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사내변호사는 화나요…상사 개인 소송까지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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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주 로앤피기자·변호사
입력 2022-04-0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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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 부동산 소송, 내용증명 작성 등 '울며 겨자먹기'

  • "사내변호사 실무기준 지속적 정비 필요"

[사진=연합뉴스]

#1. “계약서를 검토해야 하거나 내용증명을 보내야 할 상황이 생기면 개인적으로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 상사들이 나이가 좀 있다 보니 주로 부동산 관련 분쟁이 많다. 같은 직장 상급자의 부탁이라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 대기업에서 9년차 사내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A씨의 말이다. 그는 각종 계약서 검토, 내용증명 발송 등을 해달라고 자신에게 부탁하는 직장 상사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 거절하기가 쉽지 않아 내용증명 검토까지는 그냥 해 준 경우가 많았는데, 다른 사내변호사들은 내용증명 작성까지도 해 준 사례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2. “회사 규모나 법무팀 역할 등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대기업 법무팀은 타 부서의 요청을 받아 검토하는 역할이므로 상대적으로 다른 부서에 비해 위상이 높다. 하지만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법무팀이 없거나 비서실에 변호사를 배치해 비서 역할까지 요구한 사례도 본 적이 있다. 이런 변호사들은 견디다 못해 다들 퇴사했다.“
 
대기업에서 6년차 사내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B씨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변호사들의 근무환경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체계가 잡힌 대기업은 변호사에게 개인적인 민원을 부탁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변호사의 회사 내 역할 및 지위가 애매하기도 하고, 업무 외 요청을 받는 경우도 종종 목격한다고 설명했다.
 
#. ”모회사 소속 사내변호사에게 자회사의 법률자문 등 법무와 관련된 업무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변호사법으로 금지된다고 대한변협에서 해석을 한 적도 있다. 나아가 회사 업무뿐만 아니라 이혼 상담 등 개인적인 부탁도 많이 받는다. 사내변호사도 직장 내 구성원인 만큼 직원들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거절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10년차 사내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C씨의 말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내 변호사가 급속도로 증가(약 4000여명으로 추산)하면서 회사와의 관계나 사내변호사의 역할, 사내 자문 등 관련 사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미비하다는 평가가 여전하다. 이에 따라 대한변호사협회 등은 회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사내변호사 실무기준을 계속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변협 감사인 홍성훈 변호사는 “송무 중심의 전통적인 변호사 업무와 기업에서의 사내변호사 업무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한다”며 “사내변호사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회사 내에서 이들의 역할, 업무 범위 등에 대해 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사내변호사의 출발은 197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대까지는 변호사가 아닌 법과대학 졸업생 출신 직원들이 법무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다 1970년대 말에 사내변호사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사내변호사로서 기업에서의 변호사 생활에 대해 매력을 갖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변호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 판사나 검사로 임용되거나, 변호사로 시작하더라도 금전적인 면에서 사내변호사로 시작하는 것에 비해 월등한 상황에서 굳이 사내변호사로 생활을 시작할 동기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법원·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주요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본격화됐다. 대기업들도 상시적으로 변호사를 채용하기 시작하면서 사내변호사 시장은 성장기를 맞았다. 그러다가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으로 인한 변호사 수의 급증으로 현재 대한민국 법조계는 커다란 변혁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사내변호사 채용원인도 초기에는 외부 변호사와의 업무 협조 원활화, 국내외 규제 및 소송 증가에 따른 대응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법률사무의 적절한 수행, 법률비용의 절감,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 등으로 그 범위가 넓어졌다. 변호사 수의 증가에 따른 변호사 고용비용 감소가 그 배경에 있다.
 
홍성훈 변호사는 “급속도로 증가한 사내변호사가 기업 내 업무지침 내지 관행만으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업무범위 등을 정리한 내용도 없어 사내변호사로서의 기업 내 업무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현실이었다”며 “이에 고충을 수렴하고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많은 경험을 쌓은 사내변호사들의 조언을 정리하거나 사내변호사의 실무기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사내변호사들의 기업 내 업무 범위, 근로자 지위에서 오는 혼란 등에 대해 완벽하게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대한변협도 사내변호사 실무기준을 마련하면서 전문적인 역량 강화와 권익보호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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