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새로운 누아르의 등장"…천명관 감독·정우·김갑수 '뜨거운 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송희 기자
입력 2022-02-21 16:2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뜨거운 피' 주연 배우들[사진=키다리이엔티 ]

3월, 극장가에 '진한' 누아르 영화가 찾아온다. 배우 정우와 김갑수가 뭉쳐 '날 것' 그대로를 담아낸 누아르 영화 '뜨거운 피'가 극장 개봉을 결정한 것이다.

2월 21일 영화 '뜨거운 피'(감독 천명관)의 제작보고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천명관 감독과 배우 정우, 김갑수, 최무성, 지승현, 이홍내가 참석했다.

영화 '뜨거운 피'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다. 한국형 스릴러의 대가로 불리는 김언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고래' '고령화가족' 등으로 사랑받은 베스트셀러 작가 천명관의 영화감독 데뷔작이다.

이날 천명관 감독은 "원작 소설이 나오기 전부터 김언수 작가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김 작가가 부산 출신이고 그중에서도 낙후되었던 송도 쪽 출신이다. 어릴 때 동네 이야기를 하는데 재미있더라. 건달도 있고, 시대에 살짝 밀려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런 이야기를 소설로 한 번 써보지 그러느냐'라고 했다. 진짜 같고 살아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적극 권했다"라며 원작 소설의 탄생기를 밝혔다.

김 작가는 소설 탄생에 일조한 천 감독에게 '영화 감독'을 제안했다고. 천 감독은 "김 작가가 엉뚱하게 '형이 연출을 맡아주면 어떻겠냐'라고 했다. 저는 감독을 해본적이 없는데.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거절했었다. 소설이 나오고 책이 나오기 전에 원고를 먼저 보내줬는데, (원고를 보고) 남을 주면 아깝고 후회할 거 같더라. 당시 그리스에 있었는데 한국에 오자마자 '내가 한번 해보겠다'라고 했다. 그렇게 '뜨거운 피'가 시작됐다"라고 설명했다.

소설을 영화로 만들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공허함'이라고 말했다. 천 감독은 "양복 입고, 회칼 들고 그런 건달 영화를 보면 공허함을 느꼈다. '저 친구들은 뭘 먹고 살까' 싶기도 하고, 인간관계가 들떠있는 거 같았다. 소설을 읽고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이런 공감들이 소설을 영화화하고 싶다는 욕망을 주었다"라고 전했다.

때문에 '캐스팅'도 중요한 숙제였다. 천 감독은 "우여곡절 끝에 모였지만,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거 같았다"라고 말문을 뗐다. 그는 "그만큼 캐릭터와 일체화된 느낌이었다. 이 그림만으로도 뿌듯하고 좋았다"라며 배우들을 향한 믿음을 드러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90년대이고 공간은 부산 변두리 항구 도시 '구암'이다. 가상의 공간이다. 천 감독은 "구암의 건달들은 양복을 입고 그랜저를 타는 건달들이 아니다. 이들에게는 생활이고 먹고 사는 문제의 이야기다. 그래서 로케이션(현지 촬영)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라고 설명했다.

'뜨거운 피' 주인공 배우 정우[사진=키다리이엔티 ]


극의 중심은 정우가 이끈다. 극 중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이자 '구암'을 장악하는 조직 중간 간부 '희수' 역을 맡았다. 

정우는 "다른 작품 촬영 중 대본을 받았지만, 이전부터 '뜨거운 피'에 관한 정보를 들었다. 이전에도 부산 사투리를 쓰거나 하는 캐릭터를 보여준 적이 있었기에 반복되지는 않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대본을 읽어 보니 욕심나더라. 기존에는 밝고 유쾌한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면, 이건 장르도 정통 누아르이고 거친 남자의 모습, 날 것 같은 모습을 라이브하게 보여줄 수 있는 느낌을 받았다. 저뿐만 아니라 제 또래 배우들은 욕심을 낼만한 캐릭터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작품을 끌고 가야 하는 '원톱'의 느낌도 있었지만,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이 작품은 특히 그랬다. 더 뜨거웠다. 무수히 많은 준비를 하지만 현장에 가면 불안하지 않나. 촬영 때마다 매 순간 그랬다. 끝나고 돌아보니 '희수' 자체가 불안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런 면이 닿아있었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또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라며 "다른 작품보다 유난히 공을 많이 들였다. 정성스럽게 찍고 싶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한 장면을 3~4가지 버전으로 찍기도 했다"라고 거들었다.

김갑수는 만리장 호텔의 사장이자 '구암'의 보스 '손영감' 역을 맡았다. 

김갑수는 "손영감은 어려운 역할이다. 보스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보스라고 하기도, 아니라고 하기도 어렵더라. 우리가 대충 아는 누아르의 보스 느낌이 없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무게도 잡아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감독님이 제게 '이 보스는 읍소용 보스'라며 새로운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정말 그랬다. 정우를 비롯해 모든 사람에게 뭘 좀 해달라고 부탁한다. 제가 원래 이런 누아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은 시나리오를 보며 독특한 느낌을 받았다. 우리 익히 알던 '폭력 영화'가 아니더라. 치열한 삶이 들어 있다. 작은 항구 안에서 먹고 살아야 하는 치열함이 있다. 세대교체가 되는 시기, 누구와도 싸워야 하는 시기, 다들 고만고만하게 지내고 싶은데 그걸 허락하지 않는 시대에 처해있는 거다. 내가 '읍소용 보스'를 잘해줘야 작품이 살아나겠구나 싶어서 애를 많이 썼다"라고 말했다. 

최무성은 '구암'에 위협을 가하는 새로운 실세, '용강' 역을 맡았다. 

최무성은 "인간의 내면을 잘 다루는 영화가 될 것 같았다. 특히 용강은 건달 세계 밑바닥에 있는 인물이다. 내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도전할 수 있어서 욕심났다"라고 밝혔다. 

정우와 독립 영화 '바람', '이웃사촌'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호흡을 맞췄던 지승현은 이번에도 정우와 환상적인 케미스트리를 선보인다. 그는 '희수'의 오랜 친구이자 부산의 큰 조직 영도파의 에이스 건달 '철진'을 연기했다. 

정우는 "공교롭게도 부산 사투리를 쓰는 영화다. 부산 사투리가 쓰는 영화가 나오면 우리에게 연락 안 왔나 생각할 정도다. 너무 편하게, 애드리브도 편하게 주고받으며 했다"고 말했다. 

이에 정우는 "제가 꽂았나 오해를 하실 수 있는데 전혀 아니다. 감독님과 제작진분들이 정식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뜨거운 피' 천명관 감독과 주연 배우들[사진=키다리이엔티]


이홍내는 무모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혈기왕성한 말단 건달 '아미' 역을 맡았다. 

이홍내는 "청춘의 모습, 럭비공 같은 에너제틱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정우 선배님을 사랑하게 될 정도로 선배님한테 많이 의지하고, 선배님 쫓아다니면서 촬영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우 선배와 대부분의 촬영을 함께했는데 황홀했던 시간이었다. 작품 하면서 연기가 이렇게 재밌구나, 흥분되는구나 느끼게 해준 작품이고 선배님이다. 저는 아직도 '뜨거운 피'를 촬영할 때 질감들이 많이 생각난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천 감독과 배우들은 입을 모아 '새로운 누아르 영화'라고 자신했다. 기존 누아르에서 본 조직폭력배가 아닌 생활밀착형이라고 강조하며, '인간'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천명관 감독은 "애썼고 새로운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봐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했고, 최무성도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독특한 누아르"라고 자신했다. 3월 23일 개봉.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