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베트남통신사(TTXVN), 베트남플러스 등 관영매체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베트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동유럽 주요 도시에 국적 항공사 소속 항공기를 띄운다. 또 우크라이나 주재 베트남 대사관과 러시아 주재 대사관을 통해 양국에 베트남인에 대해 인도적 대우를 요청하고 필요시 피난처와 식량, 구호품 등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우크라이나 내 베트남 자국민에게 제공되는 주요 취항지는 폴란드 바르샤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헝가리 부다페스트, 체코 프라하,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벨라루스 민스크, 러시아 모스크바 등 총 7개 노선이다. 항공사는 베트남 국적항공사인 베트남항공, 뱀부항공, 비엣젯항공 등이 참여해 기존 노선에 별도로 항공기를 증편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베트남 정부는 전세기를 띄운다는 방안까지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우크라이나 내 모든 영공이 비행금지 구역인 것을 감안해 자국민을 우선 육로로 탈출시키고 이후에 주변국에서 항공기를 이용해 철수를 돕겠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베트남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주재 베트남 대사관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있는 베트남 국민과 기업의 재산 및 안전을 지원하고 보장하기 위한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24시간 긴급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했고 지난 1일 정오까지 베트남인 약 200명을 주요 전쟁 지역에서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는 베트남 국민 약 7000명이 오데사, 키예프, 하르키우 등 주요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는 1990년대 당시 만에도 약 5만명에 달하는 동유럽 최대 베트남인 커뮤니티가 있던 곳이다.
하노이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1990년대 당시만 해도 우크라이나 드림을 꿈꾸며 많은 소련 유학생들이 그곳에 정착했고 지금도 50·60대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추억을 회상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베트남 최대 기업으로 성장한 빈그룹 창업자 팜녓브엉 회장도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이전해 성공한 식품사업을 발판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대표적 사례다.
한편 베트남 정부는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양측에 무력 사용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레티투항 외교부 대변인은 “베트남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최근의 긴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관련 당사국들은 유엔헌장과 국제법을 바탕으로 의견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자제하고, 대화와 외교적 노력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아세안 국가 중에서는 미얀마가 유일하게 러시아 지지 입장을 나타냈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 중이다. 반면 베트남은 원칙 해결만을 강조하며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베트남은 러시아의 전통적인 우방이자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러시아의 최대 무기수입국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