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의 지피지기] 시진핑 3연임 시대..中공산당에 떠오르는 붉은 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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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논설고문
입력 2022-03-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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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가을 제20차 당대회 앞두고 새 지도부 등장

전인대 폐막식에서 박수치는 시진핑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11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박수치고 있다. 

2022 베이징(北京) 패럴림픽이 13일 막을 내렸다. 이틀 전인 11일에는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마지막 회의인 5차 회의가 성공적으로 폐막했다. 2월 20일에는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도 성대한 막을 내렸다. 베이징 패럴림픽과 겨울 올림픽에는 모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부인 펑리위안(彭麗媛)과 함께 참석해서 개막과 폐막을 선포했다. 총리 리커창(李克强), 전인대 위원장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政協) 주석 왕양(汪洋)을 비롯한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부인을 대동하지 않고 당내 서열 순서로 일렬로 늘어서서 들러리를 섰다.

이로써 지난해 7월 1일의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시작해서, 11월 8일부터 닷새간 열린 제19기 중앙위원회 마지막 회의인 6차 전체회의(六中全會)의 ‘역사적 결의’로 이어져온, 시진핑 의 당 총서기 3연임 띄우기를 위한 일련의 행사들이 모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제 남은 것은 올가을로 예정된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3연임을 통과시키는 일만 남았다.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세계사적 사건을 겪으면서도 올해 가을의 당 대회에서 시진핑의 총서기 3연임을 부드럽게 통과시키기 위한 분위기 조성 작업은 일관되게 진행됐다. 이제 남은 작업은 시진핑의 당 총서기 3연임 시대를 함께 열어갈 젊고 새로운 붉은 별들을 어떤 모습으로 14억 인민들과 국제사회에 선뵈느냐 하는 일만 남았다.

시진핑의 3연임에 무엇보다도 큰 장애물은 ‘칠상팔하(七上八下)’로 널리 알려진 중국공산당 당내 인사원칙이다. 미국과 유럽에도 “Seven up, but eight down"으로 알려진 ‘칠상팔하’는 당의 최고위 간부 자리에는 67세가 되는 해에는 발탁이나 선출이 가능하지만, 68세가 되면 불가능하다는 당 내부 합의다. 1980년대에 시작된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40여 년 동안 잘 지켜져온 이 내부합의는 1953년 6월생으로 오는 6월 만 69세를 넘기는 시진핑의 당 총서기 3연임은 이 내부합의를 무너뜨려야 한다. 그러면서도 선임자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두 총서기 시대를 거치며 잘 지켜져온 이 내부합의에 따라 정치국 상무위원 중에서는 리잔수(72)와 한정(韓正·68) 2명과, 25명의 정치국원들 가운데에서 9명 등 모두 11명을 퇴출시키고 그 자리를 새로운 붉은 별들로 채워 정치국 상무위원회와 정치국의 면모를 일신시킬 계획이라고 미국과 홍콩, 대만의 차이나 워처들은 판단하고 있다.

정치국에서는 왕천(王晨·72), 류허(劉鶴·70) 부총리, 쉬치량(許其亮·70) - 장여우샤(張又俠·72) 군사위 부주석, 쑨춘란(孫春蘭·72) 여성 부총리, 양제츠(楊潔篪·72) 외교담당, 양샤오두(楊曉渡·69) 공안담당, 천시(陳希·69) 중앙서기처 서기, 궈성쿤(郭聲琨·68) 무장경찰 담당 등 11명의 고령자들을 퇴출시키고 새로운 붉은 별들로 채울 예정이다. 베이징 권력 내부 사정에 밝은 대만의 관찰자들은 시진핑이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들 중에서도 자신과 리커창(리잔수의 후임 전인대 위원장)만 남기고 5인의 새로운 붉은 별을 정치국에서 발탁할 예정이라고 보고 있다.

올가을 20차 당 대회에서 새로 떠오를 5인의 붉은 별들은 천민얼(陳敏尒·62) 충칭(重慶)시 당서기, 딩쉐샹(丁薛祥·60) 중앙서기처 서기, 차이치(蔡奇·67) 베이징시 당서기, 리창(李强·63) 상하이(上海)시 당서기, 리시(李希·66) 광둥(廣東)성 당서기 등 4명과 전임 후진타오 당서기가 시진핑의 후계자로 추천한 후춘화(胡春華·59) 부총리 등 5명이다. 이 가운데 차이치 베이징시 당서기는 이번에 베이징 겨울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성공적으로 주최해서 점수를 땄다. 이들 5명의 붉은 별들 가운데 특히 천민얼, 딩쉐샹, 후춘화 3명은 5년 뒤의 2027년 제21차 당대회 때도 68세 미만의 연령이어서 그때 74세가 되는 시진핑 당 총서기의 4연임이 불가능해질 경우에는 이들 3명 가운데 1명이 시진핑의 후계를 이을 전망이다.

미 브루킹스 연구소 최고의 중국 정치인맥 전문가 청리(Cheng Li)가 쓴 에 따르면 시진핑의 인맥은 크게 나누어 산시(陝西) 인맥과 허베이(河北) 인맥, 푸젠(福建) 인맥, 이른바 ‘즈장신쥔(之江新軍)’으로 알려진 저장(浙江) 인맥, 상하이(上海) 인맥으로 분류된다. 시진핑은 경제 담당 부총리를 지낸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이 덩샤오핑의 절친인 이른바 ‘태자당(太子黨)’ 출신인 데다가, 16세 때 문화혁명 시기에 베이징의 당 간부들 거주지에서 산시성 시골로 하방(下放)을 당해 가서 시골 당 지부 서기에서 출발해서 20-30대 시절을 허베이(河北)성 현지부 당서기, 40대 시절에는 푸젠성 당서기로, 50대에는 저장성 당서기와 상하이시 당서기를 지내면서 쌓은 인맥을 자랑한다. 거기에다가 중국 최고의 자연계 대학 칭화(淸華) 대학 화공과 학부 출신에 대학원에서는 마르크스주의 이론 교육을 전공한 법학박사라는 특이한 프로필과 지방 당서기를 지내고 군(軍)의 지방 당위원회 간부를 거치면서 쌓은 군부인맥도 갖고 있는 독특한 커리어를 지닌 인물이다. 시진핑은 21세 때 입당해서 그런 커리어와 인맥을 바탕으로 38년 만인 2012년 당총서기로 선출됐고, 다가오는 20차 당 대회도 그런 프로필과 인맥을 바탕으로 젊고 유능한 것으로 알려진 새 별들을 등용해서 자신의 3연임 이후 시대를 열어갈 계획이다.

20차 당 대회에서 새로 등장할 5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시진핑이 가장 신임하는 것으로 알려진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와 리창 상하이 당서기, 리시 광둥성 당서기는 이른바 저장(浙江)인맥에 속하며, 딩쉐샹은 상하이 인맥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올해 각각 62세인 천민얼과 60세인 딩쉐샹은 2027년 시진핑의 후계를 이을 후보자로 판단된다. 후춘화는 이른바 격대지정(隔代指定) 형식으로 전임자 후진타오가 당 총서기직을 시진핑에게 넘겨주면서 후계자로 지정해준 인물이다.

현재로서는 중국 권부 내 최고로 풍부한 인맥을 자랑하는 시진핑의 올가을 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에 반대하는 분위기는 크게 감지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홍콩, 대만의 차이나 워처들은 푸틴이 벌인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진핑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커다란 관심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더구나 1999년부터 24년간 러시아 대통령과 총리를 번갈아 해가며 장기집권을 해와 시진핑이 전 세계 정치 리더 가운데 누구보다도 가까이 지내온 푸틴이 벌인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의 승리로 끝날지 실패로 끝날지가 푸틴의 앞날뿐만 아니라 시진핑의 앞날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차이나 워처들은 진단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의 산시성 인맥인 전 인민일보 사장 왕천(王晨) 정치국원이 지휘하는 중국 미디어들은 푸틴의 러시아 침공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행동”,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 등으로 규정하고 있어 베이징 주재 외국 특파원들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거기에다가 베이징 겨울 올림픽 기간에 중국 네티즌들의 SNS를 중심으로 확산된 장쑤(江蘇)성 철련녀(鐵鏈女·‘쇠사슬에 묶여 지내는 8남매의 엄마) 사건은 시진핑이 3연임을 위해 내건 샤오캉(小康) 사회의 완성과 2035년 사회주의 강국 건설, 2050년 중국의 꿈에 찬물을 끼어얹은 사건으로 기록됐다. 우리 미디어에도 ’쇠사슬녀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이 사건은 중국의 한 블로거가 장쑤성 쉬저우(徐州)시 펑시엔(豊縣)의 한 판잣집에서 쇠사슬에 목이 묶인 40대 여성의 영상을 1월 말 SNS에 올리면서 중국 내에 널리 알려졌다. 이 여성은 1998년 쓰촨(四川)성에서 5000위안(약 100만원)에 인신매매로 팔려와 여덟 자녀를 낳고도 남편이 사는 건물 옆 판자집에 도망을 못 가도록 쇠사슬에 묶인 채 지내온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공산당은 현지 지방당 간부를 해임시키는 등 조치를 취했으나, 과연 책임을 어느 윗선까지 지워야 하느냐로 중국 사회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거기에다가 2월 초부터는 미국과 대만, 홍콩의 중국어 인터넷 뉴스 매체들이 ‘시진핑에 대한 객관적 평가’라는 제목의 길이 4만 자(200자 원고지 200자 분량)의 익명의 괴문서가 나돌아 베이징의 정치분위기를 더욱 뒤숭숭하게 만들어놓고 있다. 과연 시진핑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쇠사슬녀 사건, ‘시진핑 객관평가’ 괴문서를 잠재우고 올가을 3연임에 성공할지는 우리 외교당국도 잘 관찰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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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현 최종현 학술원 자문위원 ▲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 호서대 초빙교수


(미니 박스) 

중국의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폐렴 확진자 급증도 관심사

2020년 초 우한(武漢)에서 세계 최초의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新型新冠肺炎病毒)가 발견된 이래 우한시 전체를 봉쇄하는 등 ‘칭링(淸零·제로 방역)’을 자랑하던 중국이었다. 그동안 전국에서 하루 100명 이하의 확진자를 찾아내던 중국 질병통제당국이 3월 15일의 경우 4505명의 신규 확진자를 검출해내는 등으로 당황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현재 누적 확진자 숫자 40만9905명, 누적 사망자 숫자 1만57명으로 제로방역 체제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지린(吉林)성 지린시와 창춘(長春)시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견되고 있으며, 남부 광둥(廣東)성과 산둥(山東)성의 대외 경제교류가 활발한 도시를 중심으로 많은 오미크론 확진자가 발견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중국도 오미크론에 대처하는 방역 방침을 제로 방역에서 자가 진단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의 선이 무너진다면 이 또한 시진핑의 3연임에는 부정적 소식이 아닐 수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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