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중국이 미국에 6억4500만 달러(약 7762억 5750만원) 규모의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26일(이하 현지시간) 판정했다. WTO가 중국의 손을 들어주자 미국은 이에 반발하며 WTO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약 10년간 끌어온 이번 분쟁에서 WTO가 다시 중국 편을 들며 미국은 반발하고 있다. 앞서 2012년 중국은 미국이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양광 패널과 철강 등 22개 중국산 품목에 대해 반보조금 상계관세를 부과한 데에 대해 WTO에 제소했다. 당시 미국은 중국 정부가 최대 지분을 소유한 중국 기업들을 국가에 의해 통제되는 기업으로 보고, 보조금을 지원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2014년 WTO는 중국 기업들이 받고 있는 보조금을 입증하기 위한 미국 측 자료가 불충분하고 보조금 계산 과정에도 잘못이 있었다며 미국 측에 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은 2019년 미국이 WTO의 결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며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승인해달라고 WTO에 요구했다. 이후 WTO 중재인은 중국이 6억4500만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번 판정을 통해 중국은 미국산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보복 관세에 대한 WTO의 승인을 요청할 수 있다. 승인은 빠르면 2월 중 내려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당초 24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게 해달라고 중국이 요청한 것을 고려하면 WTO가 제시한 6억4500만 달러 규모는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간 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WTO는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중국에게 제공했다고 말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WTO가 승인한 중국의 관세를 막으려고 시도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미국 측 역시 상계관세를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계관세를 줄이게 된다면 미국에서 제조하는 철강이나 알루미늄 등은 수입품과 더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할 수 있다. 

로이터 역시 이번 판정은 WTO에서 중국 정부가 거둔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간 미국은 중국이 공산품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값싼 가격에 대량으로 세계 시장에 물품을 공급하는 덤핑 행위를 지속해왔음에도 WTO에서 우대받아왔다고 주장해 왔지만, WTO가 다시 중국에게 보복 관세를 부과할 권리를 주었다는 설명이다.

이번 판결에 미국은 반발하고 있다. 애덤 호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은 성명에서 "(WTO의 이번 판정은)매우 실망스러운 결정"이라며 "이는 WTO 회원국이 무역을 왜곡하는 중국의 보조금으로부터 자국 노동자와 기업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손상시키는 잘못된 상소기구의 해석"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또한 "이번 결정은 중국의 비시장경제적인 관행을 보호하고, 공정한 시장 경쟁을 약화시키는 데 사용되어 온 WTO 분쟁 해결 규정을 개혁할 필요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채드 보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WTO가 승인한 보복 관세를 시행하기로 결정하면 "현재 불안한 휴전 상태에 놓여있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 당시 경쟁적으로 관세를 올리던 상황을 다시 재현할 위험이 있다"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밝혔다. WSJ는 중국 정부가 보복 관세를 시행할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미국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 대변인이 중국 상무부에 관세 시행 여부에 대해 문의했지만 아직 답이 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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