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의 Next Korea] 대한민국의 '넥스트 레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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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환 경기대 교수
입력 2022-03-0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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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미래 5년 결정할 별의 순간을 즐기자

[김택환 교수]



‘별처럼 빛나는 순간이 어느 대선 후보에게 임하는가?’
유럽의 대표 지성으로 평가받는 슈테판 츠바이크가 자신의 저서 <광기와 우연의 역사>(원저: 별의 순간과 인간성)에서 언급한 내용을 한국 대선에 패러디한 것이다. 역사에서 별처럼 빛나는 운명적인 순간은 단 일분 만, 한 시간 만에 혹은 수십 년 축적된 작업들을 통해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하지만 그 별의 순간은 수년,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의 역사를 결정짓는다. 로마공화국의 몰락, <메시아>를 작곡한 프리드리히 헨델의 부활, 프랑스 혁명사 <라 마르세예즈> 명작 탄생, 혁명가 레닌의 귀환 등을 사례로 들고 있다. 따라서 별의 순간은 축적의 결과이자 의식의 표현이며 역사의 방향인 셈이다. 대한민국 미래 5년을 결정할 별의 순간이 다가왔다. 그 순간이 새 역사를 써 내려갈 수도 있고, 퇴행의 길로 갈 수도 있다.

민주당 이재명으로 정권 재창출할 것인가, 국민의힘 윤석열로 정권 교체를 이룰 것인가?
대선을 결정하는 3대 요인인 구도·인물·전략(비전)을 중심으로 차기 대통령 전망에 대해 크게 3 측면, 통시적·공시적·현상학적으로 분석했다. 과거 대선 분석을 통해 승리조건, 오늘날 세계 흐름과 지금 유권자 변화 등에 대해서다. 먼저 통시적으로 지난 30년간 7번 대선 승리를 관통하는 권력법칙을 분석했다. 이어 공시적으로 세계화 혜택을 크게 누린 대한민국으로 글로벌 트렌드와 유권자 투표 의식 관계를 설명했다. 그리고 통시적·공시적 분석 토대 위에 ‘지금, 여기’의 유권자 투표의식 생성을 현상학적 방법인 통찰력으로 짚어봤다. 축적된 자료와 인사이트(insight)에 기반한 것이다.

통시적인 분석으로 87년 민주화 이후 지난 30년간 7번의 대선을 분석해 권력법칙, 즉 선거상수(常數)인 ‘연합’(-분열)과 ‘심판’을 도출했다. 먼저 민주화 이후 첫 직선인 13대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36.6%)가 ‘양김(兩金·김영삼 28%+김대중 27%=53%)’의 분열로 승리했다. 14대 대선은 김영삼(YS)이 ‘호랑이를 잡기 위해 굴로 들어가는 용기’인 3당 합당으로 승리의 기반을 다졌다. 15대 대선은 DJ가 ‘유신 후예’라고 비판하던 김종필(JP)과 단일화 ‘DJP연합’(40.27%)으로 승리했고, 이회창(38.74%)은 이인제(19.2%)와 분열해 패배했다. 16대 대선은 드라마틱하게 노무현 후보와 ‘재벌 2세’ 정몽준 후보(국민통합21)와 단일화로 승리했다. 하지만 ‘연합’이 꼭 승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했지만 패배했다. 이번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이재명 후보와 김동연 후보 단일화는 대선 승리법칙에 충실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전자 단일화가 후자보다 더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지율 차이 때문이다.

2007년 이후 관통하는 대선 상수는 ‘심판’이었다. 17대 대선에 이명박 후보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정권심판을 내걸고 집권당 정동영 후보에게 530만 표 차이로 대승했다. 19대 대선 역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힘으로 정권심판을 내걸고 승리했다. 20대 대선에서도 정권심판의 여론이 높게 나타난다. 리얼미터 등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권교체가 50%대를 훌쩍 넘어서고, 정권재창출이 40%대로 나타나고 있다. 현 정권에서 보인 조국사태의 내로남불, 민주당 자치단체장들 성폭력, 청년실업, 부동산 폭등, 양극화 심화 등 때문이다. 윤 후보가 ‘정권교체’를, 이에 대한 맞불로 이재명 후보가 ‘정치교체’를 내걸었다. 어느 진영이 결집해 투표장에 많이 나가는가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다.

많은 국민이 이번 대선에 냉소적인 이유는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높은 가운데 미래 비전과 콘텐츠 대결보다는 네거티브와 포퓰리즘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앤서치 등 여러 여론조사기관 발표에 따르면 이 후보가 윤 후보보다 비호감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비호감도가 낮은 후보가 유리하다. 민주당 이낙연 선대위원장이 ‘겸손’을 강조하는 이유다.

우리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변수들이 있다. 필자가 이번 대선을 맞아 과거 대선후보, 주요 정치인, 언론인, 정치학자 등 전문가 20명과의 심층(In-depth) 인터뷰를 통해 도출했다(김택환 저, <넥스트 프레지던트> 참조). 먼저 ‘시대정신’(Zeitgeist)이다. 13대 대선은 노태우 후보가 6·29 선언과 보통사람 시대, 14대 YS는 문민시대와 신한국, 15대 DJ는 IMF 극복과 수평적 권력교체, 16대 노무현은 반칙과 특권 없는 시대, 17대 MB는 정권 심판과 경제대통령, 18대 박근혜는 국민행복과 경제민주화, 19대 문재인은 적폐청산을 내걸었다. 그럼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윤 후보는 공정과 상식, 이 후보는 공정과 실용을 말한다. 변별력 있어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변수는 리더십이다. 민주화 이후 카리스마 있는 민주적 리더십을 유권자는 원했다. 그 결과 YS, DJ, 노무현 등이 당선되었다. 이후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가 아닌 ‘반사체’ 후보 시대였다. 박정희의 딸 박근혜와 노무현의 비서실장 문재인 후보 대결이 대표적이다. 10년 반사체 시대에 실망한 유권자들은 20대 대선 각 당 경선에서 새 유형의 후보를 선출했다. 여의도정치 문법과 다른 경륜과 경험을 가진 이낙연과 홍준표 대신,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힘은 초보정치인 윤석열을, 정권 재창출을 원하는 민주당은 이방인 이재명을 선택했다. 윤 후보는 부패권력 투쟁의 이미지를, 이 후보는 변방의 투사 이미지를 확보했다. 전직 대통령 묘소를 찾는 참배 정치는 약화되었다. 과거 투쟁이 강조되면서 미래 비전이 약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보인다. 새 리더십의 상징으로 윤 후보는 청와대 권력 종식과 더불어 ‘광화문 시대’를 선언했고, 이 후보는 다당제 정착, 결선투표제 등 ‘정치 개혁’을 선언한 것이다. 무엇이 우선순위인지는 유권자의 몫이다.

20대 대선은 승리하면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독식하는 마치 드라마 ‘오징어 게임’ 양상을 보인다. 품격과 도덕은 땅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다. 연일 양 후보와 배우자에 대한 네거티브 뉴스가 미디어를 장식하고 있다. 어느 언론학자는 “TV 토론의 수준이 마치 발리 섬의 닭싸움 같다”고 조롱한다. 선진국처럼 해학과 웃음 한번 주지 않은 TV토론 수준이다.

공시적 차원에서 ‘헬조선’에서도 유권자의 성숙이 이번 대선에서 나타나고 있다. ‘세계관’(Weltanschauung) 진화이다. 대표적으로 진영 파괴 현상과 청년들 MZ 세대의 탈 정파화다. 경선에서 이낙연을 지지한 민주당의 친문단체 ‘깨어있는 시민단체’나 ‘오소리부대’의 몇 만 명이 윤석열 지지를, 홍준표를 지지한 국민의힘 세력이 이재명 지지를 선언했다. 정파에 얽매이지 않은 선진국형 ‘스윙보터’(swing voter)들이 많아졌다. 묻지마 지지하는 ‘빠’시즘에 대한 반작용이자 각성이기도 하다. 또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푸틴 침공’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디아스포라’로 세계 136개국에 활동하고, 세계화 수혜를 받은 우리로서 글로벌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푸틴 침공에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빌미를 주었다’는 이 후보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UN이 ‘즉각 러시아 철군’ 결의에 절대 다수인 141개국이 찬성했고, 북한·러시아 등 5개국만 반대했고, 러시아와 가까운 중국 등은 기권했다.

대선 후보들 각성을 촉구하는 가운데 의식 있는 유권자의 현상학적 태도인 ‘에포케’(epoché), 즉 편견, 증오, 아집을 버리고 판단중지(判斷中止)하는 것이 성숙한 모습이다. 자신의 사고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백지 상태로 성찰해야 새로운 현실 인식이 가능하다. 이번 대선만큼 ‘페르소나’(persona)의 이중성, 즉 지혜와 자유의지를 갖춘 독립 인격체이자 동시에 가면을 쓴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적도 없다.

선거 날 아침에 유권자들이 잠시나마 ‘에포케’하고, 선한 의식으로 별의 순간에 동참하길 바란다. 15세기 이탈리아 보르자처럼 악(惡)이 판치는 격동의 세계에서 위대한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웠다. 악이 판치는 영화 <오징어 게임>과 <아수라판> 같은 20대 대선에서 프란치스코 관구장을 지낸 티토 윤종일 신부는 “공동선을 향한 영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오늘 투표 날에 선이 이기는 위대한 유권자의 영성이 꽃 피길 기대해 본다. 자신의 권력 욕망을 불태우고, 약자의 고통을 함께하는 공감 능력, 새로운 신냉전의 시대에 한반도 신문명을 꽃 피울 위대한 개척자와 함께하는 것을 말한다. 

 

 


김택환 교수 주요 이력

▷독일 본(Bonn)대 언론학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중앙일보 기자/국회 자문교수 역임  ▷광주 세계웹콘텐츠페스티발 조직위원장  ▷현 경기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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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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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보 둘다 페르소나~~!!
    국민에게 선택 하라는것 부터 모순이나 주사위는 하늘을 향해 떠났으니~그나마 국민을 위한 진정한 리더쉽을 갖춘 정치경륜이 있는 분이
    지도자가 되어야 되어야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되지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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