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동원산업 합병 논란과 제도상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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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빈 기자
입력 2022-04-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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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한결]


동원산업 합병을 두고 대주주 일가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상장법인 동원산업은 지난 7일 비상장법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하기로 결정하였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지주회사였던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에 흡수돼 동원산업이 동원그룹의 사업지주회사가 된다. 동원산업은 경영 효율성 제고 등을 합병 목적이라고 밝혔다.
 
합병에 논란이 인 것은 합병비율 때문이다. 동원산업은 자본시장법을 근거로 합병 이사회 결의 전 최근 1개월 기준시가인 주당 24만8961원을 합병가액으로 산정하였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평균하여 주당 19만1130원으로 산정하였다. 블래쉬자산운용을 비롯한 투자자들은 동원산업 주식의 기준시가가 그 본질 가치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는 반면 대주주 일가가 소유한 동원엔터프라이즈 주식은 고평가되어 있어 현재 합병비율에 의하면 동원산업 소액주주 몫이 대주주 일가로 이전된다고 밝히고 있다. 합병비율이 소액주주에게 불리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합병 공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11일 동원산업 주가는 하루에만 무려 14.15% 급락했다.
 
대주주 일가가 소유한 비상장법인은 본질 가치로 합병가액을 산정한 반면 소액주주 지분이 많은 상장법인은 본질 가치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기준시가로 합병가액을 산정하였으므로 동원산업 투자자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논란은 상장법인 합병가액을 기준시가로 정하도록 한 자본시장법의 문제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기준시가를 토대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도록 한 현 제도는 원래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합병가액 등을 산정하는 문제가 있었기에 최소한 기준시가로 주식가치를 산정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기준시가로 상장법인 합병가액을 산정하도록 한 현 제도가 대주주에 의한 소액주주 이익 침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14일 대법원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 주식가치를 기준시가로 정한 것에 문제가 있다는 2심 법원 판단을 확정했다. 2020년에는 삼광글라스 합병에서 기준시가로 주식가치를 산정한 것이 부당하다는 소액주주들의 문제 제기로 인해 10% 할증하는 방식으로 합병가액이 조정되기도 했다. 아트라스비엑스의 합병에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되어 합병에 반대한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주식매수가액 결정 절차가 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상장법인의 주가를 그 거래가격인 기준시가로 정하는 것은 일응 타당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지금의 제도에 의하면 K-OTC 종목은 비상장법인이므로 본질 가치로 합병가액을 산정한다. 그런데 상장법인 중에는 K-OTC 종목보다도 거래량이나 거래금액이 한참 미치지 못하는 종목들이 많이 있다. 아트라스비엑스가 그랬다. 그런 경우도 상장법인이라는 이유로 기준시가만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는 것이 타당할까? 주가 조작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대주주가 시가 변동 상황을 고려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시기에 합병하거나 호재 공시와 악재 공시를 조율하여 주가를 관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물산 사례에서 2심 법원은 삼성물산이 합병 발표를 앞두고 주택을 소극적으로 공급하거나 해외 사업수주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는 등 방법으로 주가를 낮추었다고 보았다.
 
상장법인 주식의 거래가격은 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징표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특정 시기의 거래가격인 기준시가만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도록 하는 지금의 제도는 많은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이다. 처음 제도를 도입할 때에는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그 제도의 효용이 다했고 오히려 악용되고 있다고 볼 만한 상황에 이르렀다.
 
지금의 제도는 해외에서도 입법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미국과 일본, 영국, 독일 모두 합병비율 산정 방식을 우리처럼 법으로 미리 일률적으로 정하고 있지는 않다. 대신 이사의 의무와 책임, 공시제도, 이해상충 여지가 있는 합병의 공정성에 관한 입증 책임 전환 등을 통해 합병 당시 기업의 경영진이 공정한 합병비율을 정할 수밖에 없도록 간접적인 규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해외 입법 사례가 무조건 타당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현행 자본시장법상 제도의 문제가 확인되고 있는 만큼 그 개선이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행히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이용우 의원실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개정안은 합병비율을 정할 때 주가 외에도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협의로 정하되 만일 합병비율이 불공정하여 투자자가 손해를 입었을 때는 이사, 감사 및 외부평가기관이 연대하여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고, 합병비율 공정성에 대한 입증은 해당 회사 등이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라 한다.
 
불공정 합병 논란은 동원산업 이외에도 계속되어 왔다. 그 결과 대주주가 기소되기도 하였고, 합병 무효 소송을 비롯한 여러 소송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현재의 제도가 그 주된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이제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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