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우크라이나 사태...경제적으로는 이미 핵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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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GFM 투자연구소장
입력 2022-03-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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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GFM투자연구소장]


필자는 국제정세에 대해 칼럼을 쓸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고 전쟁 전문가는 더욱 아니다. 그러나 숨가쁘게 전개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반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살피다 보니 어느 정도 공유할 만한 그림은 나온다.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는 애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하 푸틴)이 그렸던 시나리오에서는 많이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흘 정도면 키예프를 점령하고 친(親)서방 젤렌스키 정부를 대신한 친러시아 정부를 수립할 것으로 예상했던 듯하다. 미국과 EU(유럽연합) 등은 자신들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한 에너지 부문은
건드리지도 못하면서 경제 제재 운운하는 정도에 그치고……
 
그런데… 우크라이나 정치 지도자들은 부패하고 무능하지만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순수하고 강인하다. 내 가족과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총을 들고 나서는가 하면 무장하지 않은 시민 수십명이 러시아 탱크 앞을 가로막고 나선다. 전선(戰線)이 서너 군데로 확산된 가운데 러시아 군에 대한 보급 및 지원이 부실하여 무차별 공습과 미사일 공격을 배제한 채 기갑부대의 진군만으로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받아 내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로 전황이 전개되고 있다.

전쟁이 터지면 곧바로 어딘가로 피신할 것만 같아 보이던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나 아직 키예프에 있소”하며 인증 샷을 올리고, 화염병 들고라도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자며 사지(死地)로 국민들을 내모는데도 영웅화 되면서 EU(유럽연합)에 가입 신청을 하는 등 푸틴이 격분할 만한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다.  
 
거기에다 지리멸렬할 것으로 보이던 서방의 단결력과 대응이 푸틴의 예상을 훨씬 넘어서며 러시아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우리 시간으로 지난 일요일에 미국과 EU,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영국 등 주요국 정상들이 러시아 5대 은행을 전 세계 은행간 송금 시스템인 스위프트(SWIFT)에서 배제하고 러시아 중앙은행의 자산을 동결할 것임을 밝혔다. 거기에 추가하여 러시아 내부로부터의 균열을 노리는 듯한 조치도 뒤따랐으니 러시아 권력자들 및 그 가족들, 조력자들의 해외자산을 찾아내어 동결하기 위한 태스크 포스를 결성하겠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영토 내의 전쟁은 ‘아직까지는’ 재래식 시가전 양상이라면 경제 부문에서는 핵(核) 전쟁이 전개되고 있는 셈인데, 푸틴도 여기에는 발끈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무기를 운용하는 ‘핵 억지력 부대’에 특별 전투임무 돌입을 지시했다.
 
금융시장에서도 전쟁은 펼쳐지고 있다. 러시아 주가지수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된 지난 2월 24일에 작년 10월 고점 대비 68%나 폭락한 이후 거래가 중단된 상태이고, 뉴욕 증시에 상장된 러시아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 ‘VanEck Russia ETF’(티커: RSX)는 지난 2월 16일 이후 보름 만에 57.5% 하락하였다. 러시아 국민들은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해(bank-run) 유로화나 달러로 환전에 나서고 있고 외환시장에서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기존 9.5%에서 20%로 올리는 극약처방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국제유가는 기어이 배럴 당 100달러를 넘어설 기세인 데다 ‘아직까지는’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천연가스 가격도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경우 어디까지 튀어 오를지 모르는 상태다. 거기에다 소맥(밀), 대두(콩) 등 농산물 가격도 기술적으로는 과매수 상태로 진입했지만 러시아의 향후 선택에 따라 추가 급등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평화로운 세상에서 일상의 행복을 추구하는 대다수 지구인들의 바람은 푸틴이 이번만큼은 전략적·전술적 실패를 자인하여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이끌어내고 서방은 그에 호응하여 대(對) 러시아 제재를 철회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권력자)들의 DNA는 일반 시민들의 그것과는 다른데, 모든 것을 자신의 정치적 생명 내지 영향력과 관련시키는 그들이라 앞으로도 우크라이나 사태의 전개 양상 및 그로 인한 결과는 지극히 가변적(可變的)이다. 그리고 이미 이 정도의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만으로도 시장의 고민은 인플레이션(inflation)에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의 동시 진행)으로 옮겨진 상태다.
 
연준(Fed)이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인플레이션이 잡힌다는 보장도 없고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기도 힘든 시절을 우리는 지금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 경로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는 금융시장 참여자들에게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이고 넘어야 할 관문이다. 오는 15일과 16일 이틀에 걸친 3월 FOMC에 앞서 이번주 의회 증언에 나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도 예의 주시할 때이다. 그동안 표출된 긴축 의지에 변화가 없음이 확인될 경우 최근 며칠 반등 시도에 나섰던 글로벌 증시는 또다시 흔들릴 수 있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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