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그리고 변화...'영원한 선구자' 하종현 화백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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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2-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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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갤러리 서울점 전관서 3월 13일까지 전시

하종현 화백 [사진=국제갤러리]


“뭔가 열심히 하면 또 뭐가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조금도 못 쉬어요.”
 
‘단색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하종현 화백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 최고의 자리에서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무언가를 찾는 그는 ‘영원한 선구자’다. 87세인 그의 심장은 청년보다 뜨겁다. 
 
국제갤러리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하종현의 개인전을 오는 3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점 전관(K1·K2·K3)에 걸쳐 개최한다.
 
지난 2015년, 2019년에 이어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작가의 이번 세 번째 개인전은 그중 가장 큰 규모로,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화두 아래 평생 유화를 다뤄온 하종현의 색채에 대한 지속적인 실험과 물성 탐구의 결과물을 조망하는 자리다.
 
특히 기존의 ‘접합(Conjunction)’ 연작과 여기서 비롯된 다채색의 ‘접합’, 새로운 방법론의 ‘이후 접합(Post-Conjunction)’ 연작 등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쉼없이 진화 및 확장되고 있는 하종현의 작업세계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하 화백의 작품은 치열한 삶 속에서 피어났다. 6·25전쟁 때 피란민으로 부산에 왔던 하종현은 자갈치시장에서 물건을 떼다가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림을 그리려고 무작정 서울로 온 하종현은 홍익대 회화과에 다녔지만 캔버스와 물감을 살 돈이 부족했다. 하종현은 주어진 상황에서 데생과 크로키가 아닌 ‘남들이 안 하는 다른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종현은 1962년부터 1968년까지 즉흥적인 추상 유화 작업에 몰두했다. 이후 전위적 미술가 그룹인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결성한 하종현은 1969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석고, 신문지, 각목, 로프, 나무상자 등 오브제를 중심으로 한 ‘물성 탐구의 기간’을 거쳤다. 이 시기에 작가는 한국전쟁 이후 미군 군량미를 담아 보내던 마대자루를 비롯해 밀가루, 신문, 용수철, 철조망 등을 이용해 작업했다.
 
1974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접합’ 시리즈가 탄생한 배경이다. 하종현은 올이 굵은 마포 뒷면에 두터운 물감을 바르고 천의 앞면으로 밀어 넣는 배압법(背押法)을 통해 독창적인 작업 방식을 구축했다. 앞면으로 배어 나온 걸쭉한 물감 알갱이들은 칼이나 붓, 나무 주걱과 같은 도구를 사용한 작가의 작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하종현은 배압법에 대해 “자기의 얼굴을 가지고 나온다”라고 표현했다.
 
이번에 대규모로 선보이는 ‘이후 접합(Post-Conjunction)’ 작품은 색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마음을 움직이는 그의 색은 살아 꿈틀거린다.
 
3년 전 전시서 하종현은 불쑥 염라대왕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그는 “염라대왕이 ‘직업이 뭐냐?’고 질문하면 ‘색 안 쓰는 화가요’라고 답해야 할 것 같았다. 그때부터 ‘있는 색은 모두 다 쓰겠다’, ‘이 색들을 내 색깔로 승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오래 되지 않은 이야기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들이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사진=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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