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대만에 선두자리 내준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새로운 10년 위한 'China 4.0'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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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동서울대 교수,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22-03-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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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드 보복 때문? 현지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 미비가 근본적 원인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동서울대 교수]



개혁·개방 이후 본격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되면서 중국의 수입시장에서 한국, 일본, 대만의 삼각 편대가 시장 점유율 선두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중국의 산업화에 필요한 부품·소재를 비롯해 소비재 부문의 수요에 대한 수입을 이들 3국에 크게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만 중국의 특정 국가에 대한 보복적 조치가 희비를 가르기도 한다. 최근 10여 년간 중국 수입시장 변화 추이를 보면 2013년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1위 수입 대상국으로 등극했다. 이러한 순위 역전이 일어난 이유는 2012년 9월에 발생한 중국과 일본의 해묵은 영토권 분쟁, 즉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사건 발발로 중국의 일본 상품 불매 운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이 7년 동안 수위 자리를 유지해오던 중국 수입시장 판도에 2020년 또 다른 반전이 생겨났다. 한국을 제치고 대만이 1위 자리로 오르더니 2년째 계속되고 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 이후 위태롭던 위치가 마침내 대만에 자리를 뺏기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전경련 발표에 따르면 2017〜2021년 기간 중 한국산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1% 하락함으로써 경쟁국 중 하락 폭이 최대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하면 점유율 하락이 무려 2%에 달해 더 충격적이다. 현지 시장에서 한국산이 후퇴하고 있지만 대만 혹은 아세안 제품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반격도 만만치 않아 자칫 3위로 내려앉을 수도 있는 위험마저 감지되고 있다.
 
중국 시장 내에서 한국산의 후퇴를 단순히 사드 보복으로만 돌리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할 수 있다. 미·중 갈등이 불거지면서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고립화를 탈피하기 위해 부품·소재 국산화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홍색공급망(Red Supply Chain)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이에 일차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 한국산이다. 이에 더해 중국 소비자들이 외국산 수입 소비재 대신 자국산 구매를 확대하는 ‘애국 소비(國潮·궈차오)’ 열풍에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이 자동차와 화장품이다. 가까운 장래에도 이런 현상이 심화하지 수그러들지는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중국 경제 성장세의 진퇴와 무관하게 한국 제품의 설 자리가 위축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사드 보복 이외에 중국 진출 기업의 탈(脫)중국이 한국산 수입시장 점유율 감소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적한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경쟁국인 대만이나 일본 기업도 중국을 떠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다른 각도로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대만은 정부가 앞장서 ‘하나의 중국’에 대한 거부감의 상징적 조치로 대만 기업의 중국 철수를 강하게 부추겼다. 본국으로 돌아오거나 동남아, 심지어 미국이나 일본으로까지 제조 베이스캠프를 확대하면서 수출처 다변화에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과 사사건건 갈등을 증폭시키면서도 중국 수입시장에서 1위를 탈환하는 역설적인 쾌거까지 만들어냈다. 자급 능력이 없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 혹은 장비에 대한 대만 의존도를 극대화해 놓았다.

지난 30년 동안 10년마다 중국 시장 큰 변화, 새로운 10년을 위한 ‘China 4.0’ 필요
 
한국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중국 경제 혹은 산업 구조의 변화에 상대적으로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다. 산업 고도화 혹은 내수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잣대로 중국 시장을 재단하고 진부한 마케팅 방법으로 일관한다. 사드 보복이나 탈중국이 수입시장 점유율 하락에 원인 제공을 했지만 변화하는 중국의 수입 수요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고백하는 것이 해법을 찾아낼 수 있는 첩경임을 인식해야 한다. 결국 대(對)중국 수출 상품의 부가가치를 전략적으로 높이지 않으면 경쟁에서 계속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중 격돌과 이에 따른 신(新)보호주의가 오히려 반사이익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하며, 대만은 중요한 본보기다.
 
2021년 국가별 수출 순위에서 한국은 7위다. 최근 무역협회에서 발표한 수출 1위 품목 수(2020년 기준)로는 한국은 77개로 수출 규모와 비교해 뒤처진 10위다. 한편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산이 1위를 하는 품목은 333개로 일본(670개)·독일(576개)·미국(531개) 등에 비해 크게 뒤지는 5위에 그쳤다. 특정 품목 혹은 기업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중국 수입시장에서 1위 자리 고수가 쉽지 않고, 우려가 현실로 입증되고 있기도 하다. 중국산 로컬 제품이나 대만 혹은 아세안 등 중저 부가가치 상품으로는 승산이 없다. 선진국 제품과 정면으로 승부해 이길 수 있어야 중국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올해 한·중 수교 30주년이 된다.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면 거의 10년을 주기로 큰 굴곡이 만들어졌다. 하도급 생산 기지→현지 시장 확보→수입시장 장악에 이어 또 다른 계기가 생겨나고 있다. 내부적으론 중국 의존도 축소와 수출처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외부적으론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중국의 홀로서기가 진행 중이다. 우리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4%,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 주력 시장 비중은 34%로 이를 합치면 58%에 달한다. 특정 시장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수출시장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제로섬 게임으로 어디를 줄이고 늘릴 일이 아니다. 새로운 10년을 위한 ‘China 4.0’ 마케팅 전략으로 현지 수입시장 점유율 지속해서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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