를 표현했다. 이동걸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4달이 지난 2017년 9월 산업은행 회장에 임명되었고 2020년 한 차례 연임했다. '문재인 정부의 산업은행=이동걸 회장'이다.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이때 그의 인수합병(M&A) 매각 스타일을 통해 그의 공과 실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이동걸 회장 재임 당시 산업은행은 구주매출 없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구주매출이 없다는 의미는 산업은행이 보유한 주식을 하나도 팔지 않았다는 의미다. 즉 인수자는 회사 재건을 위한 신규 투입 자금으로 산업은행이 보유 중인 경영권을 가져왔다는 의미다. 편의점 1+1 행사처럼 신규 자금을 인수하면 경영권도 제공했다. 금호타이어와 KG스틸(구 동부제철) 매각이 대표적이다. 

통상 M&A 거래에서는 경영권을 이전하는 대가가 인정된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붙다 보니 기존 주식 가치보다 더욱 높게 거래되곤 한다. 하지만 구주매출이 없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서는 기존 경영진이 매각 대금을 받지 못한다. 유상증자 대금은 회사로 들어간다. 

이는 사실상 경영권 디스카운트다. 산업은행은 최대주주였기에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매각을 하며 주식수를 줄여놔야 하는데 매각을 못하다 보니 물량이 많다. 오버행 이슈가 상존한다는 의미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산업은행]

KG스틸(구 동부제철)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9년 6월 채권단이었던 산업은행은 출자전환을 통해 최대주주가 된다. 그러고 두 달 뒤 KG그룹이 사모펀드 운용사인 켁터스PE와 컨소시엄을 맺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인수를 한다. 산업은행은 구주매출을 하지 않았다. 즉 경영권 이전 대가를 손에 한 푼도 쥐지 못했다는 의미다. 

1년 정도 지난 뒤 산업은행은 보유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았다. 2020년 12월 30일부터 산업은행은 KG스틸의 지분을 꾸준히 매각했는데 산업은행이 장중에 매각할 때마다 오버행 이슈로 KG스틸의 주가는 힘을 받지 못했다. 시간외 매매로 블록딜을 하면 시장가보다 할인해야 했다. 철강 산업의 호조 덕에 어느 정도 회수는 가능했으나 구조적으로 불리한 딜을 체결하다 보니 향후 지분 매각 과정이 순탄치 못했다. 

이보다 더 심한 것은 금호타이어 M&A였다. 경영권을 넘기고 아직까지 단 한 주도 매각하지 못한 상황이다. 2018년 산업은행은 중국의 상용차 타이어 회사인 더블스타가 중심이 된 싱웨이코리아에 경영권을 매각한다. 당시 더블스타 컨소시엄은 6463억원을 유상증자하고 금호타이어의 새 주인이 됐다. 
 

[출처=산업은행 감사보고서]

당시 산업은행은 3년간 한 주도 팔지 않겠다는 계약을 했다. 3년 뒤인 2021년 7월 6일부터 2023년 7월 6일까지는 최대 지분의 50%씩 팔 수 있지만 아직 매각 소식은 없다. 

3자 배정 방식으로 매각했고, 최대 5년간 매각을 못하기에 새로운 경영진의 능력은 상당히 중요하다. 더블스타의 경영 실적에 따라 산업은행의 지분 가치가 크게 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7년 당시 더블스타의 총자산 규모는 1조원, 연간 매출액은 약 3000억원대였다. 당시 금호타이어 총자산은 4조5436억원, 매출액은 2조8764억원이었다. 매출액은 10분의1 수준에 그쳤다. 금호타이어에 규모의 경제를 부여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닌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에 규모의 경제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더블스타가 인수한 2018년 이후 금호타이어는 성장했을까? 현재까지는 그렇게 보긴 어렵다. 매출액은 2017년 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했고, 2018년 이후 매년 당기 순손실만 내고 있다. 주가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2018년 7월 6일 6620원이었던 주가는 4310원까지 내려간 상태다. 배당도 당연히 없었다. 

쉽게 말해 산업은행은 자발적으로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제공했고, 배당도 없는 주식을 꾸준히 보유하며 1주도 매각을 하지 못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