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배출권 '톤당 100유로' 코앞...유럽 '전기값 인상'에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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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2-02-0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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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이래 장중·종가 최고가 경신...97.50유로까지 급등

  • '에너지 전환 앞당겨 vs 소비자 전기요금 부담 늘어' 대립

  • 유럽 각국, 전기값 급등 지원에 부담감...논쟁 불러올 수도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2005년 거래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톤(t)당 100유로(약 13만7300원)를 코앞에 두고 있다. 이번 겨울 공급 부족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높아지면서 발전용 석탄이 증가한 데다, EU의 탄소중립(온실가스 순배출량 0) 목표에 대비하기 위한 거래 수요까지 몰린 탓이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는 EU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U-ETS) 시장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이번주(7~13일) 중 톤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4일 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장중 톤당 97.50유로까지 치솟았으며, 이후 전날 대비 2.05% 높아진 톤당 96.43유로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2005년 EU-ETS 시장이 개장한 이후 모두 최고치다. 

EU 탄소배출권 가격은 2021년 이래 200% 이상 급등한 상태다. 지난해 초 톤당 30유로대에 머물었던 EU 탄소배출권은 같은 해 6월과 7월 잇달아 50유로와 60유로를 각각 돌파했다. 이후 EU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해 12월 8일 장중 처음으로 톤당 90유로를 넘어서면서 '톤당 100유로'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05년 이래 EU 탄소배출권 가격 추이.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특히 톤당 90달러는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5년 이후에나 기록할 것으로 예측돼왔던 터라, 전문가들은 향후 2~3년 내로 EU 탄소배출권 가격이 '세 자릿수' 안착을 넘어 '톤당 200유로'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시장 분석 업체인 레피니티브 등을 인용해 최근 급등세는 기술적 매수세 유입에 따른 영향일 수 있다면서도 지난해부터 EU 탄소배출권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은 결과적으론 EU의 정책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EU 탄소배출권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장중 톤당 90유로를 넘어섰던 지난해 12월 8일 당시 톤당 89.60유로에 거래를 마친 이후 지지부진한 상태를 이어갔다. 

하지만 EU 탄소배출권 가격은 올해 1월 31일 톤당 89.72유로를 전고점을 경신한 후 다시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이달 2일에는 전장 대비 4.95%나 급등하며 전날의 톤당 89.93유로에서 톤당 94.38유로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종가 기준으로 처음 90유로대를 기록한 것이다. 

이와 같은 급등세의 기저에는 EU가 신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위해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세를 사실상 반기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지난해 탄소중립 목표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법안을 입법한 상태다. 해당 법안에서 EU는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로 줄이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해당 목표 달성을 위해선 값싸고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탄소발전 전력을 퇴출하는 게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따라서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은 탄소 발전 비용을 높이는 역할을 해 자연스럽게 탄소발전의 시장 퇴출을 유도할 수 있다. 

아울러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세가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 등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신기술의 산업 도입을 더욱 앞당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계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톤당 80~100유로를 넘어설 경우 CSS 기술이 본격적으로 경제성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석탄발전을 감축할 경제적인 이유가 생기는 탄소배출권 가격 수준을 최소 톤당 104유로로, 태양열과 풍력 등의 신재생 전력을 활용해 수전해한 '녹색수소' 등에 대한 기업 투자가 활성화하는 지점을 톤당 120유로로 각각 지목하기도 했다. 

EU 당국은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탄소배출권 가격의 적정 수준을 2030년까지 톤당 200~250유로 정도로 보고 있기도 하다. 또한 EU 당국은 지난해 11월에는 탄소배출권 가격 급등세에 부담을 느낀 폴란드 등 회원국이 제기한 탄소배출권 투기 의혹과 관리·감독 당국의 시장 개입 요청을 일축하고 시장 상승세에 더욱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유럽의회(EP) 회의 모습. [사진=유럽의회(EP)]

 
탄소배출권 급등세가 '탄소중립' 태클 불러올 수도...각국, 전기요금 인상 대응에 부담감
다만 레피니티브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기념비적 숫자'인 세 자릿수에 들어서게 될 경우, EU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조정을 놓고 정치적 논란이 촉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각국의 천연가스 수급 부족 상황에 따른 전기값 인상 조짐 역시 여론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유럽 지역에서 천연가스 가격 상승세로 인한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석탄발전까지 동원한 상황에서,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각국에선 일반 도매 전기요금의 현실화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유럽 지역에선 지난해 기후 이상으로 태양광과 풍력발전 상황이 부진해지면서 이를 대체할 천연가스 발전량이 늘었던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유럽 지역 대부분의 천연가스 공급량을 담당하는 러시아의 수급마저 불안정해진 상태다. 

로이터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라 실제 올해 유럽 각국이 잇달아 전기값 인상 방침과 소비자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면서 유럽 전역에서 이를 위해  수십억 유로의 재정을 쏟아부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일반 가정용 전기값을 오는 4월 1일부터 54% 인상하는 대신, 향후 5년 동안 전기요금을 200파운드(약 32만4650원) 할인하고 80%의 일반 가구에 대해서는 150파운드의 추가 세제 공제 방침을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률을 4%로 제한하기로 하는 대신, 국영 전력사인 EDF에 원자력발전 전력을 더 저렴하게 공급하도록 명령했다.

폴란드는 에너지와 휘발유, 기본 식품에 대한 세금을 인하하고 가계에 직접 현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으며, 벨기에는 소매 전기요금이 높아짐에 따라 부가가치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해 7월 이후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80억 유로 이상을 지출했다.

스웨덴 정부는 전기요금 급등으로 타격을 입은 가구를 보상하기 위해 60억 크로나(약 7867억원)의 재정을 배정한 상태며, 노르웨이 역시 지난해 12월 일정 비율 이상의 가계 전기요금에 대한 55% 수준에 해당하는 지원금을 지급한 후, 올해 1~3월에는 지원금 지급률을 80%까지 인상했다.
 

유럽 최대 석탄발전소인 폴란드 베우하투프 석탄발전소에서 내뿜는 매연. 사진은 2018년 당시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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