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우크라 사태를 보는 中...대만을 건드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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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교수
입력 2022-03-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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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세계가 주목한 지역은 대만이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만 통일을 위한 호기(?)로 오판하여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오판은 미국의 국력이 쇠퇴하면서 우크라이나와 대만 지역에서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치르기에 역부족한 현실에서 기인할 수 있다. 따라서 유럽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이 고조되면 중국은 상대적으로 확대된 전략적 공간과 기회를 대만 수복에 이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여전히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에 반론도 물론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 반론은 동아시아 지역 국제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와 객관적인 사실을 간과하고 있어 설득력이 부족하다.

최근 제기된 반론의 핵심을 세 가지 논점에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대만과 우크라이나의 안보 조건이 다르다는 것이다. 대만은 미국의 방어 의지를 확보한 상황이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EU와 NATO 가입 실패로 미국이나 유럽의 군사적 보호 장치가 없다. 그래서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이 없는 대신 대만에 대한 미국의 개입 의사와 의지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 둘째, 그럼에도 중국이 ‘대만 문제’를 내정이라고 규정하기 때문에 미국의 대만 관여는 미·중 간의 전면전을 의미한다. 그런데 미국에게 대만 지역에서의 전쟁은 6000㎞ 이상의 원정 전쟁을 뜻한다. 따라서 지경학적으로나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미국은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시간은 자기편’으로 확신하는 이유의 근거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전면적 제재가 중국에 주는 전략적 함의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러시아보다 대외 의존도가 높아 러시아보다 더 강도 높은 제재가 취해졌을 때 미국이 ‘평화적으로’ 중국에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기한 반론은 그러나 정황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오늘의 우크라이나가 내일의 대만'이 될 수 없는 이유에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동아시아 질서의 기초가 아직도 확고히 존재한다. 동아시아 질서는 1951년에 연합국과 일본 사이에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의거한 이른바 ‘샌프란시스코체제’에 기초한다. 혹자는 샌프란시스코체제와 질서가 냉전의 종결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공산국가들이 사라진 사실을 근거로 제시한다. 소련이 와해되었고 중국은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있어 실제로 더 이상 공산국가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이 대신 사회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에 동아시아에는 공산주의의 위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또 다른 주장이다. 북한도 사회주의 국가로 탈바꿈하면서 공산국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든 공산주의든 분명한 사실은 중국과 북한은 공산주의를 포기한 적이 없다. 이들은 사회주의의 완성을 통한 공산주의의 달성을 추구한다. 공산주의 실현을 위해 사회주의는 반드시 겪어야 하는 단계 중 하나라는 의미다.

냉전이 종결되었음에도 샌프란시스코체제가 아직 유효한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주지하듯 사회주의를 표방하나 공산주의를 꿈꾸는 나라들이 존재하는 현실 때문이다. 유럽은 냉전의 종식과 함께 이 같은 나라들이 모두 사라졌다. 유럽에서 냉전체제를 지탱했던 얄타체제가 사라진 이유다. 얄타체제가 사라지면서 탈냉전 시기의 유럽은 혼란에 빠졌다. 냉전 시기 동안 잠복되었던 일련의 국제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국경, 민족, 종교, 인종 등의 문제가 동시에 부상했다. 냉전이 끝나면서 유럽에 ‘영구적인 평화’가 도래하지 않은 이유다. 얄타체제가 확립되면서 강대국들은 상기한 문제를 판도라 상자 안에 몰아넣었다. 얄타체제의 붕괴는 판도라 상자를 연 셈이다. 그러면서 강대국이 인위적으로 획정했던 국경, 합병했던 국가와 민족의 복원 문제가 대두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이들 국가는 2차 세계대전 이전의 국경을 회복하길 원했다. 인위적으로 합병되었던 민족은 독립을 원했다. 이런 문제들이 때로는 외교적으로 해결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무력이 동원된 경우가 다반사였다. 탈냉전 시기에 유럽에서 국지전을 우리가 목도한 이유다.

그러나 동아시아는 샌프란시스코체제가 건재하기 때문에 탈냉전으로 유럽 국가들이 경험한 문제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즉 동아시아의 판도라 상자 뚜껑이 굳게 닫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얄타체제의 붕괴처럼 샌프란시스코체제가 동아시아에서 와해되었다면 우리도 곳곳에서 국지전을 경험했을 것이다. 남중국해에서부터 동중국해까지, 독도와 조어도(댜오위다오, 센카쿠열도)에서 대만해협까지 지역 분쟁의 무력화가 초래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중국 내부에서는 지역의 독립, 민족과 종교의 분리 사태의 요구가 현실화되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해상경계선이 획정되지 않은 우리와 중국, 우리와 일본, 그리고 중국과 일본 사이에는 무력 충돌의 소지가 적지 않다. 이 같은 잠재적 갈등과 마찰 요인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지 못하는 데는 샌프란시스코체제가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샌프란시스코체제의 속성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체제의 속성은 이를 유지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이 구조는 미국의 동맹체제에 기초한다.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을 기본으로 한다. 대만에 대해서는 미국의 안보보장(security assurance)이 유지되고 있다. 필리핀에서 미군은 대부분 철수했지만 동맹 관계를 의미하는 문서가 아직 유효하게 존재한다. 태국과도 동맹 관계가 있지만 미군의 주둔 군사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싱가포르와는 준동맹 수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안보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북한과 동맹 관계를 1960년대부터 유지했다. 러시아는 소련의 해체로 북한과의 동맹조약을 2000년에 수정했다. 개정된 북·러의 우호·친선·협력 조약은 일방이 침략을 당하면 즉각적인 개입 조항을 ‘즉시 접촉’으로 대체했다. 그럼에도 전략적인 의미에서 양국의 접촉은 실질적으로 대응책을 협상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후속 조치가 뒤따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셋째, 동맹으로 엮인 동아시아 지역에서 무력 충돌은 모든 역내 동맹국의 참전을 의미한다.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나도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참전도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군사강국 중국과 원정 전쟁을 하는데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수수방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으로 북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금까지 북·중 동맹 조약으로 한반도 유사시에 중국의 자동 개입만 걱정했다. 그러나 동 조약에서 규정했듯이 중국이 침략을 받아도 북한의 자동 개입 의무는 유효하다. 따라서 미국의 반격을 북·중 양국이 중국에 대한 침공으로 정의하면 북한의 개입은 자동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이때 북한은 개발한 핵탄두와 ICBM 등 다양한 미사일로 중국을 지원할 수 있다. (북한은 1970년대 베트남전쟁에서 베트민과 동맹도 아닌 상황이었지만 베트민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참전했다. 공산국가 간 ‘국제주의(혁명에 성공한 나라고 후발 혁명국가를 지원하는 의무)’를 실천하기 위함 때문이었다.)

따라서 동아시아 지역에서 무력 충돌은 안전핀을 뽑는 것과 같은 의미다. 그리고 줄줄이 엮여 있는 동맹 체제에서 안전핀이 뽑히면 연쇄적인 폭파를 피할 수 없다. 즉 모든 동맹국이 ‘지원’ 차원에서 동원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 동맹국 어느 하나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동맹국의 연쇄적인 가담은 그야말로 세계대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미국, 러시아, 중국 모두가 군사 대국인 동시에 핵강국이다. 북한도 실질적인 핵 보유국이며 다양한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무시하지 못 할 수준의 군사력을 갖춘 나라다. 일본도 군사 강국 수준의 군사력을 급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동맹 체제가 작동되는 한 지역 군사 충돌은 세계대전 수준의 전쟁을 피할 수 없다. 국지전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샌프란시스코체제는 따라서 ‘양날의 칼’이다. 냉전 체제가 와해되었음에도 동아시아가 유럽과 같은 불행한 사태를 겪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샌프란시스코체제에 기반한 지역안보질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가 유럽에 비해 ‘평화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역내 국가 간에 영토 분쟁과 역사 문제가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일본과 독도를 두고 영토 분쟁을 벌이는 근원이다. 중국과 일본이 조어도에서 분쟁하는 이유다. 한·일, 중··일 간 역사 문제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원인이다. 대만 문제가 있지만, 중국의 영토가 종교, 민족 등의 이유로 분할되지 않고 완전체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체제가 이를 모두 무마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우리는 미국의 참전 요구에 ‘노(No)’라고 할 수 없는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다. 우선 주한미군이 제일 먼저 동원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공군기지가 대만에서 제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다. 따라서 주한미군 공군 전투기가 가장 먼저 출격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기지에서 대만까지 직선거리는 800해리, 일본 아오모리현의 주일미군 미사와 공군기지와는 1400해리, 괌과는 1500해리다. 둘째, 주한미군의 동원을 저지하려는 중국의 군사적 대응은 우리나라에 대한 타격을 의미한다. 주한미군 기지에 대한 ‘정밀타격(surgical strike)’는 보장되지 않는다. 풍속, 풍향, 오차 범위 등의 변수로 기지 이외 지역에 중국의 포탄과 미사일이 낙하할 결과는 자명하다. 우리의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중국 지원의 이유 때문이다. 이때 북한이 주한미군 기지 타격에 동참하면 한반도 전쟁으로 확산될 수 있다.

러시아는 유럽에 동맹국이 없다. 우크라이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상황은 이들 나라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도발을 어렵게 만드는 실질적인 억제장치가 동맹 체제로 존재한다. 즉 샌프란시스코체제가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주춧돌로서 건재하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중국과 대만해협 지역을 우려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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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가 알래스카를 되돌릴 확률은 있어도... 중국이 대만을 되돌릴 확률은 제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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