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국주' 마오타이 명성은 유지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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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2-03-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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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화통신]

중국에서 '국주(國酒)' 대접을 받는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臺·이하 마오타이)는 좋은 기업인가. 

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마오타이의 매출 규모는 1094억6400만 위안(약 21조원)으로 전년 대비 11.71% 증가했다.

순이익은 524억6000만 위안(약 10조원)으로 번 돈의 절반가량을 이익으로 남겼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기대 이하인 부분도 많다. 

중국 정부는 2년마다 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과 혁신성 등을 평가해 '국가기업기술센터' 자격을 부여한다. 

최근 심사 결과에서 마오타이는 평가 대상 1744개 기업 중 1672위에 그쳐 자격이 박탈됐다.

글로벌 화두가 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도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여러모로 문제가 많고 지속 가능성에 의구심이 든다는 이유로 글로벌 투자자들은 점차 마오타이를 외면하는 추세다. 

가장 치명적인 건 미래 고객인 중국 젊은층이 비싸고 독한 바이주(白酒)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랜 명성과 기존 고객의 충성도에 의지해 많은 돈을 벌어들이지만, 기대감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게 대내외의 솔직한 평가다. 

마오타이는 지난 100년 가까이 누려 온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기술력·혁신성 최하위권 '망신' 

중국은 지난 2011년부터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도로 '국가기업기술센터'를 선정·발표한다. 

혁신기술 개발 계획과 실제 이행 수준, 특허 등 지식재산권 개발 실적, 관련 인재 육성 및 유치, 기업 혁신성 향상 의지 등이 평가 항목이다.

선정된 기업은 세제 혜택과 각종 보조금 지급 등의 정부 지원을 받게 된다.

반면 평가점이 60점 미만이면 자격이 박탈되는데, 이달 초 발개위가 발표한 명단에서 마오타이가 빠져 이목이 쏠렸다.

전체 1744개 기업 중 마오타이는 50.7점을 받아 1672위에 머물렀다. 지난 평가 때도 61.9점으로 간신히 턱걸이한 바 있다. 

각종 지표에서 모두 기준 미달이었다. 일례로 매출 규모가 500억 위안 이상이면 매출액의 최소 1%를 연구개발 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데, 2020년 기준 마오타이의 R&D 관련 지출 비중은 0.14%에 불과했다. 금액으로는 1억3200만 위안이다.

최근 4년간 마오타이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지출 비중은 2017년 0.75%, 2018년 0.52%, 2019년 0.26% 등으로 계속 축소돼 왔다. 

연구개발 인력도 2017년 1679명에서 2020년 513명으로 3분의2 넘게 감축됐다. 전체 직원 중 1.77% 수준이다.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과 비교하면 마오타이의 부족함이 더 부각된다. 또 다른 바이주 기업인 우량예와 펀주는 82.3점과 79.6점을 획득해 각각 385위와 557위를 기록했다. 

우량예의 경우 연구개발 지출이 2017년 7800만 위안에서 2020년 1억3100만 위안으로 68% 급증했다.

경영 지표 조사기관인 차다데이터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0대 바이주 기업의 특허 출원 건수를 집계한 결과 마오타이는 10위로 나타났다.

마오타이가 시가총액 2조 위안(약 382조원)의 중국 증시 대장주인 걸 감안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술을 담가 파는 양조 기업에 연구개발 역량이 중요하냐는 반론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청위(程宇) 베이징칸둥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바이주 제조의 경우 과거에는 경험에 의존했지만 지금은 과학적인 공정이 필요하다"며 "기술력을 갖춰야 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수광(李曙光) 우량예 전 회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전체 생산량 중 고품질 바이주 비율은 20% 정도"라며 "이 비율을 1%포인트 높이면 20억 위안, 10%포인트 높이면 300억 위안을 더 벌 수 있는데 혁신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초 중국에서는 마오타이의 왕리(王莉) 최고품질관리자가 중국공정원 원사 후보로 선정된 걸 놓고 논란이 일었다.

과학 분야 최고 권위자를 일컫는 원사는 중국 전체로도 1600여명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왕리는 원사 진입에 실패했고, 마오타이는 주가 부양을 위해 과도한 이벤트를 벌였다는 비난 여론을 감당해야 했다. 

◆불건전한 경영, 젊은층 고객 이탈 '과제'

최근 수년 새 ESG 경영은 글로벌 기업들의 중요한 경영 화두가 됐다. 친환경적이며 사회적 책임에 충실하고 지배구조가 투명한 경영, 즉 지속 가능한 기업이 돼야 한다는 명제다. 

지난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마오타이의 ESG 경영 등급을 기존 'B'에서 'CCC'로 강등했다. 7단계 등급 중 최저로, 전 세계 시가총액 기준 25대 기업 가운데 꼴찌였다. 

MSCI는 환경(기후변화·자연자본·오염폐기물·환경기회), 사회(인적자원·제품책임·이해관계자 반대·사회적기회), 지배구조(기업지배구조·비즈니스행위) 등의 항목을 세부 평가한다. 

마오타이는 전 부문에서 최하 등급을 받았다. 특히 역대 회장이 뇌물 등 각종 비리 의혹으로 수감되는 등 불건전한 지배구조가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됐다.

ESG 경영 지표를 중시하는 글로벌 투자자를 중심으로 보유 지분 중 마오타이 비중을 줄이는 작업이 진행되는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 2조6000억 달러(약 3166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미국 캐피탈그룹이 이 같은 움직임을 대표한다. 

지난해 9월 캐피탈그룹은 산하 펀드인 AEPG(American Funds-Europacific Growth Fund) 내 마오타이 주식 보유량을 11.19% 줄인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피델리티차이나컨슈머펀드도 마오타이 보유량을 전월 대비 4.08% 축소한다고 밝혔다. 

마오타이에 닥친 또 다른 도전은 중국 젊은층의 바이주 소비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CBN데이터 보고서를 살펴보면 주링허우(90後·1990년 이후 출생자), 주우허우(95後·1995년 이후 출생자) 세대가 즐기는 3대 주종은 바이주, 와인, 위스키였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들이 지칭한 바이주가 마오타이와 같은 기존 브랜드가 아닌 장샤오바이·카이산 등 신흥 브랜드라는 점이다.

50도를 웃도는 마오타이와 달리 장샤오바이는 40도 남짓으로 도수가 낮고 목 넘김도 수월하다. 가격 차이도 크다. 마오타이가 병당 3500위안 안팎인 데 반해 장샤오바이는 100위안 정도다. 

젊은층 사이에서는 위스키 등 양주 소비도 확대되고 있다. 2020년 기준 중국의 위스키 수입액은 3억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13.4% 증가했다. 수입량은 55.8% 늘어난 2213만ℓ였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주류 기업 페르노리카의 정즈리(鄭之禮) 아시아 마케팅 부총재는 "지난 5년간 중국 내 몰트 위스키 시장은 연평균 30%씩 성장했다"며 "젊은 소비층 증가로 시장 기회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독주를 마시던 기성 세대와 달리 신세대는 '웨이쉰(微醺·가벼운 취기)'을 선호해 바이주 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마오타이의 국주 명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지켜볼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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