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바닥 쳤나?"…일본 국내투자자들 엔 반등에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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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2-03-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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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내 투자자들이 엔 반등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최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엔은 안전자산이라는 통념이 무색하게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엔의 가치는 6% 정도 하락했다.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벌어진 금리 차에 자금 이탈이 대규모로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엔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엔 반등 베팅은 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2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엔의 상승에 베팅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액 총합은 2580억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도쿄금융거래소의 블룸버그 분석은 집계했다. 해당 집계는 2006년부터 이뤄졌다. 개인투자자들이 이처럼 엔 베팅으로 돌아서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일본의 초저금리 때문에 대부분 국외투자를 늘려왔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엔은 주요 10개 통화 중 가장 안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엔의 가치는 6% 정도 하락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국채금리 격차가 벌어진 것이 주요 원인이 됐다. 치솟는 에너지 가격 역시 엔 가치에 압력을 가했다. 일본은 에너지 수입국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위기, 일본은행의 지속적인 통화완화정책, 인플레이션 상승 등도 환율 시장을 더욱 혼란에 빠뜨렸다. 

런던 크레디트 아그리콜 CIB의 발렌틴 마리노프 G-10 리서치 전략 책임자는 "스태그플레이션 불안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금리 차를 이용한) 캐리 트레이드를 덜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고 하며 "이것이 개인투자자들의 매력을 떨어뜨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곧 투자자들이 외환시장의 변동성과 엔저 평가가 모두 진정되면 다시 고수익 통화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고 지적했다. 

마진트레이더들의 순매입은 엔화가 달러당 150엔까지 갈 수 있다는 소시에테제네랄 SA의 앨버트 에드워즈 같은 스트래티지스트들의 약세 주장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엔달러 환율이 150엔까지 갈 수 있다고 보았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엔은 1990년 8월 이후 가장 약세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지난 2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인 122.44엔 수준보다도 18%나 낮은 것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엔 약세는 일본 경제에 긍정적이며, 정책입안자들은 통화완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물론 최근 엔 약세 흐름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바라보겠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구로다 총재는 "현시점에서 엔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엔화는 기업 수익과 설비투자 등에 대한 플러스 효과가 강해지고 있는 한편, 가계 실질소득 감소 등을 통해 “일본 경제의 추진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즈호은행의 비슈누 바라탄 경제전략책임자는 일본 개인투자자들은 글로벌 거시 배경과 BOJ 내 긴장 사이에서 세심하게 적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엔고 포지션은 글로벌 정책 전환이 진행됨에 따라 투자자들이 해외에서의 포지션을 보호하고 헤지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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