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 폭격] ​'이제 1분기인데'…재계, 헝클어진 경영계획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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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2-03-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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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우크라 침공에 환율 변동 등 심화

  • 전자·건설·기계·정유·항공 전방위 타격

  • 대기업, 대비책 마련 등 재수정 불가피

"이제 3월이잖아요. 아직 1분기도 안 끝났는데, 작년 말에 세운 올해 경영계획은 무의미한 상황입니다. 전면 재수정을 검토하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에요." 국내 10대 기업에 속하는 한 고위 임원의 한숨 섞인 토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폭등, 환율 변동 등이 심화하면서 국내 경제계가 말 그대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사실상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올해 경영계획을 새로 세우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전년도 말이나 늦어도 연초에 한해 경영계획을 세우는데, 최근 이를 아예 전면 재검토하거나 일부 수정하느라 경영전략 회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적어도 올 상반기 리스크와 대비책을 만들라는 지침이 슬슬 나오고 있다"며 "각 계열사 CEO들도 이에 발맞춰 전략을 세우느라 부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연간 경영계획이 의미 없는 상황"이라며 "롤링 플랜(rolling plan : 계획과 실적 간 차이를 비교해 끊임없이 계획을 재구성하는 것) 방식으로 상황에 따라 뜯어고치는 게 현명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을 야기한 최대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폭등이다. 환율 상승 또한 우리 수출기업엔 상당한 부담이지만, 국제유가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직결되기에 제조업에 근간을 둔 국내 주요 대기업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배럴당 장중 최고 13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15일 전후로 다소 내림세를 보이지만, 요동치는 국제정세가 완벽하게 안정화하지 않으면 최고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내 대기업 대다수도 현재의 유가나 환율 상승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이런 상황이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당해 낼 재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에 따른 부담은 원자재 부품가 상승에 직격탄을 맞는 전자업계를 비롯해 건설, 기계, 정유화학, 항공사까지 도미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악화할 경우, 애초 예정했던 투자와 고용도 올스톱 될 가능성이 있다. 그나마 재계 1위인 삼성전자만이 올해 채용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삼성은 작년 8월 오는 2023년까지 총 4만명 신규 채용을 공언했고, 이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지난 13일 올해 상반기 공채 계획을 발표했다.
 
고용보다 사실 더 큰 문제는 투자다. 유가 상승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공급망 붕괴, 운송 차질 등에 대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쌓아둔 자금'을 시장에 풀기도 쉽지 않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경영상황이 불확실할수록 자금력이 중요해진다"며 "추가 투자 계획에 대해 현재로선 판단할 수 없거나, 새로운 경영계획 수립 전까지 보류 또는 예정보다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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