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축유 방출, 유가 안정 '단기' 효과만…장기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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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4-0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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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향후 6개월간 하루 100만 배럴 비축유 방출

  • 전문가 다수 "단기적으로 유가 낮출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힘들어"

  • 공급난 근본 해결 없는 한 유가 불안정

미국의 사상 최대 수준의 비축유 방출 소식에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비축유 방출이 단기적으로 유가 안정에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인 효과는 기대하게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유가 급등의 근본적 원인인 공급난 자체를 해결하지 않는 한, 비축유 방출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가 급등세를 잡기 위해 향후 6개월간 매일 100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했다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처럼 밝히며 "(블라디미르) 푸틴이 전쟁을 선택하며 시장에 공급되는 기름이 줄었다"면서 "생산 감소는 기름값을 올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비축유 방출 소식에 이날 유가는 크게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7.54달러(7%) 하락한 배럴당 100.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 다수는 이번 비축유 방출이 당장은 유가를 안정시키는 데 힘을 발휘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앞으로 수년간 비축유를 방출할 수 있는 게 아닐뿐더러 석유회사나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리지 않는 한 근본적인 유가 상승의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의 경제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피클링은 비축유 방출은 석유회사들이 생산량을 늘릴 것이란 걸 의미하지 않는다며 더구나 OPEC+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한 트레이더가 놀란 표정으로 시세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비축유 방출이 올해 원유 시장을 재조정할 수 있겠지만 구조적인 석유 부족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비축유 방출이 앞으로 몇 년간 가능한 지속적인 공급원은 아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사 오안다의 애널리스트인 제프리 헤일리 역시 비축유 방출이 단기적으로는 유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원유 수요가 높은 올해 여름쯤에 다다라서는 비축유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란 걸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RBC캐피털 마켓은 바이든 행정부가 모스크바에 대해 매우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비축유 방출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는 당분간 지구상에서 가장 제재를 많이 받는 국가로 남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러시아산 원유 손실에 따른 영향은 계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S&P글로벌 컨설팅의 빅터 썸 부사장은 "러시아 수출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한 이번 조치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며 ”러시아산 원유가 4월부터 12월까지 하루 300만 배럴 정도씩 줄어든다면 이는 총 8억2500만 배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번 비축유 방출은 6개월간 최대 1억8000만 배럴 수준으로 줄어드는 러시아산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DBS뱅크의 애널리스트인 수브로 사르카르는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비축량을 다시 채워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수요를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소재 ING 그로프 NV의 워런 패터슨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함께 공동으로 비축량을 방출할 경우 시장에 더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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