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 근절 효과 vs 檢권력강화...사법방해죄 도입 찬반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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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2-03-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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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 등 수사 지형이 바뀌면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혼선을 주는 일종의 '거짓진술'을 걸러낼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사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법방해죄 등 도입이 거론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사법 방해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들이 있어 형벌 규정을 중첩적으로 만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위증과 증거인멸의죄로 1심 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2016년에 1365건을 기록한 이후 2017년에 1155건, 2018년 923건, 2019년 669건, 2020년 520건 수준으로 줄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위증 사건은 줄어드는 추세다. 2017년 위증 또는 모해위증 혐의(교사·방조 포함)의 피의자로 신규 입건된 인원은 5056명이었던 데 반해, 2020년에는 3430명까지 감소했다. 기소 인원 역시 1516명에서 절반 수준인 735명으로 줄었다. 다만 2018년과 2019년만 이례적으로 적었을 뿐, 2005~2017년에는 매년 1500명 이상이 재판에 넘겨졌다. 2009년에는 2357명이 기소돼 역대 최다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속적으로 위증범죄는 줄어들고 있지만 수사·재판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고, 수사에 혼선을 주는 등 일종의 '거짓 증언'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나오고 있다.

또 현행 형법상 수사절차에서의 허위진술을 직접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이 없고, 판례도 소극적인 입장이다. 이 때문에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하는 수사기관에서 거짓말을 해도 무방하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사법정의에 도움이 되도록 사실을 사실대로 말한 피의자는 손해를 보고, 거짓말과 증인 등에 대한 회유·협박으로 일관된 피의자는 득을 보는 것이 현재 형사사법제도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 수사 동력 유지 위한 보완책 필요

올해 1월 1일부터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 증거능력이 제한됐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수사 단계에서 조사한 피신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사법방해죄 등 수사 동력 유지를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최근 사법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연구보고서 '수사기관 작성 조서의 증거 사용에 관한 연구:2020년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른 실무 변화 모색'에 따르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온 일본도 최근 들어 조서의 증거 사용을 줄여가는 추세다.

사법방해죄는 미국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사법경찰관 또는 검사에게 허위로 진술하거나 증거를 은닉, 배심원에게 해를 끼치거나 협박하는 방법으로 사법절차의 적정한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뜻한다.

실제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탄핵사유는 사법방해였다. '르윈스키 스캔들'로 인한 성 추문이 아닌, 특별검사의 수사 때 한 위증이 탄핵의 직접적인 이유였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유명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도 사법방해에 해당돼 탄핵 직전까지 갔다가 중도에 사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에도 사법방해 혐의가 포함돼 있었다.

미국, 프랑스, 중국 등 형법에는 수사나 재판 절차를 방해하는 경우 중하게 처벌하는 ‘사법방해죄 조항’이 있다. 다만 미국 같은 경우는 배심원제도가 발전했고,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여러 수사기법도 발전해 수사기관 의존도가 높은 국내와는 차이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는 2002년부터 비슷한 법안을 추진해왔으나 수사 편의적 발상이라는 지적과 함께 인권 침해 우려로 여러 차례 무산됐다. 국내에서는 사법방해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다. 해외 사례들과는 달리 수사기관에 더 큰 권한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휴대전화를 해제하기 위한 방편을 찾으라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 대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과거 이명박 정부가 도입을 추진했다가 인권 침해 논란이 일어 폐기된 바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채석장 붕괴사고로 첫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 수사를 위해 고용노동부가 삼표산업 대표의 휴대전화를 압수했지만 비밀번호를 해제하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벌이라는 것은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민법 규정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사법방해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으면 고려할 수 있지만 형법에서 많은 부분을 포괄할 수 있다"며 "형벌 규정을 중첩적으로 만드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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