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기인] ③ KAIST 최새롬 박사 "출산·육아가 경력단절 원인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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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기자
입력 2022-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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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사학위 과정에서 두 아이 낳아...연구와 출산·육아 병행

  • 산후조리원에서 초안 작성한 논문, 국제 암 학술지에 게재

  • 혼자서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어...주변의 많은 도움 필요해

KAIST 최새롬 박사가 3월 20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여성과기인으로서의 고충과 필요한 지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이상우 기자]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혼여성 6명 중 1명은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있으며, 첫 번째 이유는 육아(43.2%), 세 번째 이유는 임신과 출산(22.1%)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돌봄에 대한 문제가 떠오르면서 전체 경력단절에서 임신, 출산, 육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6년간 두 번의 출산을 포함해 세 아이를 양육하며 박사학위 과정을 마치고, 암을 연구해 세계적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최새롬 박사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Q.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올해 2월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바이오 및 뇌공학과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치료가 어려운 '삼중음성 유방암'을 호르몬 치료가 가능한 수준으로 완화하는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개발해 국제 암 학술지 '암 연구'에 게재했다."

Q. 현재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어릴 때부터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 가까운 친척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암을 공부하고 싶다는 결심을 굳혔다."

"미국에선 세포생물학과 줄기세포학을 공부했는데, 여기서 암 치료와 관련한 유전자를 체계적으로 발굴하면 논문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시스템 생물학에 대해 알게 됐고,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있어 KAIST에 입학했다. 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이곳에 하고 싶은 연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Q. 연구 성과에 대해서 듣고 싶다.
"쉽게 말해 악성 암세포를 조금 더 완화해 치료를 쉽게 만드는 방식이다. 유방암 중에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이 중 삼중음성 유방암은 항암제로만 치료가 가능하다. 유방암 치료에서 가장 발전한 치료는 항호르몬 치료인데, 암세포에 호르몬 수용체가 없는 삼중음성 유방암은 이것이 불가능하다. 논문은 삼중음성 유방암을 현존하는 호르몬 치료법으로 치료할 수 있는 형태로 되돌리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연구실 최초, 아이 키우며 학위과정 이수
최새롬 박사는 현재 세 아이의 어머니다. 미국에서 결혼하고 가정을 꾸린 후, 박사 과정에 진학할 무렵 첫 아이를 낳았다. 이후 열흘 만에 한국으로 건너와 KAIST 입학 면접을 봤다. 연구와 육아를 병행하는 중 둘째를 낳았고, 연구 막바지에 세 번째 생명이 찾아왔다.

Q. 임신·출산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아이를 낳은 직후에도 연구를 위해 동물실험을 계속해왔는데, 임신한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셋째 아이를 가졌을 때는 출산 전날까지 실험실에 있었다. 짐 가방에도 출산 관련 용품 대신 노트북과 데이터를 준비해 산부인과로 갔다. 수유하고 쉬는 시간에는 논문을 작성했고 산후조리원에서 논문 초안을 완성했다."

"박사과정 중 출산을 두 번이나 했는데, 주변에서는 연구에서 빠질 수도 있다는 소문도 들었다. 이건 국가나 정부, 학교가 아닌 교수 재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지도교수님이 아무 걱정하지 말고 출산하고 오라며 축하해줬다."

Q. 남들보다 시간이 많이 모자랐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연구 생활이 시작되면서 연구실에는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박사 과정에서는 밤늦게까지 연구해도 모자라지만, 어린이집으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했다. 연구에 집중할 시간이 모자랄 때면, 아이를 집에 데려다 놓은 뒤 다시 연구실로 복귀하거나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 남은 일을 처리하기도 했다.
때문에 스케줄 관리에 더 신경 썼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뮬레이션도 퇴근할 때 작업을 걸어 놓는 등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연구실에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실험실 사용 스케줄도 최대한 조율했다. 평소 꼼꼼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러한 생활 때문에 꼼꼼해진 듯하다. 이전에는 일정을 잊거나 실수도 많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고 느낀다."
 
혼자 모든 것을 하기는 어려워...많은 도움 필요
최새롬 박사는 바이오 및 뇌과학 연구실에서 출산과 육아를 병행한 첫 번째 학생이며, 최초의 '다산' 기록까지 세웠다. 이 커다란 두 가지를 동시에 하면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셈이다. 특히 그는 혼자서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주위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Q. 학위 과정 중 가장 큰 성취를 느낀 것은 언제인가.
"5년간 해온 연구를 마무리했을 때 큰 성취감을 느꼈다. 박사 과정을 출산·육아와 함께하면서 항상 용기를 주는 남편과 아이들,  어린이집과 아이 돌보미 선생님, 교수님과 연구실 동료까지 많은 도움을 받은 덕분에 연구에 집중하고 좋은 성과를 거두며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살면서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모두가 함께해서 이뤄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Q. 경력단절의 위기를 느낀 적 있는지 듣고 싶다.
"아이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나와 비슷한 상황의 여성을 만나면서 현재 나의 상황에 정말 감사해야겠다고 느꼈다. 아이의 같은 반 친구 어머니는 박사과정 중 1년간 휴학을 했다. 주위에서도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출산하게 되면,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연구를 잠시 쉬고, 결국 경력이 단절된다. 의지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 더 힘들 것이라고 느낀다."

Q. 삶의 지표로 삼고 있는 격언이나 신조가 있다면.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 연설을 했는데, '배움은 결승선이 없는 마라톤과 같다. 끝나지 않을 것이면 즐기자'는 말을 했다. 이 문장을 항상 떠올리면서 매사 모든 걸 즐긴다. 스스로 재미있으니 언제나 열심히 하고, 좋은 성과가 안 나오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다음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다."

Q. 영감을 준 인물이 있는지.
"공부하면서 강수진 발레리나 사진을 항상 지갑에 넣고 다녔다. 발가락이 굵어지고 부르트도록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에서 매우 큰 의미가 됐고, 나도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느꼈다."

Q. 동료와 후배 여성과기인들에게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한다면.
"목사 조엘 오스틴이 쓴 '긍정의 힘'을 추천하고 싶다. 책에는 삶을 긍정적으로 살았을 때 어떻게 시너지를 느낄 수 있는지 등 희망적인 내용이 많다. 나도 책을 읽은 이후 매일 감사했던 일을 수첩에 쓰고 있다. 감사했던 마음을 다시 새길 수 있고, 이 때문에 항상 겸손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느꼈다."

Q. 현재 고민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연구실에서 개발한 혁신적인 치료방안을 민간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이를 실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목표다. 현재 지도교수인 조광현 교수와 함께 네 명이 공동창업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것은 연구가 단순히 실험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상용화하는 것이다. 또한 회사에서도 연구실을 마련해 암에 대한 목표 유전자를 발견하고 치료를 위한 약물 후보물질을 발굴할 계획이다. 연구와 함께 환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현재 고민도 여기에 있다. 창업이라는 것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이전에는 연구하다 운 좋으면 교수가 되고, 아니면 과학 연구원을 하자는 생각을 해왔다. 그러다 교수님 제안으로 공동창업을 하게 됐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두렵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고, 공부해야 할 것이 생겼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기대된다."

Q. 다른 여성과학기술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 한마디로 세상이 크게 바뀌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와 같은 사례가 등장하고 이러한 이야기가 많은 여성과학기술인에게 힘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예전에는 혼자서 노력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주변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KAIST의 경우 재학 중인 여성 과학자를 많이 배려하고, 지원도 많다. 학교 내 어린이집이 대표적이다. 연구실 가까운 곳에 어린이집이 있어 출산과 연구를 병행할 수 있었다. 이러한 복지가 일반 기업에도 더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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