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8년차 변호사가 본 형사고소의 현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임남택 법무법인 메리트 변호사 기자
입력 2022-02-24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임남택 법무법인 메리트 변호사[사진=임남택 변호사]

작년 말 늦은 시간에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신의 가족이 누군가로부터 엉뚱한 모함을 당해 형사고소를 당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완전히 얼토당토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고소를 하더라도 경찰서에서 사건 접수조차 받아주지 않을 것 같았다. 설령 접수가 되더라도 검찰송치 및 기소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였다. 그래서 그 지인에게는 '안심하시라. 형사고소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 경찰에서 가족에게 고소사건 조사받으러 오라고 출석하라는 연락을 할 일은 없을 것이다. 만일 고소를 당해서 출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제가 함께 경찰서에 입회를 하겠다'고 말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 뒤 2개월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경찰서에서 연락은 오지 않고 있다. 

필자는 이제 변호사 생활을 한 지 8년 차가 되었다. 그동안 많은 의뢰인들을 만나보고 이런저런 사건들의 이야기를 들어왔다. 의뢰인들을 만나보면 한 가지 분명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의뢰인들은 민사적인 해결보다는 형사적인 해결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세간에 유명한 사건에 대한 보도기사를 보더라도 댓글창에는 '법정구속', '사형' 등 오로지 형사적인 단어들이 난무한다. 필자도 학창시절 법 공부를 할 때 민사법보다는 화끈한 형사법이 더 좋긴 했다. 그런데 현업에 나와보니 실제 사건의 대부분은 민사적 문제이고, 꼭 형사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는 한줌뿐이었다. 

왜 의뢰인들은 형사적인 해결을 선호할까. 필자가 생각하기로는 이런 게 아닐까 한다. 첫째, 당사자가 직접 사실관계를 다투고 권리를 확인받아야 하는 민사보다는 공권력(수사기관)이 알아서 해주는 형사가 더 '편한' 절차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둘째, 상대방의 잘못을 확실하게 확인받고 단죄를 하고 싶은 것이다. 국가기관을 통해서 간편하게 자신의 권리도 실현하고 상대방을 단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민사로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 정도로는 부족하고 소위 '사이다' 결말을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원 및 각종 법률기관들의 입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은 가급적 원만한 해결을 추구한다. 한쪽이 후련해지기 위해서 다른 한쪽을 완전히 짓밟아버리는 것을 가급적 지양한다. 수사기관은 웬만큼 범행의 증거가 확실하지 않으면 불송치 및 불기소를 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수사기관은 사건을 담당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게다가 형사사건은 수사기관의 판단에 대해서 불복할 방법이 거의 무용지물에 가깝다. 자신의 사건을 무턱대고 형사고소로 진행하는 것은 혼돈의 소용돌이에 자신의 인생이 멋대로 휩쓸리도록 놔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한 가지 사건을 민사, 형사로 진행하면 의뢰인으로부터 수임료를 더 받을 수 있어서 좋다. 그러나 필자는 웬만하면 찾아온 의뢰인에게 형사사건을 쉽게 권하지 않는 편이다. 아예 형사사건을 하겠다고 씩씩거리면서 찾아온 의뢰인에게도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보라고 한다. 무턱대고 상대방을 고소하고 사건이 잘 안 풀려서 불기소라도 나면 민사사건도 이상한 방향으로 꼬일 수 있다. 경찰서에 몇번 불려간 상대방은 이제 완전히 원수가 되어 더 이상 어떤 협조와 대화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사람이 살다보면 반드시 사건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스스로 '나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라고 자부해봐야 소용없다. 다른 사람도 모두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이 아닌 이상, 사람 사는 세상에는 사건이 터진다. 그때 상대방을 무작정 '단죄'하겠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먼저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걸 어떻게 현명하게 해결할지를 생각하는 게 좋다.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갈 때 형사고소를 진행해달라고 말하지 말고 이런 사실관계의 사건이 있는데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물어보자. 사건의 성격상 형사고소를 할 수 있고, 증거가 확실하여 기소가 될 것이 분명할 때에 비로소 형사고소를 하도록 하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