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대전환의 시발점, 과학기술혁신 인재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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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 한국과총 회장·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22-03-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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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회장(서울대 명예교수) 기고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회장·서울대 명예교수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코로나 팬데믹 3년 차에 대한민국 새 정부 출범이 임박했다. 기후변화,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빚어진 신냉전 국면까지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이 밀려오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재앙적인 출산율 저하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길게 볼 것도 없이 당장 3년 후면 65세 고령 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이러한 인구감소 위기를 필두로 심화되는 양극화와 지방소멸, 세대갈등과 일자리 문제가 풀기 힘든 실타래처럼 뒤엉킨 상황이다. 게다가, 눈에 띄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없는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팽창사회에서 수축사회의 길을 걷고 있다. 한편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계기로 가속화된 기술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한강의 기적’을 만든 성공신화와 획일적인 평균주의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다. 그렇게 머뭇거리는 동안 선진국들은 경제 기조를 바꾸며 인공지능, 메타버스, 양자컴퓨팅 등과 같은 게임체인저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술패권은 이제 무역, 기후, 인재전쟁 등 국가 간 모든 갈등 요소를 촉발하는 글로벌 리스크의 뇌관이 되었다. 이토록 엄중한 시기에 닻을 올린 차기 정부의 어깨가 무겁다.

과학기술이 모든 이슈의 중심에 자리하는 만큼 최우선 국정과제는 치열한 기술패권경쟁에 대응할 생존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일이어야 한다. 이제는 빠른 추격자(fast-follower)의 낡은 전략을 버리고 대전환 시대가 원하는 혁신 선도자(first-mover)로 거듭나기 위한 완벽히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영역을 꼽는다면 과학기술 혁신을 주도할 인재 양성과 활용이다. 인재 양성의 첫 단추는 초중고 교육인데 곧 발표될 2022 교육과정 개정을 바라보는 과학기술계의 우려가 크다. 최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은 수학‧과학‧정보 교육 연령을 낮추고, 학습량과 난이도를 상향하는 추세다.

반면 우리는 학생의 선택권 존중과 학업 부담 감소를 이유로 부족한 수‧과학 교육의 양적, 질적 수준을 더 낮추겠다는 판국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3년마다 발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도 한국 청소년들의 디지털 문해력(디지털 리터러시)은 최하위로 나타났다. 씁쓸하지만 우리나라 수학‧과학‧정보 교육이 얼마나 뒤처져 있는가를 보여주는 현주소다.

결국 이렇게 되면 공교육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사교육으로 메꿀 수밖에 없다. 고급인력 부문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공계 석박사급 인력 부족이 전망되면서 과학기술 인재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전략은 제자리걸음이다. 이 문제들의 실마리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연결되는 일관되고 지속가능한 이공계 교육에 있다. 과학기술 인재양성 정책의 새 판을 짜야 하는 이유이다.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가 7대 분과 중 하나로 ‘과학기술교육’ 분과를 신설하였다. 대선공약에서 과학기술을 가장 중시하는 정부가 되겠다는 다짐을 실현한 첫 단추라고 생각되어 기대가 모아진다. 우선 과학기술 인재 양성은 청소년기 교육부터 석‧박사, 연구자, 핵심인재로 단절 없이 이어지는 로드맵이 중요하기 때문에 과학기술 전담부처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영재교육 등 인재양성 정책과 대학 기초연구 분야의 정부 지원체계도 효율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부처마다 다른 입장을 수렴해 갈등을 봉합하려다 보면 본질이 흐려진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현장에 혼란과 실패만 안길 뿐이다.

과학기술 인재정책에 대한 총괄, 조정 권한만큼은 연구개발(R&D) 기획과 집행을 경험하고 전문성을 갖춘 부처에 확실히 맡겨 최고의 전문가가 모여 정책을 수립하고, 국민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대전환의 시발점은 결국 사람이다.

미래세대와 시니어 과학자를 비롯해 소외된 지역, 청년, 여성 연구자 모두가 상생하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여, 국가를 대표할 과학기술 강철부대가 육성되어야 한다. 과학기술 혁신이 곧 국가의 혁신이 되리라 믿는다면 그들이 원하는 창의성, 도전정신, 다양성을 전적으로 존중하는 새 정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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