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독서실서 남녀혼석 금지조례, 지나친 개입...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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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 기자
입력 2022-02-1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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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잉금지원칙 반해, 일반적 행동권과 자유권도 침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독서실에서 남자와 여자의 혼석을 금지한 조례는 헌법에 어긋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독서실 운영업체 A사가 전북 전주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교습정지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사는 2017년 10월 독서실을 열고 교육당국에 등록을 했다. 독서실의 위치한 전북의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는 학원 열람실에 대해 "남녀별로 좌석이 구분되도록 배열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첫 위반은 10일 이상의 교습정지, 2차 위반은 등록 말소가 가능한 벌칙 조항이 있었다. 

A사는 이 조례에 맞춰 남녀 좌석이 구분된 열람실 배치도를 냈지만, 전북 교육청은 독서실에 남녀 이용자가 섞여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교습정지 처분'을 내렸다. A사는 처분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에서 쟁점은 전북 조례가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해 독서실 운영자와 이용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것인지였다. 

1심은 조례가 상위 규정인 학원법에도 없는 '남녀 혼석 금지'를 규정한 것은 위임 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교습정지 처분을 취소했다. 학원법이 지방 조례에 위임한 것은 '교습과 학습에 필요한 시설과 설비 기준'이지 '운영 방법'까지 정하도록 넘기지는 않았다는 취지다. 


2심은 교습정지 처분이 적법하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이용자의 연령을 따져보면 남녀 혼석이 주변의 학습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2심은 "혼석이 성범죄 발생 가능성을 반드시 높인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좌석을 구분하는 건 원하지 않는 이성과의 불필요한 접촉 등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독서실 운영자와 이용자의 자율이 보장돼야 하는 사적 영역에 지방자치단체가 지나치게 후견적으로 개입했다"며 2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사건 조례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독서실 운영자의 직업수행 자유와 독서실 이용자의 일반적 행동 자유권 내지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남녀가 한 공간에 있으면 성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불합리한 인식에 기초한 것이므로 정당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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