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동맹설 내막] '결국 대세는 OLED'...속 타는 삼성, 느긋한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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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2-04-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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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간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공급 관련 동맹설은 최근 전자업계의 최대 화두다. 하지만 양사 그 어느 쪽도 속시원하게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향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미 TV 시장에서 OLED TV가 대세로 부상한 만큼, 패널 확보가 절실한 삼성전자가 좀 더 다급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LG디스플레이 역시 세계 TV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발주처로 확보할 경우, 실익이 적잖다는 점에서 셈법이 복잡해 보인다. 

 

삼성전자아메리카가 지난 3월 사전 판매를 시작한 삼성전자의 QD OLED TV.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세계 TV시장 1위 수성 부담...프리미엄 TV 시장 확대 부담
삼성전자로선 OLED TV 출시가 내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애증의 TV'로 여겨진다. 그동안 자사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TV를 차별화해 QLED TV로 명명하며 QD-LCD TV 시장에 주력해왔다. 한동안은 OLED 시장 진출이 없을 것처럼 굴었지만,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가 시장의 대세가 되면서 최근 9년 만에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당장은 QLED TV에 주력하는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QD 디스플레이 공급량이 제한적인 데다 경쟁이 치열한 OLED 시장에 힘을 싣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QD-OLED TV는 미국, 유럽 등 일부 국가에 한해 판매될 전망이다. 국내시장에서는 연내 출시가 불투명한 상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진행한 '언박스 앤 디스커버(Unbox & Discover)' 행사에서도 네오 QLED 8K를 중심으로 TV 신제품을 공개했는데, OLED TV는 선보이지 않았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해외 일부 지역에서 QD-OLED TV 사전 판매를 시작했지만, 패널 공급량이 제한된 탓에 국내시장에서는 전면에 내세울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OLED TV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연내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QD-LCD TV 시장이 역성장이 예상되는 반면 OLED TV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QD-LCD TV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3.1% 감소한 176억7674만 달러(약 21조4000억원)로 추정된다. QD-LCD TV 매출이 전년보다 감소하는 것은 이 제품이 출시된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반면 올해 OLED TV 매출은 137억6296만 달러(약 16조7000억원)로 작년보다 9.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시장에서 16년 연속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고 올해도 17년 연속 1위 수성을 노리고 있다. 문제는 프리미엄 TV 부문에서는 점유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난제다. 옴디아에 따르면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매출 기준)은 2019년 50.2%에서 2020년 42.3%, 2021년 39.3%로 점점 하락했다. 업계에서 프리미엄 TV는 2000달러(약 240만원) 이상 제품으로 본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프리미엄 TV 시장 점유율은 18.7%, 22.3%, 24.1%로 꾸준히 늘었다. 소니도 23.8%에서 21.6%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24.2%로 회복했다. 지난 2년 사이 경쟁사인 LG전자와 소니의 점유율이 각각 5.4%포인트, 0.4%포인트 상승한 반면 삼성전자는 10.9%포인트 하락한 셈이다.

게다가 2500달러(약 300만원)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을 살펴보면 LG전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LG전자의 점유율은 이 기간 17.3%에서 24.3%로 오르는 동안 삼성전자는 52.4%에서 42.1%로 떨어졌다. 소니는 24.7%에서 22.6%로 하락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6년 연속 TV 시장 1위를 지키고 있지만, OLED TV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일단은 올해 네오 QLED를 주력으로 삼았고 여기에 주력하겠지만, 향후 계속 커질 OLED TV 시장에서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가장 큰 숙제가 바로 OLED 패널 확보"라고 지적했다.
 

눈으로 보는 것과 똑같이 구현되는 ‘100% 색정확도’가 장점인 OLED TV. [사진=LG디스플레이]

"더 절실한 쪽은 상대방"...동맹설 핵심은 가격 협상

세계 TV 시장 1위 왕좌를 지켜야 하는 삼성전자의 부담은 생각보다 커 보인다. 이미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LCD 기반의 TV 기술력이 내리막을 타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3년 수율(정상품 비율) 문제 등으로 OLED TV 사업을 접었고 대신 LCD TV에 사활을 걸어왔다. 2017년 퀀텀닷(QD) 필름을 씌운 LCD TV인 QLED TV를 출시, 차별화를 꾀했고 프리미엄 TV 시장까지 무섭게 확대해왔다. 문제는 최근엔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TCL·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의 QLED TV 점유율 합계는 2019년 2.2%에서 지난해 15%로 큰 폭 상승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TV의 새로운 히든카드로 QLED TV를 조만간 출시, 전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에 열을 올릴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안정적으로 패널을 공급해온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생산량이 연간 100만대 수준이라, 빠르게 OLED TV를 출시하는 게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와 OLED 패널 공급 계약을 맺고, 협업을 진행하는 이른바 '동맹설'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양사 모두 구체적인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에, 양측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LCD TV 시장에서 중국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가능한 한 빨리 OLED TV 시장에 깃발을 꽂아야 하지만, 계약 물량과 출하 시점을 두고 고심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마음은 급한데, 생각할 것이 많아지면서 협상 테이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되레 느긋한 입장이다. QD-LCD TV를 주력으로 앞세운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TV 라인에서 점유율이 떨어지는 점을 만회하려면 자사와의 공급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가 더 절실하다고 반박한다. LG디스플레이가 연간 OLED TV 패널 출하량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삼성전자를 신규 고객사로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신경전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동맹설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관건은 역시 가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물량을 원하는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느냐에 역점을 두고 가격을 제시할 것"이라며 "LG디스플레이도 TV 수출제조 최대 고객사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용단을 내리겠지만 처음 가격이 향후 관계를 정립한다는 점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최근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협상은 다소 진척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가격을 두고 이견이 컸지만, 점차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은 올해 초 'CES 2022' 기자간담회에서 "가능성은 다 열어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도 최근 주총이 열린 LG디스플레이 파주러닝센터에서 "조건이 맞고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전향적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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