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금리 상승 영향으로 시중은행에서 6%대 금리 주택담보대출이 나왔다. 새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기조로 내 집 마련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속절없이 오르는 금리에 실수요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7%대까지 주담대 금리가 올라갈 것을 예상해 실수요자들은 3%대 후반 고정금리를 누릴 수 있는 적격대출로 몰리는 추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6%를 넘어선 가운데 7%선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은행 주담대인 '우리아파트론' 고정형(혼합형)의 지난달 31일 기준 금리는 연 4.19∼6.01%로 집계됐다. 28일까지 연 3.99∼5.90%였는데 하루 만에 11%포인트 오르더니 6%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연 6%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날 다른 시중은행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를 살펴보면 국민은행 연 4.00∼5.50%, 신한은행 연 4.41~5.24%, 하나은행 연 4.463~5.763%, 농협은행은 연 최저 4.92∼5.82%로 나타났다.

주담대 금리 급등은 최근 국고채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5년물 금융채 금리도 오른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하루 만에 25.7bp(1bp=0.01%포인트) 올랐다. 우리은행은 최근 3일 동안의 5년물 금융채 금리를 가중평균해 산출한 값을 반영한 것이다.

가파른 금리 상승세는 올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16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0.25~0.50%로 인상한 후, 올해 중 6회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연준이 실제 6회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경우 기준 금리는 1.75∼2.0%가 된다. 특히 연준은 한번에 50bp(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 가능성이 있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미 연준에 발맞춰 한국은행은 선제적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 가면 한·미 간 금리가 역전돼 외국 자본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연 1.25% 수준이다. 한은은 앞서 연내 2~3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만약 한은이 0.25%포인트씩 3차례만 금리를 올린다 해도 연말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2.0%로 오른다. 주담대 7%대 시대가 머지않았단 의미다.

◆ 윤 당선인, LTV 완화 지시···실수요자들 "DSR도 손봐야"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출 실수요자들은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주택담보대출비율(LTV)만 늘려주는 게 무슨 소용이냐"는 원성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지원을 위해 생애최초 주택구매 가구의 LTV 상한을 80%로 인상하고, 생애 첫 주택구매 가구가 아닌 경우 LTV 상한을 지역과 관계없이 70%로 단일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LTV 규제 만으로는 대출 규제 완화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손 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3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업무보고를 받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으로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고자 하는 국민에게 정부가 숨통을 틔워 줘야 한다"며 LTV 완화를 지시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국민들의 내집 마련 문턱을 낮추고 과도한 세금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힘써 달라"며 "청년들의 미래를 생각해 과감하게 접근하고 발상의 전환을 이뤄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새 정부가 대출 규제 완화를 공언하면서 규제 완화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에도 3조원 가까이 줄면서 5년 만에 3개월 연속으로 가계대출이 감소했다.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3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총 703조1937억원으로 전달보다 2조7438억원 줄었다. 3개월 연속 감소세는 은행권이 DSR를 자율 도입했던 2016년 12월~2017년 2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이사철인데도 불구하고 주담대 잔액은 506조7174억원으로 전월 대비 65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용대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말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3996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4579억원 줄었다. 2월 감소 폭(-1조1846억원)보다 대폭 늘어난 것이다.

◆ 은행들 대출 빗장 풀고···실수요자들 '적격대출' 몰려

새 정부 규제 완화 기조와 가계대출 감소에 발맞춰 시중은행들은 그간 한껏 조여왔던 대출한도를 늘리는 등 대출 문턱을 다시 낮추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일제히 전세대출 제한조치를 풀었고, 우대금리도 복원하고 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한도 역시 규제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있다.

당장 주담대가 필요한 실수요자들은 그나마 3%대 고정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적격대출로 쏠리고 있다. ​적격대출이란 10∼40년의 약정 만기 동안 고정된 금리로 원리금을 매달 갚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이다. 은행이 분기별로 일정 조건에 맞춰 대출을 실행하면 주택금융공사가 해당 대출자산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공급된다. 가입 문턱이 낮고 대출한도가 높은 데다 최근 적격대출 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아지는 등의 영향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판매 개시 직후 물량이 모두 완판되곤 했다.

우리은행은 1일 적격대출 판매를 개시했는데 하루 만에 한도의 30% 이상이 소진됐다. 이달 적격대출 금리는 3.95%다. 특히 우리은행은 배당받은 적격대출 물량을 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분기마다 월 단위로 쪼개 판매해왔기 때문에 공급 개시 첫날 모두 소진되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기 물량을 한꺼번에 공급하기로 해, 판매 첫날에도 여유가 생겼다. 5대 시중은행 중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4일부터 적격대출 판매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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