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노 칼럼] 정권 교체 비용, '최대한' 줄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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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노 동국대 국제통상학교수
입력 2022-04-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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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노 동국대 국제통상학 교수]



 
보름 후면 윤석열 정부가 5년 임기를 시작한다. 정권 교체 후 출범하는 역대 정부들에 보냈던 성공의 기원처럼 우리 국민 대다수는 이번에도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도 다음번 정권 교체를 위한 정치적 동기가 아니라면 새 정부의 실패를 바랄 이유는 별로 없을 것이다. 정부의 실패는 대통령이나 집권 여당 또는 정책 담당자들의 실패를 넘어 우리나라의 실패이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 국민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정권 교체에 따라 사람과 정책의 교체 등 많은 변화가 생기고 비용도 발생하게 된다. 선거 후 두 달 동안 공약을 중심으로 핵심 정책 과제를 정리하였다고 하지만 완벽하기는 어렵고 추진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이다. 이번뿐만이 아니라 반복되는 정권 교체 과정에서 최대한 비용을 줄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경제 정책의 시간 일관성(time consistency) 문제는 2004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프레스콧(E. Prescott)과 키들랜드(F. Kydland) 교수 등이 발표한 것으로 오락가락하는 인플레이션 정책이 대표적 사례다. 즉,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펴던 정부가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잡히면 인플레이션 억제 대신 경제성장을 위한 통화 확대 정책으로 전환하고 다시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 되면 인플레이션 대책으로 돌아서는 등 온탕·냉탕 정책으로 나라의 혼란과 비용은 가중된다는 것이다. 투자 확대를 위해 세금을 감면하다가 투자가 쌓이면 투자에 대해 높은 세금을 매기는 정책도 일관성을 잃은 정책 사례로 꼽힌다.
 
정부 정책들이 자주 바뀌게 되면 두 가지 비용이 발생한다. 제1의 비용은 효율성의 상실이다. 자주 바뀐 정책은 누더기(정책 게리맨더링)가 되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잃게 된다. 흘러가는 개울의 곳곳에 돌들을 갖다 놓으면 유속이 느려지고 굽이마다 땅이 패게 된다. 제2의 비용은 신뢰 상실의 비용이다. 국민들은 이른바 '양치기 소년' 효과에 따라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않게 되고 정책이 바뀔 날을 기다리는 인내의 싸움(war of waiting)에 들어가는 등 방어적 대응을 벌임으로써 정부 정책은 기대하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 “정부는 정책을 만들지만 국민들은 대책을 만든다”는 얘기는 정책 무력화에 대한 냉소적인 교훈이다.
 
상황 변화에 따른 시간 일관성 상실도 문제지만 정권 교체 또한 인위적 정책 전환 비용을 발생시킨다.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변화는 당연하지만 정책 변화의 방향과 크기가 문제다. 매몰비용이 큰 에너지 정책 전환 등은 신중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재생에너지와 원전 비중 등의 조정이 필요하지만 국제적인 추세와 효율성과 신뢰 상실의 비용 등을 고려하여 결론을 내려야 하고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수소에너지도 미래를 내다보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민 전체를 바라보고 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이번 정권 교체 과정에서 지지층과 반대층이 51대49로 극명하게 갈라졌다. 정권 교체를 찬성한 사람들은 이전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정책의 대전환을 지지하고 있다. 한편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은 새 정권의 잘못을 부각하고 축적함으로써 다음번 정권 교체를 위한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 지지와 반대가 계속 부딪치면 나라 발전의 방향타는 흔들리고 국력은 약화된다. 그러다 보면 정권 후반기에는 집토끼나마 지키려고 '우리 정치'를 하게 된다. 상대방의 잘못을 딛고 일어선 정권이 어느덧 데자뷔처럼 지난 정권의 전철을 밟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권 출범 초기에 반대 진영도 참여하는 '국가 발전 대회의'를 개최하여 중장기적인 국가 발전의 마스터 플랜과 공유 가치를 확립하고 대통합의 정치를 실현하여야 한다.
 
셋째, 나라의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환경부 등 일부 부처의 블랙리스트 사건이 문제가 되고 있다. 블랙리스트 사건은 정권을 가리지 않고 발생해 왔다. 전임 정권에서 임명해서 새 정권과 철학이 다를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블랙리스트 사건이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문제는 육해공 여러 방면으로 일이 많아 대추나무에 연 걸리는 부처가 겪는 고초다. 파고든다면 몇몇 부처만의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건 담당한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다. 공공기관 임원들의 임기를 2~3년으로 정하지 말고 정권 교체와 더불어 교체할 수 있도록 규정을 손질하든지 아니면 정치와 무관한 유능한 전문가를 공모해서 제대로 뽑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어디 공공기관 인사뿐인가. 각종 평가제도, 입시 및 입사제도 중에서 이상은 좋지만 객관화되지 못하는 등 평가자에 의해서 좌우될 수 있는 부분들은 과감히 손질하여야 한다.
 
우리 국민들의 몫도 있다.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에 실패를 예단해서는 안 된다. 우리와 그들의 진영과 집단은 나눌 수도 없고 그들만을 나무라기 어렵다. 예전에 어느 대기업 회장께서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 기업은 2류”라고 발언하여 화제가 되었다.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지만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 행정하는 사람이나 정치하는 사람이나 기업하는 사람들 모두가 동창회 모임에 만나는 우리의 친구들이고 이웃들이다. 공동체 사회에서 우리 모두는 '동급(同級)'이 아닐까.
 
새로운 정권이 결국 실패하면 우리나라가 실패하는 셈이다. 이 나라와 우리 미래와 후손들을 생각해서 찬성할 것은 찬성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 지지층도 맹목적인 지지보다는 반대 의견을 포용하는 대통합의 아량을 보여야 한다.




이학노 필진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경제학 박사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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