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폴 볼커가 다시 회자되는 시기에 맞는 역사적 FO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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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GFM투자연구소장
입력 2022-03-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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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GFM투자연구소장]


물가 및 통화가치의 안정을 위해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대부분의 중앙은행가들은 아마도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인플레이션 파이터(Inflation fighter)’로 평가받기를 원할 것이다. 1951년 4월부터 1970년 1월까지 최장기 연준(Fed) 의장을 지낸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 주니어는 연준의 독립성을 처음으로 확립한 인물로 꼽히면서 “미국 중앙은행의 임무는 파티가 한창 달아오를 때 그릇을 치우는 일”이라는 유명한 어록도 남겼지만, 역대 미국 연준 의장 가운데 진정한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꼽으라면 단연 폴 볼커(Paul A. Volcker, 1927~2019)를 떠올리게 된다. 키가 2m 넘는 거구이면서도 항상 단호하고 확신에 찬 자세와 표정을 유지한 데서 짐작되듯이 그의 조부모는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윌리엄 마틴에 이어 8년간 연준 의장을 지낸 아서 번스(Arthur Burns)는 ‘금본위제 폐지’라는 역사적 부도를 낸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에게 휘둘리면서 어렵사리 확보한 연준의 독립성을 스스로 반납했으며(심하게 평가하자면 닉슨의 재선을 돕기 위해 연준 의장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많이 저질렀다), 이어 잠시 연준 의장을 지낸 윌리엄 밀러도 이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는 수렁에 빠진 미국 경제를 건져 내는 데 힘을 보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75년에야 끝난 베트남 전쟁(그 와중에 마구잡이로 찍어낸 달러), 중동 전쟁으로 인한 1차 석유파동(1973년), 이란의 팔레비 왕조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게 전복된 이후 몰아닥친 2차 석유파동(1979년) 등으로 치솟는 물가와 경기 침체라는 암울한 경제 상황하에서 연준 수장을 맡은 폴 볼커의 활약상은 이 칼럼을 통해 장황하게 정리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본다.
 
그래도 폴 볼커가 등장하는 칼럼이니만큼 그가 토요일이었던 1979년 10월 6일 단번에 400bp에 달하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나(11.5% →15.5%) 1981년에는 연방기금금리를 21.5%까지 끌어올린 사실은 다시 곱씹어 볼 만하다. 그로 인해 몇 년에 걸친 미국의 극심한 경기 침체는 불가피했지만 그렇게 해서 고질적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킴으로써 이후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은 장기간에 걸쳐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에는 폴 볼커의 극단적 긴축 정책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음에도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지 않은 지미 카터(민주당)와 로널드 레이건(공화당)이라는 훌륭한 국가 지도자들이 있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향후 전개 과정과 기타 국제 정세의 변화,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적 결단 혹은 고집에 따라 지극히 가변적인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작금의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와 곡물 가격의 급등세,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은 폴 볼커가 싸워야 했던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늘을 짙게 드리운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맞는 연준의 3월 FOMC(15~16일)는 그래서 역사적인 이벤트다. 그리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자신의 혀로 자신을 묶었다. 지난 3일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리처드 셀비 공화당 의원(앨라배마)은 폴 볼커를 언급한 뒤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연준과 연준 지도부는 무엇이든 할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파월은 자신도 폴 볼커를 잘 알고 있다면서 존경의 마음을 표한 뒤 “의원님의 질문에 제가 ‘예’라고 답변한 것으로 역사가 기록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대답하였다. 재차 물가 안정을 위해 거리낌없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고 묻자 파월은 “Yes”라고 단호하게 대답했고, 이에 상원의원은 “그럼 지금껏 해온 것과는 달라지겠군요. 대단히 감사하다”며 질의를 끝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월 24일 이전 데이터로만 산출된 미국의 2월 CPI가 7.9%(전년 대비)였다. 파월 의장은 3월 초 의회 증언에서 자신은 이번 3월 FOMC에서 25bp(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이번 FOMC 결과도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이벤트다. 이번에 새롭게 제시되는 ‘점도표’도 눈여겨볼 만하고 FOMC 이후 시장 반응, 특히 기술적으로 매우 크리티컬한 지점에 도달한 유로·달러(EUR·USD), 달러·엔(USD·JPY), 달러·원(USD·KRW) 환율 등 외환시장 흐름은 역사적 변곡점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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